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전화
구매 대금·리뷰비용 지급 미루다 잠적해 억대 피해자도…“주저 말고 수사 기관 도움 요청해야”
재택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던 문지성(가명) 씨는 지난 2월 쇼핑몰 리뷰(후기) 작성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광고 문자를 받았다.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후 리뷰를 남기면 건당 최소 1000원부터 최대 5만 원까지 차등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상품 구매는 우선 본인이 하고 리뷰를 작성하면 물건 대금과 함께 리뷰 비용을 주는 방식이다. 시간 제약이 없다는 점, 건당 바로 사례비가 지급된다는 점 등에 매력을 느껴 문 씨는 리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3만 원대 화장품을 구매하고 후기를 썼으며 그 대가로 2000원을 받았다. 구매 대금과 리뷰비도 즉시 받았다. 이후 명품 지갑이나 가방, 시계 등 고가 물건을 구매 후 리뷰를 작성하면 리뷰비를 더 비싸게 쳐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실제로 문 씨는 1000만 원대 명품 가방을 결제한 후 리뷰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33만 원을 받기도 했다.
문 씨는 “물건 구매도 현금으로 해야 바로 대금 지급이 가능하다 했지만 쇼핑몰에 게재된 계좌에서 대금이 지급됐기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처음엔 바로바로 대금을 입금해주더니 점점 하루에 2회 지급 방식으로 바뀌다 이후 밀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지금 바로 3건 더 하면 지급해주겠다’는 식으로 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 씨가 받지 못한 돈은 현재 약 1억 1000만 원이다. 문 씨는 “욕심이 나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진행했고 특히 마지막에는 3건 더 하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밀린 돈을 챙겨주겠다는 식으로 말해 피해 금액이 커졌다”며 “현재는 연락하던 담당자 핸드폰 번호와 카카오톡 아이디 모두 연락이 안 된다”고 전했다. 리뷰 작성 업무를 했던 쇼핑몰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애초에 쇼핑몰은 사기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피해자인 A 씨는 “하면서도 불안하긴 했지만 믿게끔 판을 짜놔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당한 나 스스로를 한없이 자책하게 된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해당 업체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모인 모바일메신저 오픈 채팅방에는 현재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 씨가 파악한 전체 피해 규모는 약 8억 원이다.
쇼핑몰 리뷰 아르바이트가 횡행하면서 가짜 쇼핑몰을 내세워 리뷰 아르바이트인 척 광고해 사람들을 모은 뒤 물품 구매 대금과 리뷰 아르바이트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는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액이라도 벌어보기 위해 재택 아르바이트를 구했던 가정주부, 프리랜서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신고받은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비슷한 피해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월 16일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상거래센터)는 쇼핑몰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 결제금과 수수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잠적한 사기 사이트 5곳을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상거래센터는 “이들은 알바몬‧알바천국과 같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통해 새로 오픈한 쇼핑몰에서 포인트를 충전한 후 상품을 구매하면 해당 금액과 함께 약 10%의 수수료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유인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사기꾼들은 ‘단체 미션방’이라는 메신저 채팅방에 가입하게 한 후 구매 양식을 전달했다. 피해자들의 결제 금액은 점점 불어났지만 환불과 수수료 지급이 미뤄지면서 항의가 이어졌고 사기꾼들은 곧바로 잠적해버렸다. 상거래센터 관계자는 “사이트상에 표시된 사업자정보도 도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어 차단조차 어려우니 반드시 주의해야 하고,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고 쉬쉬하거나 소액인 경우 경찰 신고 등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리뷰 알바를 고용해 거짓 후기를 작성하게 한 업체들이 정부의 철퇴를 맞은 후 리뷰 알바를 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네이버, 쿠팡 등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실제 구매자인 것처럼 거짓으로 후기광고를 게재한 업체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 40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전자제품 제조‧판매업자인 오아가 광고대행업자를 활용해 3700여 개의 거짓 후기 광고를 게재했고, 이로 인해 오프라인시장에서 판매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며 “행위 및 수단이 악의적이고 규모면에서도 대량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낙의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리뷰알바 행위자에게 도덕적 비난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불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거짓 과장의 표시광고 처벌 대상은 ‘사업자’기 때문”이라며 “즉 리뷰 알바를 하도록 한 사업자 또는 판매자를 처벌할 수는 있지만 리뷰알바를 한 개인은 위 법조항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김낙의 변호사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호소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주저 말고 수사기관에 신고 또는 고소를 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 창은 거짓이고 대금을 편취하기 위한 기망 수단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돼 리뷰알바를 한 사람들은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다른 관계자는 “고가의 물건을 결제하게 한 뒤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피해를 당했을 때는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출처 :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48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