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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이스피싱에 속아 범죄자가 된 이들에 대해 [송지영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200

20살 이제 막 대학생이 된 한 여성이 사무실을 뛰어 들어와 계속 흐느끼며 말했다. “지난밤 경찰에 체포됐다가 방금 나왔습니다. 제가 보이스피싱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학비를 벌어보고자 수능이 끝나서 아르바이트한 것에 불과한데...”

 

수년간 대한민국의 경제를 흔들고 수많은 피해자를 탄생시킨 보이스피싱. 처음 자녀가 납치되었다는 협박 전화 등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투자 권유 사기, 대출을 위한 거래 내역 생성, 성매매 환불(성매매 여성이 약속 시간까지 안 왔음을 이유로 돈을 환불받으려면 일정 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등 기상천외한 다양한 방식으로 서민의 피 같은 돈을 편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닌 또 다른 서민이 피눈물을 흘린다. 바로 현금수거책(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계좌에 입금하는 역할)이다. 물론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단기간에 큰돈을 얻고자 수거책에 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생활고에 못 이겨 생활비를 벌어보고자”, “부족한 학비를 충당하고자”, “퇴직한 이후 직장을 구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자”, “자녀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구인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비대면 면접을 통해 채용돼 '평범하게 일하는 중'이라고 인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도 체크돼 1분이라도 늦으면 시말서를 쓰는 등 엄격한 직원 관리를 받았던 터라 보이스피싱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에 가담하여 돈을 함께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며, 그 금액에 따라 실형이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사기관이 수거책을 공범으로 보는 이유는

 

① 공모 공동점범에 있어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순차적으로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행위를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공모 공동정범'의 법리

② 확정적 고의가 아니라 할지라도 미필적이나마 불법에 가담함을 인식, 용인하였다고 보는 '미필적 고의' 법리 등이다.

 

최근 법원은 현금 수거책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서 이용당하는 꼭두각시이자, 일회용 도구에 불과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국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이스피싱단을 수사하기보단 수사 편의성으로 국내에 거주지가 분명한 수거책을 수사하는 수사관례를 꼬집고, 미필적 고의를 넓게 인정하는 것이 보이스피싱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 몇몇 이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보이스피싱단으로부터 전화나 연락이 오면 수사기관에 이를 알려 “추적해 잡아달라”고 호소해도 수사기관이 이를 외면한다고 하소연한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어차피 국외에 있을 거라 잡을 수 없으니 본인 죄에나 집중하자”는 핀잔까지 들은 이들도 있다.

 

최근 법원과 언론 등을 통해 이런 수사기관 태도가 선량한 국민을 범죄자로 양산하는 행위이며, 수사 편의성에만 집중한 잘못된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판결문에는 “도대체가 현금 수거책이 공모했다는 증거가 있는 사건이 존재하긴 하는지”라는 비판까지 담겼다.

 

변호인으로서 수많은 사건을 접하지만,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 수거책에 이르게 된 이들의 사건을 볼 때면 참담한 마음이다.

 

물론 보이스피싱임을 알고도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수거책에 임한 자들도 있다. 이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며,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전과자가 되는 이들은 없어지길 기대한다.

 

 


출처 : http://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5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