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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여권상의 영어 이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이승우, 안성훈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73

 


여권상의 영어 이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사건파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활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오늘 함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이름’ 사건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이하면서 중요한 여권법상의 이름의 영어표기와 관련된 사안을 행정법 전문변호사인 안성훈 변호사와 알아보고자 합니다. 어떠한 부분이 문제가 될 것 같은지 천천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개방 통상의 수준이 고도화 되면서 발생한 새로운 법률 문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안성훈 변호사(이하 안성훈) >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 오늘 여권 ‘이름 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건데, 평소에는 이름에 대해 생각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 안성훈 > 자기소개할 때 무엇부터 이야기하시나요? 이름입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이름을 가진 다음에야 하나의 인격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지요. 나에 대한 가장 첫 번째의 표현이고 나의 삶이 만들어지는 첫째의 기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에 대한 권리는 너무도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내 이름을 내 이름대로 불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경우들이 있어서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이름을 지을 때 항렬자, 돌림자를 많이 사용하고 주로 한자로 이름을 지어 그 뜻을 중요하게 했는데, 요새는 ‘순수한 우리말’로 이름을 짓거나 심지어 특정 영어 단어나 발음을 염두에 두고 아예 영어 이름을 우리말로 적어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여권을 발급할 때입니다. 생각했던 영어 스펠링이랑 외교부에서 허용하는 스펠링이 다른 경우가 그런 경우인데요.

 

 

◇ 이승우 > 여권에 영어 이름을 넣을 때, 신중해야 되는 게 한글의 영어 표기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잖아요? 이것 때문에 이름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기도 하겠네요?

 

 

◆ 안성훈 > 부산은 영어로 어떻게 쓸까요? 예전에는 Pusan였는데, 지금은 Busan으로 쓰지요?. ‘정’이라는 성씨는 어떻게 쓸까요? Chung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Jung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Jeong라고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맞는 걸까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우리말을 로마자로 쓰는 표준적인 기준입니다. 

글자마다 대응하는 로마자 알파벳을 매칭 시킨 것입니다. 여권법 시행규칙은 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이름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출입국 심사 관리나 우리 여권에 대한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서 일정한 기준을 지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에 여권법 시행규칙 제2조의 2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고시에 따라 음절 단위로 음역(音譯)에 맞게 표기하며, 이름은 각 음절을 붙여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다만,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한글 성 또는 이름이 로마자로 표기되는 외국식 이름 또는 외국어와 음역이 일치할 경우 그 외국식 이름 또는 외국어를 여권의 로마자 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승우 > 그런데 문제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모든 한글 발음을 자연스럽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죠?

 

 

◆ 안성훈 >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고시는 2014년에 개정되고 난 이후 약 10년간 한 번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양한 발음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어를 영어로 변환시키는데 중점을 둔 문제점이 있습니다. 영어도 표음문자에 해당하나 우리나라 한글과 다른 점은 하나 소리와 글자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하나의 글자가 많은 소리를 가지는 구조라는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영어 발음 소리만 총 46개나 되는데,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이를 모두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 규칙은 한글에서 알파벳으로 변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이름을 ‘외국어를 먼저 염두에 두고’ 지은 경우에는 불일치가 더욱 심해집니다.

 

 

◇ 이승우 > 특히 한글 모음 ‘ㅣ’의 영어 표기가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I로 표기하면 ‘아이’로 발음될 수 있고, ‘e’로 표기하면 ‘에’로 발음될 수 있잖아요?

 

 

◆ 안성훈 > 가령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이’발음은 ‘I’라고 적지만, 실제로 ‘I’는 전후에 어떤 알파벳이 위치하는지에 따라‘아’발음이 날 때도 있고, ‘이’발음이 나는 ‘ee’도 있습니다. ‘Hermione’를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헤르미온느, 헤르미오네 등으로 읽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발음할 때는 ‘헐마이오니’라고 읽습니다. 국어 로마자 표기법으로 적는다면 Heolmaioni 라고 적어야 합니다. 그런데 헤르미오네, 헤르미온느라고 짓는다고 해서 Hermione라는 로마자 표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글 발음으로 또 다르게 적어야 하죠.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연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여권법 시행규칙 제2조의 2 단서는 로마자로 표기되는 외국식 이름 또는 외국어와 음역이 일치할 경우 그 외국식 이름 또는 외국어를 여권의 로마자 성명으로 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고시만을 고려하여 여권 이름을 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승우 > 로마자 표기법의 유연성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죠. 행정심판을 진행한 사례들이죠?

 

 

◆ 안성훈 > 첫째는 주은, ‘June’사례입니다. ‘주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Joo-Eun’ 또는 ‘Ju-Eun’을 생각할 텐데, ‘June’으로 기재할 수 있을까요?

외교부는 “기본적으로 한글이름과 영문 이름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한글이름 ‘주은’은 ‘JU EUN’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고 ‘JUNE’은 틀린 표현으로, A씨가 신청한 영문 이름은 여권법 시행규칙 제2조의 2 1항에 맞지 않는다”라며 사용불가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애초에 이름이 ‘6월에 가진 아이라서 June’이고, “여권법 시행규칙이 2017년 개정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와 국어는 음운 구성과 발음 체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음역의 완벽한 일치는 어렵지만 단어 끝에 ‘une’이 사용되는 영어는 대부분 ‘u’에 장음 표시가 돼 있고, ‘JUNE’의 경우에도 ‘u’에 장음 표시가 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준’보다는 ‘주은’에 더 가깝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의단, ‘Ethan’사례입니다. 의단은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Ui Dan입니다. 그런데 의단의 부모는 ‘아들의 여권 이름을 ‘Ui Dan’으로 만들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Ui Dan이 아닌 Ethan을 영어 이름으로 가지게 될 수 있었는데요, 그 요지는 이렇습니다.

아직 출입국 기록이 없어 여권의 대외 신뢰도 하락의 문제가 없고, Ethan의 발음 요소들을 보면 의단이라고 표기할 근거가 있으며, 그리고 영문 이름 Ethan이 한글이름 ‘의단’보다 먼저 지어졌고, 무엇보다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요소이고 특히 국제화 시대에는 영문 이름도 그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정심판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여전히 입장을 뻣뻣하게 유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2023. 4. 경, 로마자 표기법에서 벗어나는 영문 이름들로 여권을 신청하는 것을 받아주지 말라는 공지를 시, 군, 구청에 보낸 것입니다. 결국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통하지 않고서는 본래대로의 영어 이름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이승우 > 오늘 이름 표기와 관련된 사건을 다뤄봤는데요.

마무리하면서 한마디해 주신다면?

 

 

◆ 안성훈 > June은 ju-eun이 아니고 ethan은 Ui-Dan이 아닙니다. 국가행정의 효율성과 여권의 대외 신뢰도는 중요하지만, 이름이 인생에서 갖는 의미가 그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 추구를 위해서 행정심판과 같은 제도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일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나서 보아야 하겠지요. 이름 찾기를 위한 투쟁, 고되지만 때로는 ‘하여야 하는’ 투쟁일 수도 있겠습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안성훈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