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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거짓말 탐지기, 증거로 쓰면 왜 안되나요? [이승우, 조범석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40

 

거짓말 탐지기, 증거로 쓰면 왜 안되나요?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거짓말탐지기’ 관련 내용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거짓말탐지기‘로 알고 있는 심리생리검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따른 유무죄 판단이 이루어지는 사건에서 심리생리검사 결과는 상당히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에서 두드러지는데요. 이 거짓말탐지기조사에 대하여 법무법인 법승의 조범석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조범석 변호사(이하 조범석)>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변호사님은 검찰수사관을 13년간 하셨던 특별한 경력이 있으시죠?

 


◆ 조범석> 네, 그렇습니다.

 


◇ 이승우> 그 정도 경력되시는 분들 중에 변호사하시는 분들이 몇 분 정도 있나요?


 

저 포함 2, 3명 정도 있습니다.

 


◇ 이승우> ‘심리생리검사’라는 말보다 ‘거짓말탐지기’가 더 익숙한데요. 간단히 설명부터 해주시죠.


 

◆ 조범석> 거짓말탐지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검사의 정식명칭은 심리생리검사(polygraph)입니다. 심리생리검사란 피의자 등 피검자에 대하여 피의사실과 관계있는 질문을 하여 대답할 때 나타나는 피검자의 호흡, 혈압, 맥박 전기반사에 나타난 피부전기반응 등의 생리적 변화를 심리생리검사 기기로 측정ㆍ기록한 후, 그 기록의 해석에 의하여 진술의 진위여부를 추론하는 심리분석 기법을 의미합니다.

 


◇ 이승우> 넓은 의미로 보면 심리검사의 일종인 것은 맞죠?


 

◆ 조범석> 네, 그렇습니다. 수사기법의 하나로서 심리생리검사가 허용되는지 문제되는데, 피검자의 진술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피검자의 요구 또는 동의에 의하여 심리생리검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실제로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polygraph를 범죄수사에 사용하였고, 1970년대 후반에 와서 수사에 polygraph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범죄수사에 널리 활용하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 은밀하게 행해져서 CCTV 등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 성범죄 사건에서 활용빈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승우> 많은 분들이 거짓말탐지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오늘 어떤 내용을 다루는 건가요?

 


◆ 조범석> 검찰수사관과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피의자나 의뢰인들로부터 수사기관에서 심리생리검사를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리생리검사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맞는 이야기인지, 심리생리검사 결과를 피검자에게 알려 주는지 등 심리생리검사와 관련된 많은 질문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이런 궁금증이나 쟁점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 이승우> 심리생리검사를 할 때도 심리 검사 받았을 때처럼 검사 결과지 나눠주고 그럽니까?

 


◆ 조범석> 그런 것은 아닙니다.

 


◇ 이승우> 법원에 제출하거나 수사기관에서 확인하는 자료를 쓰는 거죠?


 

◆ 조범석> 네, 맞습니다.

 


◇ 이승우> 그럼 심리생리검사의 증거능력부터 살펴보죠. 증거능력에 대해 ‘있다, 없다’ 어떻게 보면 되는 겁니까?

 


◆ 조범석> 증거 능력이라는 것은 법원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뜻하는 겁니다.

 


◇ 이승우> 증거 능력이 없으면 아예 볼 수가 없는 거죠?

 


◆ 조범석> 예,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널리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 법원은 심리생리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각국에서도 심리생리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에 대해 다양한 태도가 존재하는데요. 예를 들면 일본의 경우에는 최고 재판소에서 허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요. 또 미국의 경우에도 시대와 주의에 따라서 검사 결과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 인정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명문으로 심리생리검사의 증거능력에 대해 규정한 법조항은 존재하지 않고요. 다만, 우리 대법원은 1979년 백화양조 사건이나 1983년 정재파 군 사건, 두 사건 모두 살인 사건인데요. 이래로 일관되게 심리생리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 이승우> 오래돼서 대법원 판결이 바뀌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최근에 보면 저희가 헌법 시간에 배웠던 적극적 조치가 영원히 안 바뀔 것 같았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이 뒤집는 걸 딱 보니까 한국 대법원도 오래된 판결을 바꿀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대법원의 판단 기준 좀 설명해 주시죠.


 

◆ 조범석> 우리 대법원은 심리생리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기 위한 요건으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의 심리생리검사 관련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이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심리생리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이승우> 심리 상태 변동이 없는 거짓말 잘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다음에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못 일으키는 분도 있을 수 있고, 약물 갖고 요새 또 장난도 많이 치시더라고요.

 


◆ 조범석> 그렇습니다.


 

◇ 이승우> 다음으로 짚어볼 부분이 아까 말씀해 주셨던 것 중에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요구했을 때 무조건 받아야 될까요? 안 받으면 어떻게 됩니까? 저한테 불리한가요? 이런 질문 많이 받으시죠?

 


◆ 조범석> 네, 그렇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고소인, 참고인 등에게 심리생리검사를 해 보자고 제안하는 경우, 심리생리검사는 임의수사이기 때문에 피검자의 동의 없이 행해질 수는 없고, 따라서 요청을 받은 피의자 등이 이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 이승우> 그냥 바로 싫다고 하면 됩니까?


 

◆ 조범석> 이게 다음 주제와 연결이 되는데요. 또 수사기관의 검사 요구에 대해서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문의를 하십니다. 이는 「심리생리검사 거부가 피의자에게 불리한 징표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평가」라는 논점으로 다뤄지기도 하는데, “심리생리검사는 피의자가 자신의 입증책임의 부담을 덜고 자신의 진술의 신빙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 하에 피검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실시되어야 할 것이므로, 검사거부가 그에게 불리한 징표로 사용된다면 실제 검사를 한 경우보다 피의자에게 더 불리한 결과가 되는 셈”이라는 점을 근거로, 검사 거부사실을 피의자 등 피검자에게 불리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일반적입니다. 참고로, 미국 군사증거법(Military Rule of Evidence) 제707조는 “검사 거부사실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네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네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거부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하고, 수사실무상으로도 피검자가 심리생리검사를 거부하면 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담당했던 강간 고소대리 사건에서, 고소인과 피의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는데, 고소인이 경찰로부터 강간 당시 상황 관련된 심리생리검사를 하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거절하자 나중에 수사결과보고서에 “고소인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한 점”을 피의자의 “혐의없음”을 판단하는 논거로 활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이승우> 그래서 이거 관련돼서 디지털 포렌식하고 심리생리검사와 관련된 기구를 수사기관에서 독립시켜서 제3관청으로 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독립 기관으로 운영을 해야 된다. 그렇지 않고서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조범석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조범석>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