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전화
스쿨존 사고, 형량 낮다는 비판 이유는?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사건파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오늘 함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스쿨존’ 사건입니다. 여러분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할 때, 신호와 속도 잘 준수하고 있으시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주의를 잃고 바쁜 스케줄에 쫓겨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도로이기도 합니다. 오늘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해서 교통사고 형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해결해 온 배슬찬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배슬찬 변호사(이하 배슬찬) >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 먼저,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규정을 설명해 주시죠.
◆ 배슬찬 >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당시 9세)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으로, ①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②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2020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민식이법 중 스쿨존 사고를 규제한 부분은, 현행법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13에 규정되어 있는데요.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가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학교 앞 도로 폭에 따라 지자체에서 시속 40㎞ 혹은 50㎞로 지정 가능)를 준수하지 않거나, △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전방 주시 의무 등)를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위반한 경우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하여 상해나 사망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최대 무기징역형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벌수위)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이승우 > 오늘 준비해 온 사건으로 들어가 보죠.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사건입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 배슬찬 > 지난 2월 29일 음주 운전을 하다 9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강남 스쿨존 사망 사고'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고 가해자 고 씨는 2022년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차량을 몰다가 하교하던 9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고 씨는 사고 이후 그대로 집까지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고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8%였습니다. 검찰은 고 씨에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고 씨가 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보고 도주치사(뺑소니) 혐의도 추가했습니다.
◇ 이승우 > 스쿨존 사고에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까지 추가된 사건인데요. 재판부는 이 사고 어떻게 봤나요?
◆ 배슬찬 > 1심은 고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는데,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고 씨가 20∼30m 떨어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즉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점, 소극적으로나마 피해자 구호 조치를 하고 주변에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점을 밝힌 점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2심은 유죄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경합범 판단을 달리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는데요. 1심은 동일인이 별개의 범죄를 여럿 범한 경우(실체적 경합)로 본 반면, 2심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상상적 경합)로 판단한 것입니다.
형법에 따르면 ‘상상적 경합범’은 여러 범죄 중 가장 무거운 죄가 정한 형으로만 처벌합니다. 이에 따라 2심은 죄질이 더 무거운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하고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을 참고해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입니다.
◇ 이승우 > 이 사건에서 징역 5년 처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데,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
◆ 배슬찬 > 이번 강남 스쿨존 사망사건의 판결의 판단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이번 사건 1심에서는 가해자에게 징역 7년,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5년으로 감형되어 최종적으로 판결 확정이 된 것인데요. 이번 사건 가해자가 받았던 혐의는 크게 3가지, 민식이법이라고 불리는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내치사 혐의, 그리고 음주사망사고에 대한 특가법위험치사혐의, 추가적으로 뺑소니 혐의였는데요.
이 중 가해자가 사고 후 약 48초 후에 사건 현장에 돌아와 수습을 한 점으로 뺑소니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2가지 혐의는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와 위험운전치사 혐의였는데, 1심에서는 이 2가지 혐의를 별도의 죄로 보아 2개의 죄로 인정한 것에 반하여 항소심에서는 이를 하나의 행동에서 비롯된 2가지의 죄로 판단하여 감형을 시키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법적인 용어로 상상적 경합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행동에서 파생된 여러 죄가 문제가 될 때 이를 하나의 행위라고 보아서 이 여러 가지 죄 중 가장 중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이승우 > 저희 방송에서도 다뤘지만, 이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준 것이 바로 ‘공탁금’이죠. 공탁금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
◆ 배슬찬 > 또한 가해자의 형량이 생각보다 낮게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탁’인데요. 형사공탁제도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경우,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법원에 공탁금을 맡기는 제도인데요. 과거에는 이러한 공탁은 피해자의 동의하에 진행이 가능했지만, 2022년 12월 법개정으로 인해 현재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공탁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강남 스쿨존 사망사건의 경우도, 가해자가 약 5억 원을 공탁한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형량 감경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승우 > 오늘 스쿨존 사망사고 사건을 다뤄봤는데요. 여러 생각이 드는 사고인데, 변호사님이 정리해 주신다면?
◆ 배슬찬 > 2020년부터 도입된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안전의무를 위반한 사망 사고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통계상,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2023년 2월까지 민식이법 관련 판결문 226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이 내려진 건 전체의 5%, 12건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스쿨존 교통사고를 내 재판에 간 5건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에 비추어 본다면, 해당 법규정과 실제 사법기관의 양형기준에는 일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음주 등의 중과실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인명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 죄질에 맞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최근 음주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에서의 음주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실수라도 절대 음주 관련 교통사고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배슬찬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