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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사랑, 애정으로 포장된 어긋난 관계, '그루밍 범죄' [이승우, 김범선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46

 

 

 

 

사랑, 애정으로 포장된 어긋난 관계, '그루밍 범죄'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그루밍 범죄’입니다. 그루밍을 해외에서는 ‘Child Grooming’이라고 구분해서 부릅니다. 미성년자 또는 아동을 상대로 한 그루밍 범죄라는 구분 개념입니다. 이 그루밍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김범선 변호사와 함께 알아봅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김범선 변호사(이하 김범선)>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어제 가스라이팅 범죄에 대해 얘기해봤는데,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이 어떻게 다른 건가요?

 

 

◆ 김범선> 피해자를 스스로 의심하게 하여 자책하게 하고, 종국에는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가스라이팅과는 달리 그루밍 범죄는 애정, 사랑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가치관이 성립돼 있지 않은 아이를 대상으로 범죄가 이뤄지는데요. 이 때문에 재판에서 피해자가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항변하면 판결이 어려워집니다. 이처럼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가 자신이 학대당하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표면적으로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 등으로 수사나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이승우>그루밍 범죄가 수사나 처벌이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죠.

 

 

◆ 김범선> 한 태권도 도장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B씨가 14세 제자 A양과 성관계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A양은 B씨와의 관계가 처음에는 강압적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B씨는 성폭행을 시도한 뒤 A양에게 "좋아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A양의 거절에도 일방적인 고백은 계속 되었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던 A양은 어느 순간 갈수록 편해졌고, 계속 생각나고 나중에는 좋아하게 된 것 같다는 착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A양은 여전히 B씨의 말을 믿고, 그를 사랑한다고 했는데요. A양은 "나중에 어른 돼서 결혼하자고 책임진다고 그랬다. 빨리 어른이 돼서 사범님이랑 만나고 싶다"며 B씨가 처벌받게 돼 마음 아프다고 했습니다. 해당 사안은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의 패턴입니다. 여러 타겟에 덫을 뿌렸다가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더 그루밍 전략을 많이 쓰는 것인데요. 돌봄을 주고, 친밀감을 형성해서 그것을 대가로 성적인 요구에 순응하게 하는 전략입니다. 아이는 자기가 사실 덫에 걸린 거라는 걸 아예 모르거나, 알더라도 인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 이승우> 그루밍 범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알아야 예방할 수 있겠죠. 구체적은 그루밍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김범선> 그루밍의 과정은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피해자와 유대감을 형성하고(Bond) 가해자에게 의존하도록 만들며(Reliance), 가해 행동에 대한 피해자의 저항감을 감소시키고(Attenuate) 가능하면 오랜 시간 동안 궁지로 몰아넣(Trap)습니다. 이런 과정으로써 피해자가 오로지 가해자의 말만 따르게 되어 고립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 이승우>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이 그루밍 범죄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또 해외에서는 그루밍 범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루밍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 김범선> 아동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강요나 협박이 없이 성적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여 성적 접촉을 한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되면서, ‘그루밍 범죄’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사법 영역에서 ‘그루밍 범죄’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루밍 범죄’라는 개념은 보통 세 가지의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로 ‘그루밍’을,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이전 ‘신뢰를 쌓는 단계 자체’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두 번째로 그루밍 방법을 사용한 비폭력적 성적 접촉으로, 위계나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가리킵니다. 마지막으로 ‘그루밍 방법이 선행된 폭력적인 성적 접촉’이 있는데, 이는 기존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수법에 불과한 것이어서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그루밍 범죄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의미를 범죄화한 대표적인 법적 규제로는 영국의 성범죄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두 번째 의미를 전제로 해 기존의 형사법 구성요건을 통하여 어느 정도 규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같이 그루밍 자체를 범죄화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N번방 사건’의 영향으로, 2020년 5월경의 법률개정을 통하여 형사법에 폭행과 협박 외에도 위계를 수단으로 하는 성범죄의 예비음모죄가 신설되었습니다. 나아가 2020년 8월 27일 대법원이 성관계 행위 자체에 대한 속임뿐만 아니라 성관계에 이르게 된 전후사정과 동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계’라는 행위를 폭넓게 해석하여 책임영역을 넓힌 것입니다. 결국 현행법과 현행 판례 하에서는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어떠한 성적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되기만 한다면, 성범죄의 예비음모죄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 이승우> 네,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실제 법적 대응과 자문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동을 상대로 한 그루밍 범죄자는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아이를 천천히 고립시킵니다. "아무도 나처럼 너를 이해해주지 못해"라고 말하며, 이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부모 및 친구와의 관계를 훼손합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의존 집착하게 한 다음, 점차 물리적 경계를 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행위를 시도하면서 아이들이 가족에게 비밀을 유지하도록 격려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강력한 범죄로 확! 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그루밍 범죄’를 다뤄봤는데요. 성적자기결정권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 김범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최근 실무의 흐름은 처벌의 범위를 점차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이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가 되는 등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동, 미성년자 등이 이미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행위로 나아간다는 것에서 고려된 것인데요. 이 때문에 그루밍 성범죄에 연루된 경우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고 몇 살인지 알고 있었다면 사실상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흐름은 어떠한 생각을 가진 것만으로, 단순하게 나이를 인식했다는 것만으로 처벌로 흐를 위험성이 있습니다. 실제 개개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억울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신이 그루밍 성범죄 등에 연루되어 있다면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고 조력을 받고 초기부터 대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선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김범선>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