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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소환 조사와 그 초기 대응에 대하여 x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와 그 초기 대응에 대하여

 

 

어느 날 경찰로부터 사실관계 확인이라며 경찰서로 나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어떤 사람에게 전화나 우편으로 소환통보를 하는 것은 당연히 그 사람을 조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로서는 이런 전화나 통보를 받는 것 자체부터 덜컥 겁이 나면서 과거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나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어떤 신분에서 조사를 받는 것인가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칼럼에서는 형사법이나 수사, 조사 관련 판례 등이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될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궁금증과 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수사 과정 초기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하여 공통되는 조사 대응 요령을 조금 알아 둔다면 구체적인 사건의 구분을 떠나 조사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1. 수사, 조사기관으로부터 출석 요구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처음 조사 기관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딪치는 고민은 경찰로부터 “몇 월 며칠 몇 시에 00경찰서 00과로 출석해달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입니다. 이러한 전화를 받으면 평소 상당히 침착한 사람이라도 당황하기 쉽고, 자신이 왜 출석을 해야 하는지, 출석하는 이유가 자신이 관여한 어떠한 사실의 확인을 위하여 출석하는 참고인인지 아니면 사건의 혐의자로서 고소 또는 고발이 되거나 하는 등의 사유로 피의자로서 조사를 하기 위한 것인지 자세하게 묻지도 못하고 급히 전화를 끊게 되는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 ‘아차 출석을 요구 받은 시간에 중요한 업무가 있는데, 또는 약속이 있는데….’ 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좋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고, ‘무엇 때문에 나를 부르는 건지?’ 물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적지 않은 떳떳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공연한 근심과 걱정이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까 하지만, 괜히 번거롭게 일을 키우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도 찜찜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바쁜 일정에 편입되어 어쩔 수 없이 잊었다가 다시 여유가 생기면 머리 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더 복잡해지고, 마음은 답답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상담 과정에서 참 많이 받습니다.

 

경찰로부터 전화로 소환 요구를 받거나 또는 검사(검사실)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으면, 우선 ‘무슨 일로 출석을 요구하는지’ 차분하게 물어보아야만 합니다. ‘괜히 수사기관에 까다롭게 굴어서 괘씸죄에 걸리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공손하고 점잖은 말투로 이야기를 하면, 수사기관이나 조사기관 모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환 조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줄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참고인 또는 피의자에게 조사, 수사에 출석을 요구할 경우, 어떠한 이유로 출석을 요구하는 것인지 설명해줘야 할 형사소송법 상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래 소환 통보는 문서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전화를 걸어 말로 전달할 내용은 아니므로 정상적인 수사관이라면 위와 같은 문의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을 할 것입니다.

 

만약 문의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 없이 ‘그냥 오시면 됩니다.’라고 하거나 수사기밀이므로 말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참고인일 경우에는 출석을 거부하시면 되고, 피의자일 경우에는 소환일자를 조금 넉넉히 정하도록 한 다음 바로 형사 전문 변호사와 긴밀하게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즘과 같이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 범죄가 만연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라고 이야기하는 전화를 받고, 질문도 없이 바로 “네 알겠습니다. 그날 출석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기대하는 것과 달리 ‘만만하다’ 또는 ‘잘못이 있긴 있나 보구나’라는 선입견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씀 드린 여러 가지 점을 참작하여 전화 연락을 한 수사관에게 소환이유 등을 자세하게 문의하고, 출석할 장소가 어디인지, 전화를 한 수사관의 이름은 무엇인지, 직통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 출석하여 진술할 내용은 무엇인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 것 같은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그 대답 내용에 따라 출석 일자를 나의 스케줄 등을 고려하여 협의하고, 조사를 받기에 가장 수월한 날로 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가령 전날 늦게까지 근무하거나 점심시간에 간신히 수사기관에 급히 출석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인정하지 않아야 할 사실을 쉽게 포기하고 그냥 수사기관의 주장대로 인정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스케줄 조정이 지금 바로 전화 통화 중에 이루어질 수 없다면 수사관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여, 오늘 중으로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 일정을 확인한 후에 다시 연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도 국가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일단 ‘국민’이고,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로서 ‘소환 조사자의 생업에 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지침을 일선 수사기관에 내려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무조건 경찰의 일정에 맞추어야 한다는 관행은 없습니다.

