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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선거 때마다 갈등' 공천제, 법적으로 뜯어보기 [이승우, 박기태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24

 

'선거 때마다 갈등' 공천제, 법적으로 뜯어보기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공천권’ 관련 내용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선택할 후보는 대부분 정당의 공천을 받은, 즉 정당이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선택지가 의미있게 구성되기 위한 정당의 공천권 정상화에 대하여 박기태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기태 변호사(이하 박기태)>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정치권에선 항상 공천을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최근 여당 대표 선거와 맞물리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었는데요. 우리나라 공천 제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먼저 짚어주시죠.

 

 

◆ 박기태>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제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정당이 정치 과정에서 행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 정당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사실상 공천을 하는데, 사실상 공천한 후보들 중에 유권자들은 고르는 역할만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투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당 내부에서 어떻게 공천을 받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주제죠. 그런데 우리의 공천 제도는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군사정권 시절, 그리고 민주화 운동을 한다는 정당들. 이 정당들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하향식 공천, 그러니까 윗선에서 정하는 사람을 공천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천년대 초반에 국민참여 경선이 도입이 됐고요. 2005년에는 아예 선거 관계법에 당내 경선제가 규정이 됐어요. 그래서 결국은 상향식 공천, 그러니까 당원이나 아니면 일반인들이 원하는 사람을 공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근래가 되면서는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으로 당 지도부 영향력에 따른 공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제일 눈에 보이는 게 당 대표 선거가 굉장히 과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 대표가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는 데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현재 의원들이 소신에 따라서 발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그 이유는 당 대표에게 잘못 보이면 차기 공천을 잘못 받을 수 있다. 못 받을 수 있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공천권을 장악한 사람들이 당을 휘두르는 상황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또 정치 세력 간의 대화도 실종되고 극한 대립의 원인 중에 하나로도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 이승우> 정당 공청권에 대한 법률 내용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살펴보죠. 어떤 방식으로 공천해야 되는지 자세하게 정해진 내용이 있나요?

 

 

◆ 박기태> 현재 선거법은 “공천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된다.” 이렇게만 규정이 돼 있고요. 자세한 사항은 당헌당규에 위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정당들, 우리가 이름을 아는 정당들은 당헌당규에서 경선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싶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되냐면 경선을 할 때, 경선에 오를 후보자를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선정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경선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단수 공천을 한다든가 아니면 두 명만 공천을 한다든가, 그러면 결과적으로 이 공천관리위원회가 어떤 사람을 정할지를 반 이상은 결정을 하는 상황이 되는 거고요. 또 다른 정당 같은 경우는 아예 단수 후보자 추천할 것이냐, 우선 추천 제도를 할 것이냐. 이거를 공천관리위원회가 전적으로 정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대형 정당들은 이 공천관리위원회를 최고위원회와 당 대표가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과반 이상의 최고위원과 당 대표가 있으면 사실 공천관리위원회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거고요.

 

 

◇ 이승우> 그럼 후보자 공천하는 데에 앞서서 경선 과정에 후보자들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할 수 있는 거네요?

 

 

◆ 박기태> 네, 이게 틀린 말은 아닌 게 예를 들어서 국회의원 나가고 싶은 사람이 100명도 되고 이러면 제대로 된 경선이 일어날 수가 없는 건 사실입니다. 또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들어갈 수가 있죠. 그래서 그런 문제 때문에 어느 정도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금 일어나는 방향은 보면 단수 공천이나 아니면 복수 공천이라고 하더라도 두 명 정도만 남기고요. 현역 의원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을 대거 떨어뜨리는 경향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정당이 민주적으로 공천이 된다라고 볼 수 있느냐, 이런 의문이 듭니다. 물론 다른 나라도 100% 민주적인 경선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제가 좀 많이 드러납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이 비밀 투표로 이루어져야 된다. 경선을 해야 된다라고 아예 규정이 돼 있고요. 또 연방의회 선거, 그러니까 우리로 따지면 지자체 비슷한 거죠. 이런 경우는 지역구별 당원총회나 대의원대회에서 개별 선출합니다. 그러니까 중앙당 관리위원회가 몇 명을 추린다거나 아니면 전략 공천을 결정한다든가, 이런 거는 근본적으로는 위법한 행동으로 아예 법에 규정을 해놓은 거죠. 물론 이런 건 있습니다. 정당제도 역사가 길다 보니까 일반인들이 참여하거나 우리처럼 여론조사를 감안하거나, 이런 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우리로 따지면 권리당원이 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다 아시겠지만 오픈 프라이머리, 코커스 이런 제도를 통해서 후보자 추천되는데 수십 명이 출마하는 경우도 드물지가 않습니다. 매우 미국적인 거죠. 시장에서 자율 경쟁을 통해서 좋은 후보자가 선출될 수 있다고 보는 거고요.

 

 

◇ 이승우> 새로운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요.

 

 

◆ 박기태> 프랑스 같은 경우는 우리랑 꽤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전국 공천위원회라는 곳에서 심사 승인도 하고 마지막에 결정하는 권한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대부분의 정당에서는 지방선거의 경우는 우리하고 달리 중앙당에 아예 영향을 못 미치게 돼 있어요. 우리는 사실 국회의원 공천만 이런 식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 지자체 공천도 거의 똑같이 되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 이승우>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 외국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공천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박기태> 우리는 중앙당이 공천권을 너무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당 대표 최고위원을 통해서 공천 장악이 된다고 볼 수가 있고요. 그래서 사실 공천 과정보다 당 대표 선거, 최고위원 선거가 굉장히 과열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이승우> 그 이유가 있습니까? 역사적 배경이 있나요?

 

 

◆ 박기태> 역사적 배경은 있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당연히 구미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공천권을 중앙에서 장악하는 경향이 있었고, 반대 정당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게 잘 싸울 사람들을 뽑아야 된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거의 지명이나 다름없었는데요. 이러다 보니까 정말 다양한 문제가 나왔죠. 예를 들어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을 공천을 준다든가, 사실 정당 입장에서도 선거 운동 선거 자금이 필요하니까 그렇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 굉장히 민주적이지 않은 제도였는데요. 2천년대 초반에 꽤 경선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정도 민주적인 제도가 많이 도입이 됐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정당 간의 갈등이 굉장히 심화됐고요. 여론조사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니까 역선택 가능성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발견이 됐고, 또 이런 명목이 있었죠. 정치 신인·여성·청년·장애인, 이런 전략 공천을 해야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런 논리 때문에 전략 공천의 비중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사실 민주적 공천 절차라고 볼 수 있느냐, 이 정도까지의 지적을 받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 이승우> 오늘 ‘정당의 공천권’에 대해 법적으로 얘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개선 방향에 대해서 얘기해주신다면요?

 

 

◆ 박기태> 개인적으로는 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선거법상 규정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고요.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로 경선이 이루어지는 정당에는 표를 좀 덜 준다거나, 이런 노력들이 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적 공천이라는 건 사실 민주주의의 핵심이거든요.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면 이 선거의 핵심은 경선이지 않습니까? 저는 예전에 2002년, 2003년 굉장히 치열하게 민주적 경선을 통해서 바람을 모아 오면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던 그런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한테 굉장히 아름다운 기억이었고, 그걸 통해서 우리나라가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이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인 선택으로 민주적인 경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기태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박기태>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