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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택시서 ‘대마초 담배’로 고등학생 협박 장면 나와
마약에 떠는 학원가...무료 제공 음료·간식 등 사라져
“마약 확산 보단 돈 목적 인듯”
청소년, 중독에 취약해 교육 필요
7일 찾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10대 학생들이 모여드는 곳인 만큼 소비재 업체들이 무료 음료나 간식 등을 나눠주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전무했다. 일명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수 사건’ 이후 “낯선 이가 주는 그 어떤 것도 받지 말라”는 주의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 A씨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주는 거 자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대치동의 한 학원에 다니는 학생 B씨도 “지난 수요일에 학원에서 월요일에 마약 관련 사건이 일어났으니 주의하라고 전체 방송을 했는데 주변에 마약이 들어오기 전부터 막아야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2~3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에게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섞은 음료를 ‘기억력과 집중력을 올려주는 음료’라며 무료로 시음하게 한 일당 4명이 5~7일 전원 검거됐다. 이들이 “아르바이트 행사로 알고 참여했다”고 진술하면서 경찰은 윗선을 쫓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이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를 확산하게 만들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마약을 한번 접한다고 해서 중독이 되진 않는 만큼 이번 사건이 마약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기 보다는 돈을 갈취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성장기인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만큼 마약 부작용, 파급력이 더 큰 만큼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윗선을 찾아 뿌리를 뽑아야 하고 성인과 구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 치료,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드라마 모범택시 에피소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모티브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번 투약한다고 중독은 안된다지만... “청소년, 노출 땐 부작용 훨씬 커”
이번 사건은 마약 투약 경험이 없는 일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중독성이 높은 필로폰, 엑스터시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안지성 법무법인 법승 마약전문 변호사는 “마약 투약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기 위한 범죄로 배후 집단, 범죄 단체에서 기획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약은 한번 투약한다고 중독되기는 어려워 학생들을 중독시키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약은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환청이나 환시, 피해망상, 식욕 감퇴부터 뇌 손상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투약했는지, 한번에 얼만큼의 용량을 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번 범행에 사용한 필로폰과 엑스터시는 부작용이 심하고 중독성이 높아 향정신성 마약류 중에서도 위험도가 가장 높은 군에 속한다.
마약을 투약한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그 위험성이 더 커진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학장 교수는 “젊은 층은 성장기이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만큼 마약류에 노출이 되면 부작용과 파급성이 장년에 비해서 훨씬 높다”고 말했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도 “청소년기에는 신체 부분이 활발히 성장하는 만큼 중독 속도도 빠르다”며 “뇌에 중독성 물질이 들어가면 교감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또다시 해당 물질을 찾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마약 관련 예방 교육이나 치료, 재활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해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청소년들에게 마약에 의한 유해성이 높게 나타나는 만큼 연령과 약물 종류에 따라 예방 교육과 치료, 재활이 다르게 이뤄져야 하고, 시중에 마약류가 많이 유통되는 만큼 검·경은 마약 물질을 차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대마 담배’ 사게 한 뒤 협박... 드라마 ‘모범택시’ 에피소드와 비슷해
이번 범행 수법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21년 방영한 모범택시 4화에선 주인공 일행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고등학생에게 대신 복수하기 위해 대마초를 구입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동네의 한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샀는데 알고보니 대마초를 담배로 둔갑한 물건이었던 것. 주인공들은 부모에게 대마초 소지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고등학생들을 위협한다.
안 변호사는 “범죄 단체가 해당 에피소드를 보고 모방범죄를 기획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필로폰과 엑스터시는 구하기 쉽고 저렴해 사용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제공한 것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다. 쟁점은 용의자들이 본인들이 나눠주는 음료수가 마약류에 해당하는지를 인지했는지 여부다. 그들의 주장대로 마약류인지 모르고 나눠준 사실이 입증된다면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마약 음료를 마신 청소년의 경우에도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모르고 흡입한 것이므로 결국 처벌 대상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9187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