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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 이민정책, 고민하면 늦어진다

조회수 : 112

 

 

 

 

"이민을 보다 원활하게 받으려면 경직된 정책을 해소해야 한다." (이주 관련 법률상담 전문 박다솜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과 협력해 문화적으로 이민자를 동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정지윤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과 교수)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해법으로 떠오른 이민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이민 불가피론과 사회통합론으로 모인다. 인구감소와 국가경쟁력 하락 위기 앞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처럼 이민 문호를 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민자 확대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사회갈등 문제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이민이 지난해부터 다시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국이 젊은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유입된 외국인 창업 비율이 자국인보다 80% 더 높다는 집계가 보고된다. 캐나다는 2023~2025년 150만명의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계획을 세웠고 독일은 최근 외국인의 시민권 신청을 위한 거주 기간을 8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법무부가 가칭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논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이민정책 패러다임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재한 상황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민 문제에 대한 공론화 자체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채완 재외동포연구원장은 "이민 정책과 관련한 조직이나 법률에서 외국인정책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인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이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이민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들어 국내에서 공부한 외국의 과학·기술 우수 인재들이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 국적을 수월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시행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뒤늦게나마 다행이라는 평가와 함께 좀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이를테면 캐나다는 대학 졸업 후 1년 이상 현지 기업에서 근무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경력이민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에는 실리콘밸리 등 외국 벤처기업 창업주를 대상으로 영주권을 발급하는 '창업 이민제도'가 있다.

 

 

박다솜 변호사는 "우리는 이주를 원하는 우수 인재에게 '실제 특허를 받았는지' 등 서류를 많이 요구하는데 실질적 혁신성을 평가해 이주를 허용하는 네덜란드 등에 비해 관료주의적"이라며 "한국 농·어업에 관심이 있어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으려는 외국인이 학력이나 한국어 능력 기준을 미묘한 차이로 못 맞춰 이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발 더 들어가면 선진국들이 우수 인재 영입에 초점을 두는 것과 견줘 국내 논의가 법무부의 일부 제도를 제외하면 최근 불거진 가사도우미처럼 값싼 노동력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계적인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 '이민청'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지금은 정부 부처별로 △법무부(출입국·난민) △고용노동부(외국인 근로자) △여성가족부(다문화) △행정안전부(외국인 주민) 등 외국인·이민 정책이 분산돼 있다. 박 변호사는 "체류 자격을 변경하려면 여러 부처를 돌면서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사람에게도 쉽지 않은데 이주민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민청은 현재 설립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조직 형태나 출범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지윤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과 교수는 "산만한 이민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컨트롤타워 격인 이민청이 필요하다"며 "초기 단계에서는 이민청을 특정 부처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들어야 부처별 정책을 실질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민 정책이 사회통합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점에서 지역주민 정책의 성격이 큰 만큼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고도 조언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 컨트롤타워와 연계해 이민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이 확대되면서 늘어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자들에 대한 기존 편견이 오히려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 정책이 자칫 '값싼 노동력' 논의 중심으로 흐를 경우 저소득 굴레를 물려받은 이민 2·3세대의 불만이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 2005년 10월 경찰 검거를 피하던 아프리카계 10대 청소년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저소득층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폭력 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민 정책과 맞물려 수도권 집중, 노동시장 양극화 등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민자 사회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민할 문제다.

 

정지윤 교수는 "통합 문제는 짧은 기간에 성과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이민자들이 기존 한국사회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900747?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