다만, 검찰청은 수사일정이 다소 촉박하고 경찰에 비하여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있어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경찰에 비하여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으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의뢰인의 일정을 고려하여 수사기관과 조사 일정의 협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제대로 묻지 못하고, 출석을 요구 받은 날 출석하겠다고 대답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냥 포기하여서는 안됩니다. 충분히 생각을 해보고 일정을 검토한 다음 다시 전화를 걸어 “아까는 근무 중에 전화를 받아 제대로 확인을 못하였는데….”라고 하면서 담당 경찰관을 연결하여 일정 조율을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법원, 검찰, 경찰에서도 수사기관의 소환 일정에 소환 조사자에게 다른 업무가 잡혀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시간 조정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담당 수사관의 당직 일정을 고려하여 저녁 7시 이후에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주말을 이용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일과 중에 반드시 시간을 맞추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한 소환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결정된 소환 일시에 앞서, 내가 조사 받을 내용에 대해서 법률전문가와 상의할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한 소환에 바로 응하여 출석하기 보다는 한 템포 늦추어 시간을 확보하여 사건과 관련한 절차 및 수사 방향의 전개에 대하여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 할 것은 정리하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하여 충분히 듣고 출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면 문제가 되는지

조사 과정에 혹시 변호사를 대동하고 출석하면 경찰이 ‘당신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변호사까지 달고 나왔구만’이라고 생각할 것이 걱정된다는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이나 검사가 “~ 하면, 선처해주겠다.” 또는 “~ 정도 밖에 안 되는 사안이니 걱정하지 말고 이야기 해도 좋다”라고 이야기 하였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안타깝지만 수사기관은 나의 죄를 찾는 수사기관일 뿐이고, 그 임무에 충실하여야 하는 사람이니 내가 그 수사관을 의지해서 나의 처벌을 맡기고 의지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태로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사기관도 임무가 수사여서 나를 공격하는 것이지, 내가 미워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므로 굳이 수사기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고 싸우는 것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사건이 더 악화되도록 만드는 행동일 뿐입니다.

수사기관의 앞에서 내용이 잘못 전달되거나 불필요한 사실이 과다하게 전달되지 않도록 조금 긴장을 하고, 조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수사기관을 이유 없이 불신하거나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변호사를 대동해서 출석하는 것은 우리 형사소송법이 피의자에게 보장하는 법적 권리일 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의 수사절차와 법률 이론의 문외한인 피의자 스스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절차 진행과 판단에 이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심리적으로 낯선 공간에 나의 법률 조력인인 변호사가 함께 있다는 안정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변호인이 사건의 조사과정을 모두 청취하고, 메모하여 사건에 대한 수사 방향을 인지하고 그 방향이 적절한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말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조사 후 정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수사기관의 조사에 임하지 않았던 변호인이 수사과정에 대하여 비 법률가인 의뢰인이 전달하여주는 말만 듣고 대략 짐작하여 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면 그 의견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을 경우가 많아 엉뚱한 방향을 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변호사의 조사 참여는 매우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조사에 앞서 변호인과 충분한 사건의 논의를 하고, 조사에 임하여야 한다는 사실은 몇 번을 강조하여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건과 사고의 초기에 초동 대응을 잘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입니다.

 

 

수사기관의 조사에 있어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수사기관의 조사 내용은 ‘조서’라는 공문서의 형태로 정리되어 남게 되므로 그 이후의 조사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별 일도 아닌데, 변호사까지 데리고 왔냐’ 또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을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면, 변호사가 선임되면 수사기관 임의로 조사하기 불편하다는 뜻을 달리 표현한 것 아니겠습니까.

 

수사기관이 수사를 할 때 편하게 한다고 하여 처벌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함께 출석한다고 하여 변호사가 때와 장소를 모르고 수사기관과 대립 각을 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의뢰인을 위하여 싸워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아는 형사 전문변호사의 존재만으로도 재판까지 가지 않고, 최소한의 조사로 사안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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