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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책임 주체를 정하는 법 [이승우, 조범석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36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책임 주체를 정하는 법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사건 파일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내용입니다. 어제 방송에 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실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친절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법승의 조범석 변호사와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주체일 텐데요. 책임의 주체를 정하는 데 있어서 문제점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 조범석 변호사(이하 조범석)> 널리 알려져 있듯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였던 각종의 인명 사고들이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나 안전불감증 등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자성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과거, 공사현장 등에서 안전에 관한 활동을 안전보건관리자에게 떠넘기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우게 하는 관행이 만연했었는데, 기업의 오너 같은 경영책임자의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의 변화 없이는 인명피해를 막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 오너 같은 사람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에 대한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월급사장,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같은 사람들을 내세워서 법적용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 특히 검찰은 안전보건 업무에 관해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면밀히 살펴서 이른바 꼼수로 처벌을 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채석장에서 노동자 3명이 토사에 매몰되어 사망한 사건에서, 그룹 회장이 사고현장 채석작업 방식을 직접 결정하였고, 사고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기업 오너를 안전보건업무에 관해 실질적, 최종적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고 기소하기도 하였습니다.

 

 

◇ 이승우 변호사> 처벌과 양형 관련해서는 쟁점이 어떤 게 있을까요?

 

 

◆ 조범석 변호사> 기본적으로 양형 문제는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고, 더욱이 지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창기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에서 범죄성립 여부에 대해서조차 다툼이 많은 현실에서, 수사기관이 양형에 관련된 자료까지 세밀하게 신경 쓸 여력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은 기본적으로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해야 성립하는 범죄이고, 따라서 중대산업재해든 중대시민재해든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무조건 존재하는 것이고요,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이 으레 그렇듯이 피해회복, 합의 여부는 중요한 양형사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사망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안들을 보면, 대부분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가 되었던 케이스들입니다. 물론 안전사고 즉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이라는 동종 전력이 있는 대표이사가 유족과 합의를 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긴 한데, 합의나 피해회복이 실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감경사유로 작용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럼 합의나 피해회복이 주로 어느 단계에서 이뤄지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사경과 같은 경찰수사단계에서인지 또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서인지 아니면 아예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간 다음에서인지와 같은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통계나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례나 실무자들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중대재해 사건에서 수사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보시면 되고요, 거의 대부분 재판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양형과 관련해서 추가로 말씀드릴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대재해 사건에서 특유한 것은 아니지만, 상습적으로 법위반을 하는 사람은 선처받기 어렵습니다. 실명을 직접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평택의 한 기업 공장에서는 3년 간 유사한 끼임 사고가 무려 12건이나 발생하기도 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인 모 제강회사의 경우에도 해당 사건 이전에 수년 간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여러 차례 적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이런 경우 경영책임자 등의 준법의식이 미약하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을 중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이승우 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의 수사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이 종종 들리는데, 맞는 이야기인가요? 보통 어느 정도 걸리는지?

 

 

◆ 조범석 변호사> 신속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입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이하여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작동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가 '수사 장기화'의 문제입니다. 2022년 기준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건 처리율은 22.7%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이렇게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념들이 모호한 부분들이 많고, 아직 확립된 법리나 판례가 없어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은 점 때문에 수사기관이 판단이나 처분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이 문제는 수사 인력의 문제와 밀접히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1차적으로 수사하는 핵심 인력이고, 산업재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들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 수나 역량에 따라서 수사의 속도, 사건처리 기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장의 수는 약 2천 곳, 근로자는 무려 2만 명 정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국에 중대재해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대답을 듣고) 전국에 10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매우 부족한 숫자처럼 느껴지지요.

더욱이 참 슬픈 이야기이기도 한데, 지금 들리는 바로는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 투입되는 근로감독관이 증원이 되기는 하였지만, 산업재해 관련 경력이 짧거나 신규 근로감독관 위주로 충원되고 있어서, 사건처리와 수사가 지연되는데 한 몫을 한다고 합니다. 만약에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실시되면,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과부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에 수반하는 수사지연, 사건관계인의 피로감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역시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요, 따라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 이승우 변호사>오늘 ‘중대재해처벌법과 수사’에 대해 얘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관련해서 법적 조언을 해주신다면?

 

 

◆ 조범석 변호사> 사실 오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몇 가지 쟁점에 관한 수사실무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법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중대 산업재해, 중대 시민재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겠죠?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대로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조치 의무를 다해서,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문화와 의식이 뿌리 깊게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들도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행하는지에 대해 자문과 컨설팅 역할만 해도 될 것입니다. 문제가 있어서 법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필요가 없어서 법이 사라지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가져 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세계를 뜻하는 “유토피아”가 우리 곁에 오기를 꿈꿔 봅니다.

 

 

◇ 이승우 변호사>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조범석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조범석 변호사> 감사합니다.

 

 

◇ 이승우 변호사>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 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