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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판례로 보는 세상]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 더 신중해야

조회수 : 101

 

 

 

1.서설 


국민참여재판은 2008. 1. 1.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법률 제8495호)에 의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선진적인 형사재판제도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형사사건은 배심원이 된 국민이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하여 판
결을 선고하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원칙적으로 법정형이 중한 합의부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이를 원할 경우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에도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함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이를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고 일반재판절차로 회부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 있어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어떠한 기준에 의해 그 배제여부를 결정해야하는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판단을 내렸다.

2.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본 대상판결은 14세 지적장애인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자 피해자측이 이를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재판부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한 배제결정을 하자 피고인측에서 항고를 거쳐 재항고에 이른 사안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 날까지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호). 이는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인격이나 명예 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침해,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과 같은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반영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취지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사건에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나이나 정신상태, 국민참여재판을 할 경우 형사소송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에 부족한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국민참여재판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고 통상의 절차로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그 재량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상판결은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 시 구체적인 판단기준으로 ①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②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어떠한지, ③피해자의 나이나 정신상태가 어떠한지, ④국민참여재판을 할 경우 형사소송법 등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에 부족한지 등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였고, 궁극적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 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5. 결어 

성범죄의 경우 대부분 은밀한 공간에서 둘 사이에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물적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기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억울하게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탄핵하는 것이 자신의 무죄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될 것이며, 직업법관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판단받을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은 이를 위한 무엇보다 효과적인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위 대상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만 확인되면 구체적인 사유나 소명 없이도 손쉽게 배제결정을 하고 있다. 차폐막을 설치하거나 음성변조를 실시하는 등 피해자에게 인격이나 명예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 침해, 공포감 유발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성폭법/아청법 등에 마련되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할 생각보다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해야 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있는지를 충분히 물어 살펴야 할 것이며,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고안하고 도입함으로써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