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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행소년 부모와 함께 울고 웃는 '가정법원 국선보조인'의 삶 [박지연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215

 

지난 2015년부터 서울가정법원 국선보조인의 삶을 살고 있다. 변호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만나게 된 삶이다.

 

보조인이란 소년사건에서의 변호인을 일컫는 말이다. 보조인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처분을 구하는 형사사건의 변호인과는 달리 법관의 재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훈육하는 선생님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때문에 비행 원인, 재비행가능성, 부모의 보호력, 보호의지 등을 살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면 때로는 청소년 보호시설, 소년원과 같은 시설 입소처분을 구한다.

 

소년사건에 송치된 아이들의 비행은 오토바이 절취와 무면허 운전 등을 비롯해 편의점 내 절도, 신용카드 부정사용, 장물 거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생각없이 놀면서 저지른 일이기에 다수의 사건이 중첩돼 있다.    

 

이에 법관은 아이들의 첫 비행이 경미하고 예측 가능한 것일 경우 부모의 보호 하에 두는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비행의 횟수가 늘어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최대 두달 간 아이들을 '소년분류심사원'이라는 곳에 위탁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 심사원에 입원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학업성적이 낮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와의 유대감도 깊지 않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급기야 자퇴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국선보조인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이 아이들의 부모들에 대해 '아이들을 소홀히 여겼을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예외없이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했고 이들의 행복을 빌었다.

 

국선보조인의 삶을 살아오면서 나는 이들 부모님들과 함께 많이 울고 웃었다. 이를 통해, 가족이라는 존재는 현재의 고통을 길들여 농축된 추억을 얻는 사랑의 공동체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는 내 아이들을 기르는 데에도 크나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제껏 소년사건으로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만났다. 바르게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나에게 찾아 오거나 '변호사님 덕분에 얻은 새 삶을 잘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것이 국선보조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과 보람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짐이 무거울수록, 우리의 삶이 지상에서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더 생생하고 진실해지며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진다"라고.

 

우리는 중력의 존재다. 그렇기에 두 발을 땅에 붙인 여기 이 곳에서 세상이 주는 온갖 무게에도 넘어지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걸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지혜는 부모만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

 

 

 

출처: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6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