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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훈 칼럼] 지재권 침해땐 신속·간편한 무역위원회 구제 절차 활용해볼만

조회수 : 99

 

 

 

 

지식재산권을 침해받는 경우 보통 소송이나 특허심판 등의 구제수단을 떠올린다.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가 극심해 그 금지가 신속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가처분을 먼저 신청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가처분 사건의 진행은 그다지 신속하지 않아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당사자계 특허심판이 허용되는 지식재산권의 경우에는 제한적으로나마 권리구제를 할 수 있고 특허심판원에서 받은 결정을 수사 절차에 제출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 빠른 해결을 구할 수는 있지만 일회적 해결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하는 물품 등을 수입 또는 수출하는 경우에는 무역위원회에서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무역위원회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뿐만 아니라 침해 금지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고, 가처분과 유사한 점정조치 제도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무역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는 불공정무역행위의 유형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법령이나 대한민국이 당사자인 조약에 따라 보호되는 특허권·실용신안권(實用新案權)·디자인권·상표권·저작권·저작인접권(著作隣接權)·출판권,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및 반도체집적회로의 배치설계권이나 지리적 표시 및 지리적 표시권 또는 영업 비밀을 침해하는 물품등(이하 "지식재산권침해물품등"이라 한다)에 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두면서, “해외에서 지식재산권침해물품등을 국내에 공급하는 행위 또는 지식재산권침해물품등을 수입하거나 수입된 지식재산권침해물품등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행위”(가목), “지식재산권침해물품등을 수출하거나 수출을 목적으로 국내에서 제조하는 행위”(나목)을 규정하고 있다. 즉,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의 무역 관련 거래 행위(수출입, 판매, 제조, 해외에서 공급하는 행위)를 모두 불공정무역행위로 정하고 있는데,.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저작권, 저작인접권, 지리적표시, 영업비밀 등 광범위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위원회는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에 관하여 반입배제, 수출입 중지, 판매나 제조 중지 등의 조치(제10조)를 비교적 신속하게 취할 수 있는데, 잠정조치 제도가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제7조), 조사개시를 결정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조사를 끝내고 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제9조). 그리고 무역위원회는 3억 원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필자는 무역위원회에서 영업비밀 분야를 담당하는 조사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직접 조사한 사건 중 하나를 그 구제 실효성의 예시로 들고자 한다. 국내 S사가 국내 T사를 대상으로 무역위원회에 조사 신청한 교환렌즈 영업비밀 침해 조사 사건이었는데, T사가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한 S사의 광학설계 관련 영업비밀을 사용하여 교환렌즈 제품을 제조‧수출한 행위는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하고, T사에 대해 6개월간 수출중지 등 시정조치를 명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쟁점이 단순히 T사의 A제품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 아니라, T사의 A제품이 T사의 B제품을 이용하여 개발되었는데 그 B제품이 S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고 주장되는, 요약하면 ‘간접적 형태의 영업비밀 침해’ 사안이었다. 필자는 쟁점을 효율적으로 그러나 누락 없이 정리하고자 노력했고, 영업비밀 침해를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설정한 후, 적정한 감정인을 선정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다양한 기술적 재현을 거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였으며, 결국 무역위원회는 T사의 S사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그 침해 물품이 해외로 수출하는 행위가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함을 확인하면서, 시정명령 통지를 받은 날부터 6개월 간 그 침해물품등의 수출 및 수출 목적 제조의 금지를 명하였다.

관련한 형사사건, 민사사건이 모두 계류되어 있었으나 그 사건의 결론이 모두 나기 전에 조사를 마치고 판정하여 영업비밀 권리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한 사건으로, 그 사건에서 조사한 내용이 관련 사건들의 판결에 인용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12375,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4611 등).

 

 

이 예시를 통해서 보듯이, 지식재산권의 침해를 신속히 멈출 필요가 있다면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제도의 이용도 반드시 그 검토 대상으로 넣어두고 사건 처리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뉴스드림 http://www.newsdream.kr/news/articleView.html?idxno=42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