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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LG엔솔-SK이노 분쟁이 미국으로 간 이유 [박기태, 정연재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39

 

LG엔솔-SK이노 분쟁이 미국으로 간 이유​

 

 

 

◇ 박기태 변호사(이하 박기태)> 안녕하세요. 박기태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디스커버리 제도’ 관련 사건입니다. 오늘은 한국 변호사의 특수성과 관련해 ‘e디스커버리’ 제도의 필요성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청취자 분들 중에는 이 ’디스커버리‘라는 표현이 아주 낯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정연재 변호사와 차분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정연재 변호사(이하 정연재)> 네, 안녕하세요.

 

 

◇ 박기태> 먼저, 한국 변호사의 특수성부터 설명해주시죠. 다른 나라의 변호사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 정연재> 신년기획으로 법률신문에서도 다룬바 있는데, 한국 변호사의 특수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해외 실무 경험 부족·비즈니스를 위한 외국어 부족·한국법에 영미법과 달리 전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음·기업과 로펌 파트너십 부족·글로벌 교육 부재를 문제로 꼽았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우리나라에 본사가 위치한 회사들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비용을 쓰고 더 멀리 위치한 미국에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을 다량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없는 영미 소송법에는 재판 전 증거조사인 전자증거개시제도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오늘은 이 ‘전자증거개시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 박기태> 전자증거개시제도를 ‘e디스커버리 제도’라고 부르죠. 어제 방송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알아봤는데, e디스커버리 제도도 내용은 비슷한 제도인 거죠?

 

 

◆ 정연재> 네,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디스커버리 제도라는 것이 소송의 당사자가 재판 전 단계에서 소송에 필요한 항목과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정보나 증거를 공개하고 수집하는 제도로, 이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제재를 가하여 변론에 필요한 증거를 당사자가 수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일한 제도인데요. 다만 그 범위가 전자 증거로 확장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 박기태> 앞서 애기했듯이 국내에 본사가 있는 기업들이 미국에다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 상황인데, 국내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길래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 정연재> 우리나라 민사소송의 경우, 원칙적으로 소를 제기한 자가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방에게 모든 증거가 있어 소를 제기한 자가 사실상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에 대하여 증명을 하지 못하여 패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에도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문서제출명령·증거보전제도·문서목록제출·비밀심리절차 등이 있으나, 제재 규정이 미흡하여 효과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 박기태> 실질적으로는 사실 우리가 증거를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경우들도 많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한테 내라고 해야 되는데 안 내고 버티는 경우들이 있다는 거죠.

 

 

◆ 정연재> 네, 그렇기 때문에 증거를 내지 않고 버티면 이런 불리한 판단을 받지 않고, 그 결과 소를 제기한 원고의 입장에서는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에 증거가 없는 당사자로서는 상대방의 증거도 살펴볼 수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입니다.

 

 

◇ 박기태> 그럼 결과적으로 의혹만 있는 경우에는 소송을 사실상 내기가 어려운 게 현재 상황인 거네요?

 

 

◆ 정연재> 네, 그렇습니다.

 

 

◇ 박기태> 그렇다면, 해외에선 이 디스커버리 제도(e디스커버리 제도)가 어떻게 도입되게 된 건가요?

 

 

◆ 정연재> 먼저 디스커버리 제도는 원래 있었는데요. 이 범위가 전자 증거로 확장되게 된 계기가 1999년경에 뉴욕 판사 쉬라 샤이데린이 디스커버리 제도와 관련해 새로운 정보 기술 적합성을 검토하면서 기존에 논의되지 않았던 쿠키·백업·캐시·히스토리 파일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2003년 ‘주블레이크 사건’으로 알려진 UBS 워버그 소송의 판사를 맡아 서버에 저장된 전자 자료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점, 보존 의무를 소홀히 해 피고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자료를 삭제 및 훼손한 점, 관련 이메일 복구가 기술 비용적으로 충분히 가능했지만 증거를 게시하지 않은 점, 증거 개시를 부당하게 하여 지연시켜 소송상 불이익과 비용 손해를 끼친 점을 들어 UBS가 주블레이크에게 2천 9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 판결과 2006년 세도나 원칙 등이 반영되어 2006년경 연방민사소송법의 전자 문서들도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 박기태> 해외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정연재>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증거개시 절차에 도입된 배경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1938년 이전에 미국에는 당사자주의 소송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도로 한다’는 자유주의, 개인주의 등을 철학적 배경으로 하는데요. 이로 인해 당시 미국에서는 판사는 중립적이고 수동적인 역할만을 하고, 당사자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법정에 제시하였습니다. 즉 당사자 주의가 객관적 진실, 정의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자신의 승리를 목표로 하였고 당사자의 충돌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다 더 많은 경제력을 가진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와 증거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반면, 경제력을 가지지 못한 당사자는 충분한 정보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여 경제적 격차가 판결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증거개시 절차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민사소송 소송 제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소송 자료의 수집과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는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동시에 재판장에게 성명 의무를 부여하였고 법원을 통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절차들도 규정되어 있어서 아마 증거 게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박기태> e디스커버리 제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한데요.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나요?

 

 

◆ 정연재> 일반적으로 전자증거개시제도는 정보 관리, 그리고 그 정보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추출해내는 식별 과정, 그리고 선별한 정보만을 보존과 수집하는 과정, 그리고 처리 및 검토 과정, 마지막으로 분석의 과정을 거친 후 법원에 제출됩니다. 이 모든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전체적인 정보의 양은 감소하는 반면 사건과의 관련성은 증가하게 됩니다.

 

 

◇ 박기태> 듣다 보니까 제일 걱정되는 게 정보 공개에 따른 위험성 같아요. 정보 공개에 따른 위험성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정연재> 이러한 전자증거개시절차를 살펴보면, 제3의 업체가 정보를 받아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핵심기술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고요. 그리고 별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개시제도를 악용하여 증거 개시로 협박을 하고 일정한 합의금을 받아내는 문제점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일례로 독일에서는 제3자에게도 증거 제출을 할 의무를 두었는데, 필요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한 경우 그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안과 관련된 제3자의 제3의 업체가 정보를 받음으로써 자료가 노출될 수 있는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보안이 철저한지 여부를 선행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박기태> 만약에 우리나라에 도입이 되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나요?

 

 

◆ 정연재> 실제로 우리나라에 전자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면 국내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업계는 민사소송법과 특허법 분야에서 특허 소송의 남발로 이어지게 되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과도한 소송비용의 부담 우려가 있고 기업 비밀 자료 유출 위험에 노출되어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 박기태>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정연재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정연재> 감사합니다.

 

 

◇ 박기태> 생활 속 법률 히어로 박기태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