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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죽음으로 내몬 '반의사 불벌' 스토킹 처벌법, 손 보나? [이승우, 박다솜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20

 

 

 

 

죽음으로 내몬 '반의사 불벌' 스토킹 처벌법, 손 보나?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신당역 살인사건’입니다. 우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신당역 내의 여자 화장실의 심야 순찰을 충실하게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다가 순직을 한 고인의 성실한 삶을 추모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스토킹 범죄의 강력사건화 문제와 입법적 해결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박다솜 변호사와 함께 알아봅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다솜 변호사(이하 박다솜)>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바로 사건으로 들어가보죠. 스토킹이 반복되다가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죠?

 

 

◆ 박다솜> 네, 2022년 9월 14일 21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31세 남성이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28세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피해자를 불법촬영 및 스토킹한 혐의로 피소되어 직위해제된 후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고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범인은 범행 동기에 관해서 "재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고 경찰 관계자는 "보복성 범죄로 확인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복살인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피고인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어 형법상 살인(사형,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형)보다 형량이 무겁습니다.

 

 

◇ 이승우>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1991년생 전주환인데요. 이런 신상 공개가 어떤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박다솜> 현재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2항에 따라서 일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면 흉악범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건으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것, 국민의 알 권리의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것, 피의자가 청소년(만 19세 미만)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신당역 사건에서도 "스토킹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 이익”을 고려하여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었습니다.

 

 

◇ 이승우> 사건의 포인트를 하나하나 짚어보죠. 먼저,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박다솜> 스토킹처벌법은 제18조 제3항에서 해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여 피해자가 1심 판결 전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기각 판결로 재판은 끝나게 됩니다.

 

 

◇ 이승우> 절차가 종결되는 것이죠?

 

 

◆ 박다솜> 네. 실제 많은 판례에서 헤어진 연인간 스토킹범죄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피해자가 결국 처벌불원의사를 밝혀 공소기각으로 판결이 마무리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입법 당시부터 논란이 되었던 부분인데요. 신당역 사건에서도 범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합의를 요구하며 21회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범죄를 반복하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로인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하여 "법무부에서 반의사불벌죄를 없애고 가해자에게도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법률안을 내겠다”고 하였습니다.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될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재판은 계속되기 때문에 가해자가 사건 종결을 위하여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2차 범죄 및 보복범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경우에도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에는 양형에서 상당 부분이 참작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승우> 또 한 가지 포인트가, 바로 사건 이전에 구속이 안 되었다는 점입니다. 법원이 경찰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박다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의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구속의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당역 사건에서 당시 경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더불어 법원이 보았을 때, ‘재범의 위험성’ 측면에서 피의자가 손꼽히는 명문대 출신에 공인 회계사 시험도 합격한 적이 있고, 또 충분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잘못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 기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로 접근금지 명령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이승우> 이번 사건 이후에 관련 대책으로 영장을 청구했을 시 ‘조건부 석방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조건부 석방제’는 어떤 제도인가요?

 

 

◆ 박다솜> 조건부 석방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심사단계에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되 일정 조건을 달아 피의자를 석방해주는 제도입니다. 현재는 영장 발부 단계에서 이런 제도가 없고, 판사는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 중에서 하나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조건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데, 가령 일정 금액 이상의 보증금을 내는 방식 있고, 이는 재판에서의 보석 제도와 유사합니다. 또는 일부 범죄에 대해선 주거지를 제한하거나 전자발찌를 착용토록 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피의자가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지만 그렇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하기에는 재범·보복의 우려가 있을 때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신당역 사건에서도 법원이 가해자를 거소의 제한 또는 전자발찌 부착 등 조건을 달아 석방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이승우> 네,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실제 법적 대응과 자문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범죄’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전쟁’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전쟁억지력’이라는 개념, 피해자가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할텐데요. 레이더를 통해서 접근하는 미사일이나 비행기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개발이 현대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었던 것처럼, 스토킹 처벌법의 핵심은 스토킹 행위자의 처벌에 방점을 두기보다,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스토킹 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 억지력을 확보하고, 피해자에게는 스토킹 행위자가 자신의 생활 경계로 접근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자 장치의 부착과 소지를 명령하고, 이를 위반할 때 강력한 예방적 제재를 사법기관이 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스토킹 범죄자의 접근을 탐지할 수 있는 권한’을 수사기관과 스토킹 피해자에게 부여해 주는 입법을 기대해 봅니다. 오늘 ‘신당역 보복살인’ 사건을 다뤄봤는데요. 스토킹 범죄로부터 사건이 커졌기 때문에, 스토킹이 의심된다면 처음부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할까요?

 

 

◆ 박다솜> 아직까지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사이였다가 헤어짐의 과정에서 스토킹이 발생한 경우에는 범죄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스토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선 행위의 지속성, 반복성에 대한 부분이 증명되어야 하고 또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면 상당 부분이 참작되기에 스토킹 행위의 입증과, 관련해서 법리 검토, 증거 정리의 과정에서 전문적인 법률 조언을 통해 대응해나가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 이승우> 그리고 또한 스토킹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 요건에 대한 것을 고민하시기 전에 빨리 신고하여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다솜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박다솜>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