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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부산형사변호사의 조언] 아는 만큼 보이는 진술 분석

조회수 : 62

형사사건에서의 증거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학술적으로는 크게 요증사실(변론에서 당사자 간에 다툼 없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직접 증거와 간접 증거로 구분하기도 하고, 그 성질에 따라 인적 증거, 물적 증거, 증거 서류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실생활에 가까운 예를 들면, 근처에 있던 목격자의 진술이 증거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이 한 행동이 찍힌 CCTV가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직접 작성한 서면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아주 유력한 증거로 떠오를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증거들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혐의를 낱낱이 밝혀내거나 혹은 무죄, 무혐의를 입증하는 데 쓰일 중요한 도구들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건이 다른 어떠한 증거도 존재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들의 '진술' 만이 남아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황을 목격했던 사람, CCTV 등 기타 아무런 물적, 인정 증거 없이 단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진술만이 남아있는 경우 말이다.

 

이러한 경우는 특히 성범죄 사안에서 자주 발생하곤 한다. 일례로 갑(남, 34세)은 지인의 주선으로 만난 을(여, 30세)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갑의 집에서 차를 마시며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호감을 느꼈다고 확신한 갑은 을이 집에 돌아간 이후 며칠 동안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매우 들떠있었는데, 갑은 며칠 뒤 경찰서로부터 을에 대한 강제추행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사건 당시 방 안에는 갑과 을 두 사람만 있었는데, 방 안에 CCTV가 없었기에 두 사람의 모습이 녹화되지도 않았고, 두 사람의 대화 역시 녹음되지 않았으며, 당시 있었던 일을 지켜본 목격자도 당연히 전혀 없었다. 이러한 경우, 사건 당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 당사자들의 '진술' 이 전부라 할 것이다.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법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고 이를 토대로 하는 것 외에는 없다.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고 이를 분석하여 상황을 이미지화한 후 그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법승 김보수, 김정훈 부산형사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라며, "당사자들의 각 '진술' 을 낱낱이 분석하여 과연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허위의 사실을 조작하여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절차" 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진술 분석' 이라 한다. 진술 분석(Statement Validity Assessment : SVA)이란 실제 경험한 사건에 대한 진술과 허위로 꾸며내거나 상상에 의한 진술 사이에는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진술인의 진술이 진실한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주로 목격자가 없는 상태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진술 분석을 위해 실무상 널리 활용되고 있는 기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법승 김보수, 김정훈 부산형사변호사와 함께 살펴보면 우선 RM 기법이 있다. RM은 현실 모니터링(Reality Monitoring : RM)으로, 지각 과정을 거친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은 내적 과정, 즉 상상을 토대로 한 기억과 큰 차이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기법으로, △명료성, △감각 정보, △공간 정보, △시간 정보, △이야기의 재구성, △정서와 감정, △현실성, △인지적 조작 등 8가지 준거를 통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분석한다.

 

RM 기법은 이러한 준거를 토대로 진술자의 진술이 실제로 지각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상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것인지를 구분하여 진술을 면밀히 분석한 후 이에 따라 진술자의 진술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합리적으로 의심해보는 기법이다. RM 기법은 기억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연역법을 통해 준거를 구성하였기 때문에 특정한 범죄나 대상으로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CBCA(Criteria Based Content Analysis) 기법이 있다. CBCA란 준거 기반 내용 분석으로,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진술은 상상에 기초한 진술과는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운도이치(Undeutsch) 가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이 기법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진술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귀납적으로 나타난 19가지 준거들을 이용하여 진술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현재 검찰 등 일선 수사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김보수 부산형사변호사는 "이러한 진술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진술이 진실한 것인지 허위의 것인지 그 신빙성을 판단하게 되는데, 단순히 각 기법에서 제시한 준거, 즉 기준들만을 단편적으로 적용하기만 해서는 심도 깊은 분석 결과를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다." 라며, "진술자의 태도와 주변 상황, 진술자에 대하여 올바른 질문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판단, 분석자의 준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훈련 등을 바탕으로 하여 진술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정훈 부산형사변호사는 "앞서 든 사례처럼 비단 목격자가 없는 사건과 같은 경우에만 진술 분석이 사용되는 것은 아닌데 모든 사건에는 '진술' 은 존재하기 때문" 이라며,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 목격자들의 진술, 사건 당시에는 사건 장소에 없었으나 평소 당사자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진술 등 '진술' 이 없는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라고 덧붙였다.

 

특히 실무상 이러한 진술들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황을 재구성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것, 이것이 형사사건 해결의 가장 기초이자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진술 분석은 단지 해당 분야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최근 법률가들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으며, 실제 진술 분석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거나 실제 사례를 이용하여 직접 진술 분석을 경험해본 법률가들도 다수 존재한다. 당사자들의 진술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상황을 재구성해보는 것, 이것이 어쩌면 형사사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