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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경 대법원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 재판에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에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급정거한 차에 놀라 넘어졌다면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에 해당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파기, 관할법원으로 환송되었다.
당초 A씨는 지난 2020년 4월 소형트럭을 운전하던 중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를 건너던 9살 B양과 부딪쳤다. 사고 직후 A씨는 차에서 내려 B양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이후 넘어진 B양은 괜찮다고 답한 뒤 절뚝이며 인근 상점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A씨는 B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자신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사고 당일 B양은 자신의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고 전치 2주의 무릎 상해를 진단을 받은데다, 사고에 대해 검찰은 A씨가 트럭을 운전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피해 아동을 충격한 뒤 피해 아동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다며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이에 1심 법원은 피해 아동의 진술만으로는 아동이 횡단보도 안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씨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법정에서 횡단보도를 벗어난 곳에서 B양이 갑자기 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뛰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급정거했고, 그 직후 B양이 차 앞에서 넘어졌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록 자동차가 보행자를 직접 충격한 것이 아니고 보행자가 자동차의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A씨로서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도로를 횡단하려는 보행자가 흔히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아이를 발견한 즉시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속도를 줄여 서행하고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도주치상’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는 범죄를 말하며 흔히 ‘뺑소니’라고 불리는 사안으로 사람이 다쳤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고후미조치보다 그 죄질이 무겁다고 평가되는 혐의다. 이에 도주치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속하는 혐의로 혐의가 인정된다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 만약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처벌은 대폭 가중되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 사안처럼 직접적인 접촉이 없거나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할지라도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연락처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 도주치상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피해자의 연령이 어리거나 고령으로 사고 대처 능력이 미흡한 경우라면, 아무리 피해자가 만류를 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육안으로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호자에게 피해자를 인계하거나 사고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한다.
실제 술자리에는 참석하였지만 분위기를 맞추고자 술잔에 입만 대었다가 귀가 중 골목길에서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사람을 보고 급히 차량을 정차,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훈계를 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가 뺑소니로 사고 접수되어 경찰조사를 받게 된 의뢰인이 법승 광주사무소에 조력을 요청해왔다.
당시 의뢰인은 경찰의 조사를 받기 전부터 경찰로부터 음주운전 후 도주한 것 아니냐는 강한 추궁과 질책을 받았는데, 의뢰인은 피해자와 충격한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수사관은 계속해서 ‘차량으로 피해자를 충격하였다.’라고 말하여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었다며 이에 가장 먼저 사건 현장을 방문하여 현장 분석을 하였고, 담당 수사관이 의뢰인의 기억에 반대되는 증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사건 현장의 CCTV 영상을 신속하게 확보, 이를 분석해 수사관이 의뢰인에게 말한 것과 같은 충격영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파악한 동시에 피해자와 만나 합의를 진행하였고, 다행히도 피해자의 상해가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여 증거로 확보했다. 이를 종합해 비록 의뢰인의 운전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비접촉(혹은 경미한 접촉)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의뢰인이 현장을 떠난 이후 피해자가 사고 직후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였지만 법리적으로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결과 구체적으로 법리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검찰 송치된 사안이었으나 검찰 수사단계에서 담당 검사와 면담을 하고 법리적인 주장과 함께 의뢰인의 사정을 설명, 검찰 역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형법상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불기소처분(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사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의뢰인과 같이 업무상 운전이 필수인 직업군의 경우 도주치상 혐의 연루 및 처벌 받게 된다면 형사처벌과 더불어 면허가 취소되고 향후 4년간은 면허를 재취득 할 수 없기에 수사단계에서 불기소되거나 기소유예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유리한 증거들을 수집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유리한 증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기에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적절한 초기대응과 법리적인 주장을 펼칠 경우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광주형사전문변호사 조형래, 임대현 변호사)
출처 : http://www.mediaf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