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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명품 쇼핑백의 리폼 판매, 상표권 침해일까? [이승우, 박기태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55

 

 

 

명품 쇼핑백의 리폼 판매, 상표권 침해일까?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안녕하세요, 사건 파일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상표법’ 관련 사건입니다. 상표권은 재산권의 일종입니다. 헌법에서 저작권과 특허권 등을 특별히 보호하도록 한 것과는 달리 상표권은 순수하게 법률상 권리로서 표장이라는 다양한 표시로서 브랜드 상품의 소비자 신뢰를 보호한다는 관점에 서 있습니다. 상표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명품 리폼 사안에 대한 법리를 법무법인 법승의 박기태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박기태 변호사(이하 박기태) >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 오늘 어떤 얘기 해주실 건지 소개해주시죠.

 

 

◆ 박기태 > 리폼 및 업사이클링 제품은 수년 전부터 친환경 소비문화의 일환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볼품없어진 명품 가방 또는 의류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거나 유명한 상표의 로고 장식물을 귀걸이, 목걸이 등으로 재탄생시켜서 사용하기도 하고, 이렇게 리폼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매를 통해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과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한편으로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상표권 침해이고 어떤 경우에 아닌지, 무엇을 주의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이승우 > 명품 브랜드와 리폼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요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요?

 

 

◆ 박기태 >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지만 사실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얼마 전 구찌에서 전설적인 재단사 Dapper Dan을 영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사실 대퍼 댄은 이런 리폼업자였습니다. 주로 루이비통, 구찌 등 가방이나 옷을 가지고 수트나 드레스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흑인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1세대 힙합 아티스트들 대부분은 대퍼 댄의 옷을 매우 선호했습니다. 현재 루이비통과 구찌가 흑인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명품 업체들은 대퍼 댄이 자신들의 로고가 있는 천을 이용해서 자신들과 무관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만이 많았고, 90년대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걸어서 대퍼 댄은 사업을 접게 됩니다. 그렇게 ‘짝퉁 만드는 사람’정도로 취급하고 영업까지 못 하게 했지만, 대퍼 댄의 디자인은 오히려 이후 구찌 등에 정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제는 정식으로 대퍼 댄을 영입하기도 한 것입니다.

 

 

◇ 이승우 > 그런데 명품 리폼 관련해서 상표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박기태 > 네, 맞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미 산 물건을 어떻게 가공해서 쓰던지 상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위해서는 상표법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상표의 기능은 크게 출처 표시의 기능, 품질 보증의 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회사의 상품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표시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상표를 표시한 상품은 동일한 출처와 품질임을 나타내는 기능도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루이비통 마크를 단 가방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품질이라는 것이 회사에 의해 보증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에 루이비통 상표를 달고 있는 가방이 도저히 루이비통에서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을 하고 있거나 혹은 품질이 안 좋다면, 이건 결국 루이비통 상표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는 것이잖아요? 이런 이유에서 리폼이 상표의 품질보증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 이승우 > 우리나라는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이미 구매한 상품을 중고로 판매하는 것엔 문제가 없는 거죠?

 

 

◆ 박기태 > 맞습니다. 이것을 두고 ‘상표권 소진 이론’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상표권이 이미 사용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제가 돈을 주고 가방을 사게 되면, 이 순간 상표권은 이미 사용되었고, 상표권자는 상표권을 다시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회사의 제품이라고 하고 중고로 판매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상표권 소진의 예외사유라는 것이 있는데요,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소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상표의 출처 표시 기능과 품질 보증 기능도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가공을 해서 이걸 팔게 되면, 루이비통이라는 상표를 달고 있어서 루이비통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제품은 사실 제가 만든 것이잖아요? 그러니 출처 표시 기능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고, 또 품질 보증 기능도 침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 이승우 > 명품 의류를 본인이 구매한 후, 리폼을 해 본인이 사용하는 것도 상표법에 문제는 없겠네요?

 

 

◆ 박기태 >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표권은 ‘상표의 사용’을 해야만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상표의 사용이란 상품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이를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제공, 전시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자기가 산 제품을 자기가 리폼해서 자기만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표의 사용’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제품을 판매한다거나 수출한다면 이는 ‘상표의 사용’이 되어서 상표법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물건을 직접 매입해서 제품을 만든 후에 ‘리폼 제품’등의 이름으로 파는 경우라면 이 경우는 ‘상표적 사용’이 인정되고, ‘상표권 소진 이론의 예외’에 해당하여 상표법을 침해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사람은 상표법 침해로 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이승우 > 리폼을 한 후에 판매하는 업체가 아니라, 개인의 제품을 개인의 요구에 따라 리폼해주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어떤가요?

 

 

◆ 박기태 > 이 경우는 사실 불분명합니다. 최근 나온 하급심 판결에서는, 물건 자체에 교환가치가 있고, 앞으로 중고 상품으로 거래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가방을 지갑 등으로 만든 것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가공이나 수선을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고객의 요구에 따라 리폼만 해준 업체가 명품 업체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한 판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양도 등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품에 대해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상표의 사용’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하급심 판결에서는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만으로도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이렇게 볼 경우에는 ‘상표의 사용’이라는 것 자체가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우선 ‘상표의 사용’으로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논리대로면 개인이 제품을 사서 버리려고 가위로 자른다거나, 혹은 접어 입거나 수선만 해도 모두 앞으로 중고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으니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타당하지 않습니다.

상표법은 기본적으로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상표법 제1조) 법인데요, 이렇게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수요자, 즉 구매자가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 상표가 달려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서, 결국 수요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됩니다. 또 상표권이 소유권과 충돌하게 되기도 하구요. 즉 상표권을 이렇게 엄격하게 보호하는 것은 소유권에 대한 침해이자, 상표권의 원 뜻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개인의 요구에 따른 리폼의 경우에는 상표법 위반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승우 > 오늘 ‘리폼과 상표법’에 대해 법적으로 얘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관련해서 법적 조언을 해주신다면?

 

 

◆ 박기태 > 사실 리폼의 경우 오히려 업체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리폼을 통해 나온 독특한 디자인이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리폼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면 그것도 제품을 구매한 것이어서 매출에도 이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가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나이키 등의 회사는 신발 박스를 리폼해서 만든 쇼핑백 등이 인기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놓아 두기도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버질 아블로의 사례 등도 비슷합니다. 다만 일부 업체의 경우, 특히 우리가 명품이라고 하는 업체들의 경우 이를 엄격하게 해석해서 리폼을 금지하거나 리폼 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어 하지 말라고 하는 그런 경우들이 있어서 이런 판례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상표권은 중요한 권리이지만 결국 수요자의 이익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좀 아쉽습니다. 리폼을 하시는 분들은, 만약 판매하거나 하는 경우 이것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이해하시고 판매 등에는 주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기태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박기태 > 감사합니다.

 

 

◇ 이승우 >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 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