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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언제까지 범죄 사실을 '심신 미약'으로 감형할 것인가? [이승우, 김규백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98

 

 

 

 

언제까지 범죄 사실을 '심신 미약' 으로 감형할 것인가?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심신미약’ 관련 사건입니다. 몸과 마음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한다는 ‘심신미약’의 의미가 법정에서 처벌 형량의 감경 사유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김규백 변호사와 함께 얘기해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김규백 변호사(이하 김규백)>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보통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를 ‘심신미약’으로 감경할 수 있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요. 법률에선 심신미약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 김규백>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물’이란, 일과 물건을 의미하고, 이를 ‘변별한다’는 것은 구분하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 사회통념에 따른 사건과 물건에 대한 구분과 판단능력이 있는가의 문제가 바로 심신장애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이를 단순히 정신적 장애가 있으면 심신장애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감소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심신미약의 인정여부에 따라 선고형 감면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중형이 예상될 경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하급심 판례에서는 ‘심신미약’에 대한 케이스가 어느 정도 쌓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판례에서 확인 가능한 몇 가지 케이스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이승우> 그러면 심신미약과 관련된 사건들 구체적으로 만나보죠. 첫 번째 사건은 무엇인가요?

 

 

◆ 김규백> 첫 번째 사건은 ‘음주 운전과’과 심신미약에 관련된 내용인데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면, 심신미약으로 감경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인데요. 실제 인정된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몇 가지 케이스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음주운전 적발 후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은 내역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피고인이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감소하였다고 볼 수 없어 심신미약을 부정한 케이스가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피고인이 ‘조현성정동장애, 알코올의 의존증후군, 비 기질성 불면증,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 등의 진단을 받고 여러 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를 염두에 두면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 경위를 자세히 보면, 피고인이 택시를 타고 가던 도중, 택시기사가 택시를 버리고 도망갈 정도로 택시기사를 폭행하였고, 택시기사가 도망가자 본인이 택시를 운전하였습니다. 심지어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후 음주운전을 하여 집으로 귀가한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한편,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특히 음주운전이 재범 이상일 경우에는, 주취 상태에서 같은 범죄를 반복할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직전 스스로 음주하여 심신장애의 상태를 야기하였음을 이유로 심신미약에 의한 책임능력 감면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이승우> 술 취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최근에 법원에서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김규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과거에 심신미약으로 감경해달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심신미약으로 감경하는 케이스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렸습니다. 피고인 스스로 술에 취한 상태를 자초했으므로 심신미약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판례의 논거입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아예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20조에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 제2항,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놓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이 규정이 제정되기 전에도 형법 규정에 따라 재판부에서 심신미약 여부는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는데, 위 규정을 입법한 이유는 원칙적으로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로 인하여 성폭력범죄의 형량을 감경하는 것은 다른 범죄보다도 특히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입법취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 이승우> 마지막으로, 심신미약과 관련된 범죄가 ‘특수상해죄’입니다. 여기선 심신미약이 인정되는지요?

 

 

◆ 김규백> 특수상해죄에서는 심신미약을 인정한 케이스가 더러 있어 주목이 됩니다. 케이스들을 살펴보자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정신과의원에서 양극성 정동장애, 현존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조증이 의심되는 상태로 진료를 받았으나 피고인의 거부로 약물치료가 시행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범행 직후 출동한 경찰이 피고인에 대해 음주 및 마약투약 검사를 하였으나, 모두 음성이 나왔고 피고인은 횡설수설하거나 ‘코로나19가 확산중인데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차량으로 돌진했다’는 일반인이 납득할 수 없는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항소심 공판에서 정신감정 촉탁 결과 정신병이 영향을 미쳐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회신이 왔다는 이유로 특수상해 및 특수재물손괴의 공소사실에 대한 심신미약을 인정했습니다. 또 다른 케이스를 보면, 피고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환청이 들려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범행 다음날부터 두 달여간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퇴원 후에도 피해망상, 과대망상 증상으로 행정입원으로 전환되어 조현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그 이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정신병 치료를 받아 온 내역이 있음을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한 심신미약을 인정했습니다.

 

 

◇ 이승우> 네,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실제 법적 대응과 자문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심신미약은 지난 수십 년간 중요한 처벌 감경 사유로 고려되었습니다. 판단에 있어서는 전문 감정인의 정신감정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는 하나, 법원으로서는 반드시 그 의견에 기속을 받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최근에는 심신미약의 인정범위를 크게 축소하여 술에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추세로 판결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오늘 ‘심신미약’과 관련된 케이스들을 알아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심신미약 관련해서 법적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김규백>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결과 없이도 심신장애를 인정한 케이스가 있기는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정신감정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지만, 반드시 그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며, 범행경위, 수단, 범행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가 판단되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즉, 심신장애를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경위와 범행 이후의 피고인의 행동이 정상적인 사람과 전혀 차이가 없이 자연스럽다면 사실상 심신장애가 인정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해석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심신장애 주장은 피고인에 대한 양형에 있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심신장애가 설령 어렵게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치료감호처분이 단독 혹은 택일적으로 과하여질 수가 있으므로 심신장애주장은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규백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김규백>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