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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출입문 용접 '유치권 행사' 가 적법?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유치권’관련 사건입니다. 유치권은 로마의 법에서 유래된 권리인데요. 독일,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의 법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유치권에 대해서 박기태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기태 변호사(이하 박기태)>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약간 생소한 주제일 수 있는 ‘유치권’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 건데요. 먼저, 유치권이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신다면요?
◆ 박기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받을 돈이 있는 사람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돈을 못 받은 상태에서는 그 물건을 주지 않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동산으로 생각을 해보면요. 내가 어떤 물건을 만들어 달라, 이런 부탁을 받았습니다. 돈을 다 받기 전에는 이 물건을 주지 않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하지 않습니까?
◇ 이승우> 부동산까지 가게 되면 일이 좀 복잡하지 않습니까?
◆ 박기태> 그렇습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게 부동산, 특히 건설 관련된 건데요. 제일 문제가 많이 되는 경우가 이런 겁니다. 어떤 건설 공사는 굉장히 많은 업체들이 들어가서 하나의 건물을 만드는데요. 그 업체 중에 하나가 이 건물을 짓는데 돈을 못 받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건물 전체 공사를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자기들이 지었던 건물. 예를 들어 토대 공사를 했다고 하면, 이 토대 위에는 건물을 못 올리게 하는 겁니다. 많이 보셨을 거예요.
◇ 이승우> 현수막을 쳐놓고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 이 건물에 들어오시거면 안 됩니다.’ 이렇게 써놓죠. 유치권 요건 자체가 있어야 성립이 될 수 있는 그런 권리일 것 같은데요. 요건이 어떻게 됩니까?
◆ 박기태> 첫 번째는 일단 채권이 있어야 되고요. 이제 변제기가 도래해야 되죠. 두 번째는 채권이 목적물 그 자체로서 발생해야 됩니다. 이걸 ‘견련성’이라고 하는데, 관련이 되는 거라는 거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건물이 63층짜리인데, 건물에 약간의 인테리어를 한 업체가 이 63층짜리를 전체를 점유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세 번째는 적법한 점유가 돼야 되는데, 흔히 나오는 사례는 이런 겁니다. 이미 공사가 끝나고 다 퇴장을 한 상태인데요. 돈을 받겠다고 다시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들어갈 수가 없을 거 아니에요. 문을 깨고, 깡패들을 동원해서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이 되면 적법한 점유가 아니기 때문에 유치권 행사가 어렵다는 거고요. 네 번째는 타인의 물건이어야 됩니다.
◇ 이승우> 유치권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실제 사건을 통해 알아보죠.
◆ 박기태> 우리가 아는 유치권 사건의 태반은 싸움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점유를 하고 있어야 돼요. 공사 현장을 점유를 누가 하고 있을 때 유치권을 해결해 준다.
◇ 이승우> 점거하고 있다는 뜻이죠.
◆ 박기태> 네, 점거를 하고 있어야 됩니다. 그러니까 점유를 하고 있어야 되는데, 이 점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들어가서 싸움으로, 몸으로 밀어내는 거죠. 사실 그렇기만 해도 유치권은 없어집니다.
◇ 이승우> 강제로 부딪혀도요? 그럼 형사적인 처벌 문제는 별도의 문제인 것이고요.
◆ 박기태> 그건 별도의 문제지만, 어쨌든 점유율을 잃었기 때문에 유치권 행사는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면 사실 형사처벌을 감수하고도 할 만한 유인이 생기는 거죠.
◇ 이승우> 사실 그 관련해서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크게 부딪힐 수 있는 사안에서는 폭력적인 점거, 또는 점유, 탈취. 이런 문제들이 실제 생길 수가 있다.
◆ 박기태> 의외로 흔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또 준공이 완료돼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유치권 행사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가지고 엘리베이터를 껐다, 켰다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사람들 앞에서 무섭게 하고. 이런 사례들도 있습니다.
◇ 이승우> 그렇게 되면 이 오피스텔 주민들 같은 경우에는 엄청나게 생활상의 피해를 입고 주거의 평온이 완전히 깨진 상태가 되는 거 아닙니까? 재판부는 이런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까.
◆ 박기태> 이걸 먼저 생각하셔야 되는 게, 유치권은 이미 행사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유치권을 행사하려는 소송이 있는 게 아니라 유치권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소송만 있습니다.
◇ 이승우> 그러니까 쟤네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쟤네가 행사하고 있는 유치권이 요건을 못 갖추고 있으니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권리라고 확인해 줘. 이런 소송이군요.
