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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 업무 범위 속 ‘기본적 행정사무’란? [안성훈 변호사 칼럼]

조회수 : 130

 

최근 행정사가 2건의 사건에 대하여 행정심판 사무를 처리하기로 하고 받은 착수금(1100만 원, 760만 원)과 받기로 한 성공보수(3000만 원, 2000만 원)의 대부분을 인정받지 못하고 정당한 보수로서 각 100만 원만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는 항소심 판결이 선고(원심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2. 7. 21. 선고 2021가소81221 판결, 항소심 광주지방법원 2023. 6. 28. 2022나63040 판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판례에서 재판부는 행정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및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작성과 그 작성된 서류의 제출대행’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행정사가 그 한계를 넘어 소송사건 또는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기타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사건의 법률상 또는 사실상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이는 강행법규로서 같은 법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익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해 그 자체가 반사회적 성질을 띠게 되어 사법적 효력도 부정된다’고 본 것이다.

 

앞서 언급된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및 행정기관이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작성과 그 작성된 서류의 제출대행’이라는 행정사의 업무범위를 ‘기본적 행정사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행정사 자격 제도는 ‘일반적인 행정지식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 행정사무는 분야별 전문 자격사에게 맡기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법제처 15-0443, 2015. 5. 21).


관련해 ‘행정기관’에 대한 업무를 모두 행정사가 할 수 있다는 오해가 여전한바 이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행정사가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 행정사무의 범위를 이해하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행정사는 변호사법상의 법률사무를 할 수 없고, 일반적 행정지식을 넘어 특별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여 다른 전문자격사의 독점적 업무 범위로 규정된 범위에서 업무를 할 수 없다.

 

나아가 행정사가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없는 문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행정사가 사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등을 작성하거나 제출 대행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사법’이란 법을 해석·적용하여 권리·의무관계를 확정하거나 국가 형벌권을 발동하는 행위 등을 의미하는 것인바, 행정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을 작성·제출하거나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고소장을 작성·제출할 수는 없다(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가목, 다목 등 참조). 그리고 ‘준사법’이란 행정기관이 사법적 절차와 유사한 절차를 갖춰 일정한 범위에서 사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작용을 말하며, 그 기관을 준사법기관이라고 한다. 행정심판이 그 대표적인 제도이다.

 

이때 준사법기관은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행정사가 그에 대해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얼핏 의문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우문이다. 준사법기관은 행정기관의 사법작용이므로 ‘법을 해석·적용’하는 등 그에 관한 업무는 당연히 법률사무에 해당한다. 변호사법 또한 준사법적 절차가 법률사무임을 명시하고 있다(동조 제1호 나목 등 참조).

특히 행정사가 행정기관에 대한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된 업무는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여 행정사의 업무가 다른 전문자격사와의 관계에서 ‘보충적인 지위’에 있음을 이해하기 쉽게 규정해 놓았다. 즉, 행정사는 행정사가 아닌 분야별 전문자격사의 고유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인노무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만이 업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사무를 행정사가 자신의 업무로 할 수 없는 것 또한 분명하다.

 

‘전문 자격사 제도’는 그 자격을 가진 자에게 허용하는 업무와 책임의 범위에 따라 자격취득과 업무개시 방법에서 그 검증의 정도를 달리하고 있고 및 윤리성·책임성을 담보할 장치도 달리 마련해두고 있다. 행정사가 기본적 행정사무에 해당하는 업무로 그 업무를 제한받는 이유는 그에 부합하는 자격취득과 업무개시의 검증만이 이루어지고 윤리성·책임성에 관한 의무도 그에 부합하는 정도로만 요구받기 때문이다.

 

실제 행정사는 경력직공무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하거나 6급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하는 요건만 갖추면 모든 과목을 면제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2021. 12. 31.기준으로 하면 행정사 자격을 취득한 413,837명 중에 시험을 전부 면제받은 사람이 378,601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행정사 10명 중 9명은, 단순히 공무원 경험 말고는 그 전문성을 보증할 객관적 지표가 없음을 뜻한다.

 

경력직 공무원으로서 근무한 경력은 자신이 종사한 공무의 분야나 단순한 일반 행정 절차에 관해서는 전문적 자질이 있다고 할지 모르나 다른 전문자격사가 독점적으로 행할 수 있는 전문적 사무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변호사를 비롯한 다른 자격사의 자격취득 과정은 그 특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엄밀하고 복잡한 체계를 가진다.

 

업무개시 요건도 행정사는 기본교육과 실무수습교육을 합해 60시간만 이수하면 바로 업무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자격사는 대개 5개월 이상의 실무수습기간을 거친다. 요구되는 의무, 단체의 규율, 징계제도 등 윤리성·책임성 담보 장치도 행정사는 다른 자격사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부족하다. 이에 행정사는 기본적 행정사무의 수행에 부합하는 검증제도와 책임만을 가지고 있다.

 

서두에 소개한 판결에 대해서 혹자는 ‘행정사가 일을 간단하게 하지 않고, 사법절차에 준하는 업무로서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점에 대해 심도 있게 관계 법령과 법리를 검토하고 일을 포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째서 반사회적 법률행위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위법의 본질이다. 준사법적 절차에서 법령과 법리를 검토해 포괄적으로 의뢰인을 대리하는 것을 업무로 할 수 있는 자격이 바로 변호사의 자격이므로, 변호사의 자격 없이 그 일을 수행하고 돈을 받았다면 당연히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법률상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실상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사실상 대리’ 또한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것임은 물론이다(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도17737 판결 등 참조)

 

국가는 공익을 위하여 관리될 필요가 있는 행위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도록 그 행위를 유상의 업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관리하는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격제도의 건전한 운영의 본질은 그 업무 범위를 질서 있게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정사가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자격제도의 본질에 어긋나고 전문 자격사들의 업무 범위를 체계적이고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행정사는 기본적 행정사무를 적정한 가격으로 대행하여 국민들이 행정서비스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자격이다. 그리고 각 전문자격사들은 국가가 보증하는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국민에게 높은 품질의 법률서비스 등을 제공할 사명이 있다. 법이 부여한 권한 내에서 각자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사회를 만드는 길임을 기억해두자.

 

 


출처 : https://www.lawtimes.co.kr/opinion/190607?serial=1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