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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의 한계 [안성훈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10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감사를 할 수 있고,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소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감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감사를 할 수 있는 범위가 무한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고유 권한에 의해 수행할 수 있는 자치사무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감사를 할 수 있다면 지방자치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법은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는 ‘법령에 위반된 사항’에 대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감사 전에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는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90조). 감사의 주된 두 가지 내용인 합법성 감사와 합목적성 감사 중에 합법성 감사만을 허용하면서, 그 방식도 적발하는 식으로가 아니라 확인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감사원은 자치사무에 대한 합목적성 감사도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8. 5. 29. 선고 2005헌라3 전원재판부).

 

 

그런데 실제로는 지방자치법 제190조의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상급기관의 감사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고, 자치사무와 다른 사무를 구별하는 일도 그렇게 단순하고 명백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많은 경우 그런 감사 과정에서 위법하고 부당한 일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잘못을 한 당사자나 기관이 감사 권한을 넘어섰다는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수긍하고 시정하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종종 감사가 무리하거나 부당하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의미 있는 권한쟁의 사건 결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결정은 중앙행정기관인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에 대하여 감사를 시행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 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6헌라6 전원재판부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치사무에 관한 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가 상하의 감독관계에서 상호보완적 지도·지원의 관계로 변화된 지방자치법의 취지, 중앙행정기관의 감독권 발동은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 법위반을 전제로 하여 작동되도록 제한되어 있는 점, 그리고 국가감독권 행사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사전적ㆍ포괄적 합목적성 감사가 인정되므로 국가의 중복감사의 필요성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구 지방자치법 제158조 단서 규정의 감사권은 사전적ㆍ일반적인 포괄감사권이 아니라 그 대상과 범위가 한정적인 제한된 감사권이라 해석함이 마땅하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행정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법령위반행위가 확인되었거나 위법행위가 있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이어야 하고, 또한 그 감사대상을 특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전반기 또는 후반기 감사와 같은 포괄적ㆍ사전적 일반감사나 위법사항을 특정하지 않고 개시하는 감사 또는 법령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위한 감사는 모두 허용될 수 없고, 감사 진행 단계에서도 법령위반의 가능성이 없으면 감사를 중단해야 한다.

 

 

두 번째 결정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남양주시에 대하여 감사를 시행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 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0헌라5 결정이다. 이 결정에서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의 기준을 활용하고 있다. 즉,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자치사무에 관하여도, 특정한 법령위반행위가 확인되었거나 위법행위가 있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이어야 하고 그 감사대상을 특정하여야 하며, 위법사항을 특정하지 않고 개시하는 감사 또는 법령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위한 감사는 허용될 수 없다는 기준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서는 자치사무에 관하여 감사를 할 때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 기준들도 마련하고 있다. 자치사무 감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감사 대상을 특정하기는 해야 하지만 특정된 감사대상을 사전에 통보할 것까지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고 있으며, 위법성의 확인 정도에 관하여도 시·도지사 등이 제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자치사무의 위법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해당 정보가 믿을만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위법행위가 있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라면, 감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정도의 위법성 확인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특정된 감사대상에 대한 사전통지를 매우 중요한 절차로 평가하면서 감사대상을 특정하여 통보하지 않은 경우 그 통보는 포괄적·사전적 일반감사의 개시통보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의 범위를 합법성에 국한하고 그 대상에 대하여도 미리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취지에는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이 더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한편으로 실제로 감사를 시행하기 전에 위법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점도 있고 구체적인 사항을 미리 통지하는 경우 실효적 감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위 결정들의 취지를 종합하여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를 위한 절차적 기준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출처 : 한국정경신문 http://kpenews.com/View.aspx?No=2803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