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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술 먹고 주차장에서 운전한 것도 음주운전이 될까 [정한벼리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204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중대 사고가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시민들은 줄어들지 않은 음주운전 범죄에 대해 분노했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과 수사기관도 음주운전 중대성과 사회적 비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주 운전자 차량 압수, 구속 등 엄벌을 내리는 추세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자는 13만283명으로 2022년보다 오히려 증가했으며 그중 재범자 비율은 42.2%로 재범률도 늘었다.

 

일반적으로 음주운전은 '이 정도 거리는 괜찮겠지', '여기서 운전하는 것은 음주운전이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으며 시작된다.

 

그러나 실제 도로교통법과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생각과 다르게 음주운전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 음주운전에 해당되는지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며 우리 법 기준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최근 음주운전에 적발됐는데 억울하다며 상담 요청을 한 남성이 있었다.

 

이 남성은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리운전 기사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게 됐다. 그리고 남성의 집에 도착했을 무렵 화가 난 대리운전 기사가 남성의 차량을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세워둔 뒤 그냥 가버렸다.

 

남성은 자신의 차량을 주차장 한가운데에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에 잠깐 차량을 운전했다. 그런데 대리운전 기사가 주차장 한켠에서 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고 남성이 주차를 시도함과 동시에 경찰에 음주운전 신고했다. 결국 남성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남성은 도로에서 운전한 것도 아닌데 음주운전이 될 수 있냐고 말하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도 처벌 대상이다.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에 규정돼 있기에 도로가 아닌 '주차장'에서의 운전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은 2011년 '도로' 외에서의 운전도 음주운전 처벌 대상으로 포함되도록 개정했다.

 

따라서 주차장이나 개인 사유지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도로에서 음주운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무면허운전은 도로에서 운행할 경우에만 해당하고 도로 외의 장소에서 운전면허 없이 운행하는 것은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대로 과거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 사건 당사자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고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하기 전 미리 시동을 켜두고 기어를 주차(파킹)모드로 한 뒤 운전석 핸들에 엎드려 잠을 잤다. 그리고 우연히 이를 본 목격자가 사건 당사자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사건 당사자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검찰은 사건 당사자를 기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을까.

 

법원은 음주운전의 '운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발진 조작을 완료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사건 당사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즉 술을 마시고 자동차 시동을 건 것만으로는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지만 기어를 조작하며 제동장치를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인 입장에서 음주운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아리송한 경우가 있으므로 음주운전을 판단하는 법원 기준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각종 회식과 모임 등 술자리가 늘어났다.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말고 음주운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행복한 연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