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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나눔·던지기 전락까지…취약층 파고든 마약에 위기 몰린 10대·여성 [안지성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53

10대·여성 마약사범 증가세가 심상찮다. 청소년의 경우, ‘돈만 벌면 된다’는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과 마약류 복용의 위법성이나 부작용 위험을 정확히 모르는 10대들의 어긋난 호기심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나쁨 나눔’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청소년들이 돈을 모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필로폰 등을 구매해 서로 나누는 방식이다. 여성 마약사범도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젊은 여성이 ‘던지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마약은 과거 조직폭력배 등 이른바 ‘어둠의 경로’에서 주로 유통돼 소지·투약·매매·제조 등 범죄가 ‘어른이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SNS 등 인터넷에서 쉽게 사고파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10대·여성이 마약 범죄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일 대검찰청이 공개한 ‘9월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은 올 들어 단 9개월 만에 988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481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가 아직 3개월이나 남은 만큼 연내 10대 마약사범이 1000명선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9월까지 여성 마약사범은 6670명으로 지난해(4966명)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국내 마약사범 3명 가운데 한 명이 여성으로 단 9개월 만에 이미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아직 3개월이나 남은 터라 올해 여성 마약사점이 7000명마저 넘어설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문제는 마약이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10대 청소년은 물론 여성 마약사범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마약사범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은 15~18세였다. 해당 연령대의 마약사범은 2016년만 해도 5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101명) 처음으로 100명 선을 넘어선 뒤 2021년에는 273명을 기록하는 등 두 배 넘게 늘었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655명으로 크게 급증하면서 지난해(291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5세 미만 마약사범도 2016년에서 2021년 사이 없거나 2~6명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41명, 올해는 68명을 나타냈다. 여성 마약사범도 2013년만 해도 1407명에 불과했다. 당시 남성 마약사범(8357명)의 7분의 1(14.4%)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2272명)에 2000명 선을 돌파한 데 이어 2년 뒤인 2017년에는 3021명까지 늘었다. 2020년에는 4557명으로 4000명의 벽을 허물었다. 남성 마약사범이 10년 동안 2배 가까이 느는 사이 여성은 5배나 늘면서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33%까지 치솟았다. 전체 마약사범에서 여성의 비율이 3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성 가운데 마약에 대한 노출 현상이 뚜렷한 건 학생 층이었다. 여학생 마약사범의 경우 2013년에는 단 23명으로 당시 남학생(60명)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0년(114명) 이후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해는 283명을 기록해 10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남학생 마약사범은 4배가량 증가했다. 여학생 마약사범이 급격한 증가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는 처음으로 남학생(260명)을 추월했다.


국무총리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10대·여성 마약사범이 급증한 배경으로 SNS 등을 통한 비대면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얼굴을 보지 않는 매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10대 청소년은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강력부장 출신인 이진호 법무법인 YK 대표 변호사는 “과거 마약 거래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 대금과 마약을 직거래하는 식으로 이뤄져 거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본인 신원이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해 유통이나 투약 모두 남성 중심이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마약 거래가 인터넷·SNS로 옮겨가 마치 온라인 쇼핑을 하듯이 언제 어디서든 신원 노출 없이 비대면 방식으로 거래되면서 여성은 물론 어린 학생조차 단순 매매나 투약을 넘어 밀수·공급에 관여하는 경우까지 빈발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인터넷 마약사범은 3049명으로 지난해(2247명)를 훌쩍 넘어섰다. 2021년 1859명에 이어 2022년 2000명 선을 돌파했다. 올해는 3000명을 웃도는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마약 성분이 포함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나, 다이어트 약 등이 의사 처방 없이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도 문제로 꼽힌다. 이들 향정신성의약품이 인터넷상에서는 ‘집중력을 높여준다’거나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돈을 모아 SNS상에서 필로폰 등을 공동 구매해 나누는 이른바 ‘나쁜 나눔’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지성 법무법인 법승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는 “정신과 약의 경우 문진으로 진단해 10대 청소년들이 복통 등을 호소할 때는 의사들도 처방할 수밖에 없다”며 “고등학생 등 10대들이 돈이 없다 보니 4~5명이 20만 원이나 30만 원을 모아서 SNS상에서 ADHD 약이나 필로폰 등을 처방받거나 SNS에서 구매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분이 학생이라 경찰 등이 수사에 조심스럽기 때문에 실제 마약을 하는 10대와 검거되는 비율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드러나는 10대 마약 범죄가 실제 수치가 아닌 ‘암수 범죄’가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검찰청이 돈을 벌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피고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하는 등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배경이기도 하다. 법무부와 교육부·외교부·보건복지부 등은 이달 22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열고 마약류 밀수·매매 공급 사범은 초범이라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등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에는 마약류를 단순 투약하거나 소지한 초범도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도 포함됐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26936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