◆ 박기태>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확인하는 소송이다 보니까, 예를 들어서 유치권 행사자들이 100만 원을 받기를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법원이 보니까 한 1만 원만 받으면 돼요. 그럴 경우에도 유치권은 그대로 인정되는 것이죠. 그리고 유치권 행사를 해야 될 물건이 하나가 있을 때 아까 말씀드렸듯이 열 벌 중에 한 벌만 있다. 근데 열 벌을 ‘통’으로 보느냐, 아니면 다 별개의 물건으로 보느냐는 어떻게 보면 판단의 영역이거든요. 그래서 원래의 판례들은 아까 말씀드렸던 건물 전체를 점거한다든가, 이런 경우들도 대부분 유치권을 할 이익이 있다. 그래서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약간 판례가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 이승우> 유치권 관련된 사건을 살펴봤는데, 정리를 하면서 좀 나가볼까요. 실제 현장에서 유치권 관련해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보죠. 공사 현장에서 보면 공사비 증액 요구하는 경우가 요즘에도 많지 않습니까? 건설 자재비가 올라가고, 이렇게 됐을 때 유치권 행사를 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요?
◆ 박기태> 원칙적으로는 이 경우는 원 계약금액 전체를 다 줬는데 증액 요구를 하면서 유치권 행사를 한다. 원칙적으로는 이는 채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유치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유치권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경우인데요. 사실 더 문제되는 거는 공사 중인 경우죠. 그러니까 공사가 완전히 끝난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법적 문제가 좀 간단한데, 공사 중간에 있는 경우. 그럼 ‘기성’이라고 그래서 얼마나 진행했는지에 따라서 돈을 줘야 되는데, 이 돈이 안 들어와서 이 행사하는 경우인데요. 이런 경우라면 얼마를 토대로 유치권을 행사해야 되는지, 그리고 유치권 행사가 적법한지, 안 적법한지. 이에 대해서 사람마다 생각이 되게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요. 두 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건 점유가 있어야 됩니다. 일정 부분에 대한 점유가 아니라 전체에 대한 완전한 점유가 있어야 돼요.
◇ 이승우> ‘전체에 대한 완전한 점유’다. 그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표현인가요?
◆ 박기태> 네,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서 본인들이 화장실을 점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거는 전체에 대한 적법한 점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이승우> 실제 집주인이 인테리어 공사업자에게 공사를 주면서 같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를 제공해 준 적은 없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네,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할 때도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고 계약을 하지요. 이렇게 사람들이 편리하게 부동산 또는 등록된 재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제도를 ‘공시’ 라고 해요. ‘환율 고시’, ‘상장 주식의 가격 공시’도 같은 개념이에요. 이 정보의 공개로 많은 사람들이 신속하게 정보를 확인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런데 유치권은 로마시대부터 존재했던 권리라서 그런지 스마트 폰을 들고 시시각각 정보를 확인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깜깜이로 숨겨져 있어요. 경매로 매입하는 부동산에 유치권이 있는지, 그 유치권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기 매우 어렵지요. 경기침체기에는 경매와 유치권 행사가 더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요. 유치권은 이제 시대의 소명을 다 했으므로 입법을 통해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설명을 들어봤을 때, 이 유치권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이 문제점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문제, 또 유치권을 폐지하고 나면 채권자의 권리들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 부분을 간단하게 정리해 주시죠.
◆ 박기태> 제일 중요한 문제는 담보 물권의 기본 질서를 흔든다는 건데요. 아까 그 건물로 얘기를 하면, 그 건물을 짓기 위해서 수많은 업체들이 돈을 빌려주고, 자금을 대줬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공사대금 채권, 나중에 발생한 그 채권 때문에 앞에 돈을 빌려줬던 사람들은 사실 돈을 못 받는 거예요. 아예 가지고 있으니까 공사 대금을 다 내기 전에는 앞 사람은 오히려 돈을 못 받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면 공사나 이런 데에는 돈을 빌려주기가 되게 어려워지는 거고요. 실질적으로 유치권의 존재 때문에 우리나라 공사 관련 대금의 이율도 높아지고, 회수율도 낮아지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고요. 폭력 사태라든가, 많은 문제들이 있어서 유치권을 지금처럼 전체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유치권을 행사할 때는 공시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개정안도 나와 있고, 아예 ‘유치권’이라는 권리 자체를 없애고 하나의 담보 물권으로 만들어 먼저 돈 빌려준 사람들 후순위로 받을 수 있게 보장해야 된다. 이런 얘기들도 있지만, 현재 제대로 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실정입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기태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박기태>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