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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법승 이승우 대표 변호사
우리는 생활 속에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한 다음 쉽게 버리고 있다. 폐기물은 소득과 소비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많이 양산된다. 화학물질과 희토류를 이용한 제품의 소비는 안전하게 처리해야 폐기물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우리는 이미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과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경제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폐기물처리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 중 하나다.
우리는 쾌적한 거주 생활 환경과 일터를 원하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변전소, 폐기물처리시설, 교도소와 같은 혐오시설은 우리의 생활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는 우리의 생활 반경에 그와 같은 시설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혐오시설의 설치는 엄격한 입지선정 절차와 까다로운 주민참여를 요구하는 행정절차에 해당하며, 관련 행정절차는 법률과 조례가 정한 절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절차의 하자는 행정소송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며, 아무리 공익적 목적으로 추진된 선정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절차적 하자로 인해 쉽게 무효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이와 관련된 유명한 판결의 제1심 결론을 기사로 확인했다. 그 행정 소송의 이름은 ‘마포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처분 취소 청구 소송’이다. 그 재판의 쟁점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 처분’ 또는 그에 앞선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결정 처분’과 관련된 ‘행정 절차의 하자’에 대한 것이다.
법원은 처분에 이른 행정절차의 하자가 위법한지 판단해야 하고, 만약 위법하다면, 그 위법은 ‘하자의 치유’를 허용하지 않는 무효 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절차의 하자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법 논리는 ‘공익의 효율적 목적 달성’이라는 중요한 반대 법익과 사이에 강력한 긴장과 갈등을 조성한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20150 판결은 위 마포구 소각장 입지 소송과 거의 유사한 법리 판단을 한 사안으로 참고가 된다.
당시, 화순군은 농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을 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폐촉법)’과 관련 화순군 조례에 따라 추진했다. 폐촉법은 시설 입지선정을 위해 정원 11명 이내로 시군구 의원 2인, 공무원 2인, 주민대표 3인, 시군구 추천 전문가 2인, 주민대표 추천 전문가 2인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구성된 입지선정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참석과 참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했다.
화순군수는 관내 주민 210인, 사회단체장 25인, 군 의회 의원 16인, 기자 13인, 군 공무원 16인 등 무려 총 280명의 관내 이해관계인들을 대거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으나, 군수가 선정하는 전문가와 주민대표가 추천하는 전문가는 전혀 포함시키지 않은 상태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투표 의결로써 ‘화순군 한천면 가압리 (주암제 상부)’를 시설 대상 입지로 결정했고, 전라남도지사는 이를 승인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화순군 일부 주민 32인은 전라남도지사를 상대로 ‘폐기물처리시설승인처분 무효확인 등’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제1심인 광주지법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 위원의 하자는 취소사유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 및 각하했다. 그러나 광주고법은 “각 2인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도록 한 입법취지는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전문가로 해금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에 따라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을 사전에 심도 있고 공정하게 검토해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함으로써 △전체 주민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하도록 해 주민 참여를 보다 실질적인 것이 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이나 소수 주민대표의 경솔한 결정으로 인한 주민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지해 △행정의 민주화와 신뢰를 회복하는데 있다.”는 이유를 들어 4인의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의결에 이른 절차의 하자는 중대한 것이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보아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위원회 구성의 ‘절차 하자’에 대한 광주고법의 판단을 지지해 무효 판결을 확정했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법원의 판결 법리만 확인하고 말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07. 4. 12. 이후, 화순군의 농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이 어떻게 처리됐을지 그 후속 처리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화순군 농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은 2008년 12월 2일 ‘사용 개시 승인’을 받아 가동 중이다. 그리고 그 입지는 화순군 한천면 가암리 산 92번지로 위 대법원 판결에서 무효로 선언된 ‘입지’와 동일한 위치에 건설돼 가동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순군은 위 대법원 패소 판결 확정 전인 2007년 4월 13일 화순군 '폐촉법' 조례를 개정해 입지선정위원회의 대상이 되는 폐기물처리시설의 면적 기준을 확대하고 이를 공포하는 한편 전라남도에 6월 18일 설치승인을 받아 재추진했다.
이러한 화순군의 재추진을 반대한 주민들 300여명은 2007년 9월 14일 광주지방법원(행정부)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 처분 무효'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그러나 새롭게 추진된 농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의 면적 기준은 입지선정회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돼 확정됐다.
그렇다면, 최초 화순군의 입지선정위원회의 절차 하자가 중대 명백해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던 광주고법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무엇일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또한 절차 하자에 의한 무효 사유를 법문으로 구체화 해 최대한 열거하고, 당연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절차의 하자라면 그 치유를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가능하도록 해 무익한 행정절차가 소송 외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독일 행정절차법 제44조, 제45조, 제46조의 규정’을 참고해 규범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