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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 법적 문제는? [이승우, 김지수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59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 법적 문제는?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웹툰 작가 주호민 씨’ 관련 사건입니다. 주호민 씨는 ‘신과 함께’라는 유명 웹툰의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은 분이기도 합니다. 주호민 씨 자녀와 관련된 특수교사 사안은 최근의 교권침해의 문제, 아동학대죄와 직위해제처분과 맞물려 커다란 이슈가 되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사건의 핵심 증거로 제시된 녹취 파일의 도청여부와 그 법적평가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김지수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김지수 변호사(이하 김지수)>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변호사님은 웹툰 보시나요?

 

 

◆ 김지수> 아니요. 저는 잘 보지 않습니다

 

 

◇ 이승우> 저는 웹툰을 변호사 시작한 이래 꾸준히 즐겨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주제, 개인적인 주제를 한국적 감성으로 잘 담아내는 것 같아서요. 현재 녹음하는 시점에서 밝혀진 사건 내용 한번 정리해주시죠.

 

 

◆ 김지수>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인 주호민 씨는 2022년 9월 자폐 성향을 가진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주호민 씨 부부는 작동 중인 녹음기를 아들의 가방에 넣어 등교시켰으며, 녹음된 교사의 발언을 A씨에 대한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현재 교사 A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받고 있습니다.

 

 

◇ 이승우> 1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것이죠?

 

 

◆ 김지수> 네, 맞습니다. 8월 28일에 3차 공판이 있습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불면, 불안 등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부모와 교사 등 약 80명은 A씨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 이승우>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녹음기와 녹음파일입니다.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달아 등교시킨 게 밝혀졌죠?

 

 

◆ 김지수> 네, 맞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호민 씨의 아들이 통합학급 수업 도중 여학생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렸습니다. 이에 여학생이 심리적 충격을 받고 두려움을 호소하였고, 주호민 씨의 아들은 일부 수업에 대해 분리 조치를 당했습니다. 얼마 후 주호민 씨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켠 채로 넣어 아들을 등교시켰습니다. 녹음파일에는 교사 A씨의 발언들이 담겼는데,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러한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 이승우>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금 이 특수교사가 좀 불쌍하게 됐다. 주호민 씨 측이 너무 과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 또 이에 대해서는 또 상당히 반박하는 의견들도 소수 있어서 사건의 다른 논쟁점들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요. 오늘은 ‘몰래 녹음’ 문제에 집중해보기로 하죠. 어떤 법적 문제들이 관련되어 있나요?

 

 

◆ 김지수>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크게 3가지 법적 쟁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주호민 씨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것인가, 두 번째는 주호민 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이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가, 세 번째는 주호민 씨가 A씨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가입니다.

 

 

◇ 이승우> 녹취 파일 관련된 손해배상 책임이죠?

 


◆ 김지수> 네, 몰래 녹음한 것으로 인한 손해인 거죠.

 

 

◇ 이승우> ‘몰래 녹음’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바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냐, 아니냐’인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지수> 주호민 씨의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만한 법률과 판결이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통비법 제16조 제1항 제1호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학부모가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했어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학대 행위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부모가 상황을 파악하여 학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녹음에 이르게 된 것은 녹음자(부모)와 대화자(아동)를 동일시할 정도로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아동과 교사 간의 대화를 부모와 교사 간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보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녹음내용이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이승우> 이 내용 관련해서는 사실은 대법원 확정 판결은 아니고, 항소심이었던 동부지방법원에서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죠?

 

 

◆ 김지수> 네, 하급심 판결입니다.

 

 

◇ 이승우> 그래서 앞으로 대법원에서 어떻게 정리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 김지수> 네,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만약에 학대 의심 정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모와 아동을 동일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고요. 그럴 경우에는 주호민 씨가 통비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승우> 대법원에서 어떻게 확정을 할지 향후에 최종적인 판단을 볼 필요도 있고, 학대 행위와 관련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면 하급심 법원 자체도 통비법 위반 행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특별한 한계는 없다. 이렇게 보고 있다는 건데요. 두 번째 문제로 짚어주신 부분이 녹음파일을 법적 증거로 쓸 수 있는지의 부분인데요. 증거로 쓸 수 있나요?

 

 

◆ 김지수> 몰래 녹음한 파일이 A씨의 아동학대 혐의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만한 법률과 판결이 있습니다. 통비법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여 취득한 녹음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재판부에서 A씨가 아동학대를 했는지에 관한 진실발견이 우선이라고 판단한다면 녹음파일을 A씨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것입니다. 반대로 재판부에서 A씨가 갖는 인격적 이익이 우선이라고 판단한다면 녹음파일을 A씨 형사재판의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 이승우> 비교형량하는 게 어떻게 보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볼 수 있겠죠?

 

 

◆ 김지수> 네, 아무래도 법관의 재량이 많이 개입이 되기 때문에 좀 다양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승우> 통비법 규정상으로 보면 사실은 금지되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기는 하는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한번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마지막 법적 포인트는 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문제입니다. 주호민 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겁니까?

 

 

◆ 김지수> 만약 A씨가 주호민 씨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어떻게 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민법 제751조 제1항은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헌법 10조에 근거해서 개인의 인격권이 보장되고, 인격권의 한 부분으로 음성권이라는 기본권이 보장됩니다. 그리고 헌법 17조에 근거해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장됩니다. 몰래 녹음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인가에 관한 판결이 있는데요. 법원은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 이승우> 원칙적으로 불법 행위가 된다.

 

 

◆ 김지수> 네, 맞습니다. 따라서 주호민 씨의 몰래 녹음 행위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되면 A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에서 주호민 씨의 녹음 행위를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평가한다면 A씨의 음성권과 사생활 침해로 인한 손해를 주호민 씨가 배상해야 할 것입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지수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김지수>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