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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법원은 어디? 헌재와 대법의 힘겨루기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1997년 이후 25년 만에 두 번째로 대법원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법률 효력은 유지하되 해석과 적용 범위만 제한하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를 수 없다라고 했던 것인데, 최고 법원의 위상을 두고 두 기관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되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 파일 오늘 주제는 ‘헌법재판소 한정위헌 및 재판 취소 결정’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법승 김정웅 변호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김정웅 변호사(이하 김정웅)> 안녕하세요. 김정웅 변호사입니다.
◇ 이승우> 이야기만 들어서는 한정 위헌, 재판 취소. 굉장히 복잡한 법률적 용어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 배경으로 시작이 됐는지 그 배경 설명을 좀 해주시죠.
◆ 김정웅>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신청인들은 대학교 교수들이었는데, 2003년 2월경 제주 통합 영향평가위원회 재해분과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던 중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고 두 사람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입니다.
◇ 이승우> 공무원 의제에 관련된 부분이 적용됐을 것 같은데요.
◆ 김정웅>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신청인 중 한 명이 고등법원 항소심 계속 중 형법 129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청구의 요지는 아시는 바와 같이 형법 제129조는 뇌물수수죄이고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나 중재인만이 이 범죄를 범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진정신분범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자신과 같은 위촉 위원이 공무원에 해당하는 것을 해석으로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위촉 위원과 같은 사람을 공무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한 사건입니다.
◇ 이승우> 공무원에 해당되느냐 안 되느냐. 이거에 대해서 다툼이 있었던 것인데 법원의 해석상으로는 공무원에 해당된다라고 해석을 했고,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위헌이다. 이렇게 봤다. 이런 얘기이신 거죠? 이제 계속 좀 어려운데 위헌, 합헌. 이러면 금방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정 위헌은 뭡니까?
◆ 김정웅> 네. 한정위헌은 제목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법률을 해석하는 한정이라는 의미와, 위헌이라는 헌법에 대한 해석이 교차하는 그런 영역입니다.
◇ 이승우> ‘~라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 ‘위헌이다.’ 이렇게 본다. 이런 결정이군요.
◆ 김정웅> 이런 변형 결정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 애초에 문제가 되는 것이 헌법재판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요.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 단순 위헌 결정과 같이 기속력을 가지는 결정이다라는 입장인 반면에, 대법원은 법률 해석은 법원의 권한이고 따라서 한정위헌 결정은 기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 이승우> 일단 사건으로 돌아가서 한정위헌 결정을 받았으면, 신청인들은 재심 청구를 법원에 할 수 있습니까?
◆ 김정웅> 네 그렇습니다. 사건 신청인들 역시 한정위헌 결정 후에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 따라서 재심 청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는 재심 청구와 재항고를 모두 기각하는 그런 결정을 하였습니다.
◇ 이승우> 그렇다면 법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텐데요. 이 갈등의 의미에 대해서 쉽게 설명을 해주시죠.
◆ 김정웅> 이 갈등의 역사는 1991년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의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한 한정위헌 결정을 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역사적으로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한 30년 정도 되는 그런 갈등입니다.
◇ 이승우> 그러니까 명예회복의 적당한 처분의 해석으로 사죄광고를 할 수 있다라고 포함시켜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렇게 봤던 게 30년 전에 나왔던 91년도의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이었죠.
◆ 김정웅> 네 그렇습니다. 우선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제45조에서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규정인데요.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은 헌법재판소법 제45조가 법률의 위헌 여부만 결정하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위헌과 같은 변형 결정은 법원을 구속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고요. 헌법재판소는 전부를 위헌 선언을 할 수 있는 결정에는 일부를 위헌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 그리고 한정위헌 결정은 질적인 일부 위헌 결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원은 이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그런 입장입니다.
◇ 이승우> 그렇다면 이번 헌법재판소가 내린 한정위헌 결정이 가지는 법적인 의미는 뭘까요?
◆ 김정웅> 분류해보면 크게 네 가지의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는 점을 확인한 점이고요. 두 번째는 한정위헌 결정도 헌법재판소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 그런 위헌 결정이라는 점과, 세 번째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본문에 법원의 재판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 드리면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은 헌법소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재판 부분만큼은 빠지거든요.
◇ 이승우> 예외로 해놨죠.
◆ 김정웅> 그렇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헌법재판소가 빠지는 법원의 재판에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라는 결정에서 이번에 한 발 더 나가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도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 라고 결정합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신청인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법원의 재판을 헌법재판소가 직접 취소한 사건입니다.
◇ 이승우> 두 번째 사례가 됐군요.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는 입법권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을 견제하죠. 미국의 경우에 연방 대법원은 위헌 법률심사권으로 국회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삼권분립이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987년 9차 개정 헌법으로 독일의 헌법재판소 모델을 수용을 했습니다. 대법원이 그 이전에 위헌법률 심사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적으로 이것을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봤던 역사에 대한 반성적인 고려였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제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관점에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헌법과 법률로서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시점이 되었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법원의 재판이 취소됐습니다. 이런 갈등에 앞으로 국민들의 피해도 앞으로도 속출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해결책은 없습니까?
◆ 김정웅> 이에 관해서는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데요. 학계와 실무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한정위헌 결정의 구속력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는데, ‘법원이 변형 위헌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해서 결국은 국민의 피해를 입혔다’라는 그런 의견과, ‘대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순간 재판은 사실상 4심제가 된다’라면서 대법원 스스로 한정위헌 결정에 기속력을 인정하는 그런 판례 변경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합의에 기반한 국회의 어떤 입법으로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 이승우> 외부에서 결국은 개입을 해서 국회 차원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이런 얘기시군요. 지금까지 김정웅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정웅>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