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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넘긴 계좌번호! 금융실명법위반 방조 무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조회수 : 95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가운데 이러한 기류에 편승해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 가능성도 예상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 정부기관의 재난안전?방역 문자메시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고 있는 실정인 것.

이에 금감원은 의심 문자메시지에 있는 인터넷주소를 클릭할 경우 악성 앱이 설치되거나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보이스피싱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심스러운 전화번호, 인터넷 주소(URL)는 절대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법승 안지성 형사전문변호사는 "저금리 전환 대출, 대리시험 아르바이트, 고수익 재택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한 조직적 전화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어 자신의 체크카드나 통장 등 접근매체를 양도 내지 대여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는 것이 일반적" 이라며 "더불어 단순히 계좌번호 등 계좌정보만 넘긴 경우에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줄여서 '금융실명법' 내지 '금융실명거래법' 이라 합니다) 위반 내지 그 방조 혐의로 처벌 위기에 놓이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혹시 불법은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체크카드나 통장을 대여하거나 계좌번호를 알려주어 본인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며 "통장이나 체크카드의 경우 아무리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를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계좌번호의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아르바이트비 등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에도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번은, 연 20%에 가까운 고금리에 시달리다가 연 5% 대의 저금리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는 금융기관 명의로 발신된 문자메시지를 보고 대출을 문의했다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몰려 자신의 계좌가 지급정지된 의뢰인이 법무법인 법승에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그 경위야 어찌 됐든 의뢰인이 위 저금리 대환 대출 문자피싱에 속아 자신의 계좌번호를 성명 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제공하였고, '당신에게 5%의 저금리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 1000만 원 정도의 허위 거래내역만 더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우리가 당신 계좌에 돈을 입금해 주면 당신이 그 돈을 우리에게 돌려달라.' 는 취지의 말을 듣고 작업 대출 명목으로 그 계좌로 송금된 금원을 위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계좌로 송금하였다는 이유로, 의뢰인이 성명불상자를 비롯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범행을 방조하였거나 적어도 성명불상자의 '작업대출' 과 같은 탈법행위에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보고 있었다.

안지성 형사전문변호사는 "의뢰인과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해당 행위가 보이스피싱은 고사하고 불법인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이 사건 범죄에 가담하게 되었는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을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현금으로 인출 후 불상의 타인에게 무통장입금을 해주었고, 이로 인해 자신의 계좌가 정지되자 그제야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도울 의사나 그와 같은 불법 내지 탈법 행위에 가담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며 "이에 그간 처리해온 수십 건의 보이스피싱 사례 해결 노하우를 바탕으로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이미 대화방을 나가버린 카카오톡을 복원하는 등 의뢰인이 보이스피싱인지 전혀 모르고 이 사건 범죄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해나갔다" 고 요약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의뢰인이 경찰 조사를 받기 전 변호인을 선임, 보다 면밀하고 주도적인 대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변호인이 함께 경찰 조사에 입회하여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더불어 변호인이 미리 채증한 증거를 적시에 제출 가능했다. 그 결과 통상 보이스피싱 인출책에게 적용되는 사기 방조 혐의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무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행법상, 고의든 아니든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 명의의 금융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 여전히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보이스피싱 인출책 사례에서 사기 방조혐의는 다행히 벗더라도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혐의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다.

안지성 형사전문변호사는 "이 사안 역시 검찰에 송치된 이후, 사건은 사기방조가 아닌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가 더욱 중요한 쟁점으로 꼽혔다" 며 "의뢰인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도 보이스피싱인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허위로 대출실적을 쌓는 이른바 작업대출 행위가 탈법행위인 것을 몰랐는지 여부 판단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후 검찰은 의뢰인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신청했다" 고 전했다.

이어 "사안에 따라 벌금형도 상당한 선처이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유사한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공소 제기된 사례들을 수집하여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한 결과, 의뢰인의 경우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려 의뢰인을 설득해 관련 절차를 진행해나갔다" 며 "재판에서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위반죄의 성립요건을 면밀히 분석하여 동법에서 탈법행위의 예시로 범죄수익의 은닉, 비자금조성, 조세포탈, 자금세탁을 들고 있는 점, 금융실명법의 입법목적 등을 고려했을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입출금 거래 목적이 되는 속칭 '작업대출' 이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의 '그 밖에 탈법행위' 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주장했다" 고 정리했다.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논리적인 법승 형사전문변호사의 주장과 변론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마침내 ① '작업대출' 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의 '그밖에 탈법행위' 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②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정범인 성명불상자가 타인인 피고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그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의뢰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번호를 범죄조직에 넘겼더라도 범죄에 대한 인식여부를 꼼꼼하게 살펴 대응한다면 부당하거나 과중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도록 방어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에는 정확한 법률적 분석과 판단 가능한 조력자의 역할이 유죄와 무죄 결과를 가르는 관건으로 작용함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