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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은 약하고 치료도 어려운, 역행하는 마약류 관리 시스템 [박다솜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92

 

역행하는 마약류 관리 시스템

 

292개, 132명. 지난해 마약류 중독 치료지정병상과 전문의의 숫자다. 2017년 수치(병상 330개, 전문의 170명)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로 마약류 사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도, 인력도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 마약류사범은 늘어가는데 치료 규모는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열악한 지원 속에서 최근 마약류사범의 재범률은 약 37%대를 웃돌고, 초범 역시 증가하고 있다. 중대신문은 한국의 마약류사범에 대한 관리·처벌 시스템을 분석해봤다.

 

 

 통제가 어려운 현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는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 등 해외에서 밀반입된다. 반입된 마약류는 SNS를 통해 거래되고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되기에 구매자와 판매자를 추적하기 힘들다. 마약을 검출하는 기술이 발전해도 마약류사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기에 관세청, 경찰, 검찰 등 다양한 기관이 마약류를 관리한다.

 

 관련 기관이 많은 만큼 공조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염건웅 교수(유원대 경찰학부)는 “관세청과 해경, 경찰, 검찰 등 마약류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다양하지만 각 기관의 특징이 달라 공조가 쉽지 않다”며 “마약류를 전담하고 통합해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양혜정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국은 국무총리 산하의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있으나 미시적인 수준의 대책 수립과 부처 간 협의·조정 수준의 미미한 기능만 하고 있다”며 "미국의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기구의 설치와 더불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약류 관리를 전담하는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치안정책 연구소의 『경찰 마약수사전담팀 업무량 분석』에 따르면 마약전담 수사팀 적정 필요 인력은 당시 기준으로도 692명이지만 2021년 기준 마약류 전담 인력은 345명에 그쳤다. 박다솜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밀수업자와 매매자, 투약자 간 유통이 은밀히 이뤄져 단속이 어렵다”며 “마약범죄의 급증 추세에 비해 수사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전했다.

 

 마약류를 제재하는 제도는 어떨까. 단순 투약과 소지는 1년 이상의 징역형, 매매 및 알선은 5년 이상의 징역형, 수출입 및 제조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심할 경우 무기징역까지도 이를 수 있기에 평균적인 처벌 수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무거워 보이는 형벌과 달리 마약류사범에 대한 실제 처벌은 가벼웠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류사범의 약 44%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박다솜 변호사는 “자백, 수사 협조, 치료 의지, 주변인의 탄원서 등이 감형 사유가 돼 기소·선고·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으로 판결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더 나아가 재범도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비율이 높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미흡한 사후관리

 

 2019년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20년 12월부터 마약을 투약, 흡연, 섭취한 마약류사범에 대해 재범예방 교육이 의무화됐다. 또한 치료보호 지정병원에서 마약류 중독자가 인적 사항과 투약 사실에 대한 비밀보장 하에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제도상으로 마약류사범에 대한 치료·재활 시스템이 구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치료받은 인원은 2021년 기준 280명대로 미약한 모습이다. 양혜정 전임연구원은 “마약류 관리 시스템과 치료·재활 단계는 마련됐으나 인프라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검찰과 법원에서 마약류 사범에게 치료보호, 감호명령을 내리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며 “마약류 중독 치료에 대한 사법당국의 노력 또한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시기부터 예방과 교육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호기심도 많고, 뇌 발달도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마약류에 특히 취약하다. 양혜정 연구원은 “청소년에게 약물 중독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사가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수준에 그친다”며 “교육 콘텐츠를 연령에 적합하게 구성하고 국가 표준을 마련하는 등 정신과 신체가 발달하는 청소년 시기에 예방 교육이 적절하게 실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다솜 변호사는 “마약범죄도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은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이 면제되고 보호처분을 받으며, 그 이상의 소년은 소년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며 “다만 청소년이 소년원, 소년교도소에 가 ‘잡히지 않고 마약 하는 방법’을 배워오기도 하는 등 청소년 교정시설이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벌과 재활의 균형

 

 전문가들은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단순 투약 등 경미한 마약류 사범은 처벌보다 치료에 무게를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다솜 변호사는 “마약 범죄의 경우 단순 투약자에게 실형을 선고할 경우 감옥에서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해 중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밀수입과 매매는 엄벌로 다스리되, 단순 투약은 치료에 더욱 신경 쓰는 방법으로 건전한 사회 복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혜정 연구원은 “마약류 중독을 개인의 범죄나 일탈로 간주해 처벌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치료 중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처벌 중심에서 치료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약류의 사용은 그 피해가 명확해 법으로 제재해야 하는 영역이 맞지만, 중독성이 높은 만큼 재범을 막기 위해 치료와 재활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청년층의 마약 중독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금, 더 늦지 않게 제도를 손보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마약류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지도 등 주변과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요구된다.

 

 

 

출처 : 중앙대학교 신문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7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