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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보조금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모든 것이 보조금은 아니고, 보조금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그 돈의 성격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조금이라는 용어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
보조금은 (1)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할 일은 아니지만 (2) 그 정책적 목표에 부합하는 일들을 하도록 민간을 지원하거나 응원하기 위해 (3) 대가 없이 주는 돈이다(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5헌바168 결정 참조). 그러므로 급부에 상응한 대가로 주어지는 돈은 보조금이 아니다.
예컨대 공공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공기관 청사를 경비하는 용역을 제공한다면 그때 받는 돈은 보조금이 아니라 용역 대금이다. 그 공공기관의 일에 대해서 용역을 제공해주고 받는 돈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의 청년 채용 장려 정책에 부응해서 청년을 채용하고 그 급여의 일부를 국가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것은 보조금이다. 청년을 채용해 일을 시키는 일은 공공기관의 일이 아니라 채용한 사람의 일인데 그 일에 대해서 대가 없이 ‘공짜로 받은 돈’이기 때문이다.
조금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공공정보를 사용하는 앱 개발을 하면 돈을 준다는 공고를 보고 앱 개발에 참여해 돈을 받았다면 이건 용역 대금인가 아니면 보조금인가. 그 앱이 해당 공공기관의 수요에 쓰이는 것이라서 바로 그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것이라면 용역 대금이고, 그저 그 앱을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주는 것이라면 보조금이다.
보조금을 재원으로 한 돈이라면 더 착오하기가 쉽다. 보조금을 교부받은 보조사업자 등이 그 보조금을 이용해 용역을 제공 받고 상대방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인데, 그 대금은 보조금을 재원으로 한 돈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상대방이 보조금을 받은 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법제처 16-0584, 2016. 11. 22. 회신 참조).
보조금의 개념을 설명한 이유는 보조금이 아닌 경우에 대해서 보조금법의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이다. 용역대금을 보조금으로 착오하여 보조금법에 따라 환수처분하거나, 보조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하려는 경우들이 꽤 많이 발생하고 그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해 보조금법의 적용을 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보조금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보조금을 무슨 마땅히 받아야 할 돈으로 여겨서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것에 있다. 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라 ‘여러 개의 눈으로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돈’이다. 보조금은 보조금법상의 엄격한 규율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금원’에 해당하여 ‘국가 등 교부 주체를 위해 보관하는 금원’의 성질을 갖는다. 따라서 보조금을 허투루 썼다가는 보조금법 위반의 죄책을 질 뿐 아니라 횡령죄의 피고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매년 수십억 규모의 국가연구개발보조금 부정사용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그 방법들은 허망하리만큼 단순하다. 허위 거래를 만들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허위 연구원을 등재해 인건비를 더 타내고 하는 식이다. 보조사업이 아닌 연구에 돈을 쓰거나 회사 일반운영비로 사용하는 식으로도 쓴다. 그 이유로 드는 것도 허망하다. 보조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원가도 안 나온다거나 인건비가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해 적다거나 어차피 비슷한 연구라 보조사업과 그것 아닌 것을 구별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를 이유로 든다.
보조금은 대가 없이 주는 돈이다. 보조금이 충분치 않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원래 스스로가 투자해야 할 일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조금은 그 교부된 목적대로만, 쓰기로 약속한 대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여기도 임의로 허투루 쓰는 일은, 국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관하고 있는 돈을 횡령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법무법인 법승은 보조금 단 1월도 허투루 쓰지 않는 일류 국가를 만드는데 기여하자는 모토로 허투루 보조금 신고 센터를 열었다. 널리 제보를 받아, 문제가 되는 사례는 그 정도에 따라 자체 감사 요구와 진정 등 자정을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감사원이나 권익위 신고 또는 형사고발을 통해 시정할 것이다. 한편, 제보자나 신고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익신고법상의 비실명대리신고 제도나 그 외 신고자 보호제도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보상금 등 정당한 보상까지도 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출처 : 한국정경신문 http://kpenews.com/View.aspx?No=2783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