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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그대 앞에만 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사랑'일까? [이승우, 김범선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20

 

 

 

 

그대 앞에만 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사랑'일까?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가스라이팅 범죄’ 입니다. 대표적인 가스라이팅 범죄인 계곡살인사건 재판부는 이은해씨에게 부작위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했습니다.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가스라이팅 범죄에 대해 법무법인 법승의 김범선 변호사와 함께 알아봅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김범선 변호사(이하 김범선)>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전 국민에게 ‘가스라이팅’의 위험성을 알려준 게 바로 ‘계곡 살인 사건’이었죠. 최근 이은해 씨에게 무기징역이 나왔는데, 가스라이팅도 양형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죠?

 

 

◆ 김범선> 네, 최근 '계곡 살인 사건'에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씨와 조 씨 등이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사고사로 위장해 피해자 윤 씨를 살해했고, 이 같은 범죄는 피해자의 생명보험금 8억 원을 노려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수영을 할 줄 모르는 피해자 윤 씨가 물에 뛰어든 배경에는 이 씨의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이 있었다고 검찰은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법원은 이번 사건은 검찰 주장과 달리 직접 살인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다이빙 후 이 씨와 조 씨가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간접 살인을 인정한 것인데요. 다만, 이러한 가스라이팅이 피해자의 사망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 이를 양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 이승우> 청취자분들도 이 ‘가스라이팅’이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 텐데요. ‘가스라이팅’이란 말이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설명해주시죠.

 

 

◆ 김범선> ‘가스라이팅’의 연원은 1938년 미국에서 초연된 ‘가스등'(Gas Light)이란 연극으로 올라갑니다. 연극에는 남편과 부인이 등장하는데요. 남편이 의도적으로 실내 가스등의 밝기를 조절하면서 부인이 어둡다고 하면 어둡지 않다고 책망하고, 반대로 밝다고 하면 밝지 않다고 화를 냅니다. 의도적으로 부인의 의사 결정에 혼동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건데요. 결국 부인은 남편이 아니면 아무런 선택도,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지요. 이 연극에서 나온 용어가 바로 가스라이팅입니다. 가해자의 지속적인 강압으로 피해자는 자기 선택에 확신이 없어지고,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어떤 요구든, 그것이 불합리하더라도 저항 없이 수용하게 됩니다. 이 같은 관계를 맺은 뒤 범죄에 이용하는 게 바로 가스라이팅 범죄입니다.

 

 

◇ 이승우> 이제는 많은 분들이 ‘가스라이팅’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변형해서 밈으로까지 쓰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가스라이팅 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 김범선> 가스라이팅 범죄는 친구·연인·가족 등 친밀한 관계는 물론이고 학교나 직장처럼 ‘심리적 의존관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가스라이팅 범죄는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행을 꼽을 수 있는데요. 정서적 학대가 주인 가스라이팅의 경우 현재 데이트폭력 등 관련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범죄 성립이 어렵고 처벌 근거가 미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물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스라이팅을 가정폭력으로 간주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예컨대 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경우 상당수 기소 유예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다만, 최근의 우리 법원은 가스라이팅 범죄가 폭행, 협박, 감금, 상해, 스토킹 처벌법 위반, 나아가 살인까지도 이어지는 등 가스라이팅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 이승우> 실제 사건을 만나보죠. 재산범죄로 이어진 가스라이팅 사건이죠?

 

 

◆ 김범선> 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가스라이팅 범죄는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행 등의 모습으로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사기, 횡령 등 재산범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약 1년 6개월간 교제한 사이였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음 만났을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바가 없음에도 피해자와 결혼하고 싶다며 접근하였습니다. 이후 가해자는 피해자와 교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해자에게 고가의 선물을 사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도 선물이나 생활비, 병원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곤 했습니다. 피해자의 경제적 사정이 악화되자 가해자의 요청에 난색을 표할 때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오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나 보네”, “오빠는 맨날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거야”, 라는 등의 말로 피해자를 자책하게 하면서 점차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심리적 지배 즉 가스라이팅을 당하기에 이르렀고,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교제 기간 내내 약 6,000여 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이처럼 가스라이팅 범죄는 각종 폭력범죄 이외에도 재산범죄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스라이팅 범죄의 모습이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이런 점을 주지하여서 재산범죄에서도 가스라이팅 범죄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인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승우> 네,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실제 법적 대응과 자문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믿고,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자주 ‘당신의 현실에 대한 인식’, ‘당신 자신의 온전함’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나요? 내가 내 자신에 대한 믿음, 자존감을 잃고 그 사람 앞에만 서면, 내 도덕적 기준, 내 가치 판단 기준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낍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파트너는 정신전문가들이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는 심리적 도구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자아가 무너진 육체’는 결국, 파트너의 욕망의 희생양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가스라이팅 범죄’를 다뤄봤는데요. 마지막으로, 관련해서 법적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김범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스라이팅 범죄의 피해자인지 명확히 인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정신적, 신체적 피해만 늘어나게 되는데요. 반면에 가해자가 아님에도 억울하게 가스라이팅 프레임에 갇혀서 처벌받을 수도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각 상황에서는 혼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심을 권해드립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선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김범선>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