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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기업

비의료인의 의료 기관 개설행위와 의료법위반

 

의료행위는 고도의 위험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므로 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기준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료법 제33조에 의거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 의하여야 한다. 의료기관 개설 관련 절차, 준수사항, 명칭표시 등에 대하여 의료법에서 상세하게 규정(의료법 제33조 ~ 제47조)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는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일반적인 기준(면허제도)으로 제한하여 희생시키더라도 일반 공중의 안전을 우선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법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 에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로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공공기관 운영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장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법인, 기관등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그 밖의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875 판결 참조).

 

 

 

 

 

 

 

 


다음의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개설의 주체에 대한 판단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인한 형사책임과 민사책임(부당이득환수 등)과 관련하여 관심을 기울일 만한 판결들이다.

 

1. 비의료인의 유자격 의료인 고용 및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명의의 개설신고(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4360 판결)

 

이른바 의료생협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하여 논의되었던 기존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의료생협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탈법행위의 통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법적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의 내용은 법원의 판단 논거 중 주요한 내용이다.

①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됨이 타당하고,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이유가 되지 못한다.

 

②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의료사업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조합)명의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 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생협법은 소비자들의 자주ㆍ자립ㆍ자치적인 생협조합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립된 생협조합이 비영리법인으로 할 수 있는 사업과 관련하여 생협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조합원의 건강개선을 위한 보건ㆍ의료사업’을 규정하고, 생협법 제11조 제3항에서 ‘이법은 조합 등의 보건ㆍ의료사업에 관하여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협법이 생협조합의 보건ㆍ의료사업을 허용하면서 의료법등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도록 한 것은, 보건ㆍ의료사업이 생협조합의 목적달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그 사업수행에 저촉되는 관계 법률의 적용을 선별적으로 제한하여 생협조합의 정당한 보건ㆍ의료사업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 생협조합을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된 비의료인의 보건ㆍ의료사업을 하기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와 같이 형식적으로만 생협조합의 보건ㆍ의료사업으로 가장한 경우에까지 관계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인들의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 주장 등에 대한 상고를 기각했다.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숫자가 적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소멸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이다. 의사협회 차원에서도 이와 같은 정부의 추세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형국이므로 앞으로도 유사한 사안에서 민, 형사상 많은 법적 분쟁이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사실상 입증책임을 전환시킨 것과 같은 민, 형사적 책임 판단이 하급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판례는 현재의 하급심 경향과 달리 동업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비의료인의 주도성 판단을 좁게 인정한 사안이므로 이를 소개한다.

 

 

 

 

 

 

 

2.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동업과 의료법 위반여부(서울고등법원 2013. 1. 18. 선고 2012노2724 판결)

(1) 사건개요

 

피고인 甲은 서울 강북구에서 개인의료원을 운영하였던 의사이고 피고인 乙은 비의료인이다. 피고인 乙은 2008. 6.경 서울 강서구 소재 빌딩 일부를 임차하여 그곳에 의료기기 등 의료장비를 갖추었고, 피고인 甲은 그곳에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병원 개설에 소요된 비용이 회수 될 때까지는 피고인 乙에게 고용된 의사로 월급 명목으로 800만원씩 지급받고, 투자비용이 모두 회수된 후에는 수익금을 절반씩 나누어 갖기로 하고 2008. 11. 11.경 H의원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하였다.


한편 피고인 乙은 그의 동생인 丙에게 A의원의 총무ㆍ원무ㆍ전산의 실무자로서 H의원 자금ㆍ운영 등 전반을 관리하게 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찰은 피고인 甲과 乙을 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였다.

 

(2) 제1심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본사건을 살펴보면 의사인 피고인 甲이 병원개설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진 채용에 피고인 乙이 개입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며, 피고인 乙의 부탁으로 채용한 인원도 전체 직원 42명 중 5명에 불과하고, 총무부장으로 입사한 피고인 乙의 동생 丙도 자금 사용을 감시하려는 의도였을 뿐 병원운영을 지배하거나 총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들이 H의원의 소유권과 운영권이 피고인 乙에 있다는 취지로 작성한 2009. 3. 16.자 공증계약서는 피고인 乙을 위한 담보목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 기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甲이 월 800만원을 월급 형태로 수령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 甲이 피고인 乙에게 고용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 乙이 자금사정이 나빠져 乙이 직접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점 ▲비의료인이 의료인에게 자금을 투자한 후 수익분배를 보장 받더라도 의료인이 병원운영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이러한 경우까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甲과 乙이 공모하여 의원을 개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의료법 위반 부분에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고등법원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13. 1. 8. 선고 2012노2724 판결)

검찰이 제1심의 의료법위반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는데 제2심인 고등법원은 1심인 원심이 설시한 사항외에도 ▲피고인 乙이 이 사건 H의원 개설전에 피고인 甲에게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을 분배받기로 약정했던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 乙은 본 사건 투자 전까지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투자했던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피고인 甲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영등포구에서 본건 명칭과 같이 H종합검진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H의원의 개설신고, 시설 및 인력의 충원 관리 등은 피고인 乙이 아닌 피고인 甲이 주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검사는 피고인 甲ㆍ乙이 H의원의 운영권과 소유권이 피고인 乙에게 있다고 공증을 하기도 하고 丙이 총무부장으로 취직하여 자금을 관리하기도 하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 乙이 H의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한 것이락 주장하나, 이 부분 공소사실로 특정된 H의원 개설일시는 2008. 11.11.인데 반하여, 피고인들이 H의원 소유 및 운영관계 등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 받은 것은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2009. 3. 16. 이고, 丙이 H의원에 입사한 것은 약 5개월 후인 2009. 4. 13. 이어서 검사가 제시하고 있는 것만으로 공소사실로 특정된 H의원 개설행위에 피고인 乙이 관여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 乙이 개설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을 분배하기도 했더라도 비의료인인 피고인 乙이 실제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의료법 위반부분 역시 제1심 법원과 같이 무죄로 판결했다.

 

 

 

 

 

 

 

 

3. 판결의 의의
위의 고등법원 판결 등은 의료법상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의 해석과 관련하여 종전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을 인용하면서 ‘비의료인의 의‹관 개설행위’의미와 관련하여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에 이르러야 ‘비의료인 개설’에 해당 한다고 해석(대법원 2012노2724 판결은 비의료인이 극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고등법원에 제기된 사건과 같이 비의료인이 개설, 운영 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고 단지 지분투자를 하고 그 수익금을 배분받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학인하여 처벌과 관련된 법조항 확대 해석을 제한하는 원칙에 따른 판결로 보인다.

 

본 판결 이후 제1심 법원에서 나오는 의료법위반 판결은 대체로 주도성의 판단에 있어 비의료인의 주도성이 없다는 결론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안된다는 의사협회 또는 의료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조계의 의견을 수용하여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넓게 인정하고 있고, 이와 아울러 부정 개설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수수한 요양급여비용 전액에 대하여 ‘사기 범죄’의 피해액이라고 판단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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