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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너무 많아도, 없어도 문제인 규제 문제 [이승우, 안성훈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338

 


너무 많아도, 없어도 문제인 규제 문제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사건파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활 속 법률 히어로 규제는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규제는 필요한 곳에는 부족하고, 오래된 규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변경되거나 조정되어야 합니다. 규제는 결국 비용 부담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해서 행정법 전문 변호사인 안성훈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안성훈 변호사(이하 안성훈) >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 오늘 우리나라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건데요. 일상생활에서는 규제를 느끼지 못하지만, 사업이나 공적인 업무를 할 때 규제를 체감하게 되죠?

 

 

◆ 안성훈 > 가정을 한 번 해봅시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희망에 부푼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사무실 마련? 유통방법의 모색? 음, 우리나라에서라면 아마도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해보는 것입니다. 해당 사업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먼저 담당 공무원이 누군지를 찾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소관 업무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여러 번 핑퐁으로 전화를 돌리다가 며칠이 지날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담당 공무원을 찾았는데 “아직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라는 답변을 합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할 수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 헷갈리지요.

다행히 관련 규정이 있어서 일을 추진해 보려고 한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이번에도 문제입니다. 관련된 규정이 너무도 많고 복잡합니다. 너무 어려워서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대답을 못합니다. 공식적으로 해석을 의뢰했는데 도움 하나도 안되는 일반론만 반복입니다. 답답증이 폭발할 지경이지요.

관련 규정들을 꾸역꾸역 이해했다고 해봅시다. 그래도 담당 공무원이 몽니를 부리면 일이 한두 달 지연되는 건 다반사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이렇게 지연되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만나고 있는 답답한 규제의 모습입니다. 관련 규정의 존재, 관련 규정의 내용 이해, 담당 공무원과의 관계 설정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 이승우 > 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규제가 많아진 걸까요?

 

 

◆ 안성훈 > 왜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규제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강력한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플랜에 따라 기적적으로 너무 멋지게 성장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규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입니다. 우리는 정부입법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입법기관은 국회지만 정부도 부처에 따라 소관 법률의 입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요. 또한 정부는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지침 등등 많은 하위규정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권해석도 할 수 있고요. 이렇게 하위규정, 해석만으로도 정부는 원하는 규제를 만들어내고 권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권력을 간섭하는 권력이라고 부르는데요. 간섭하는 권력은 자칫, 마치 독자적인 자아를 가진 것처럼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수하의 자들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은, 이해당사자가 규제를 포획한다는 이론, ‘규제의 포획이론’입니다. 이익집단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규제를 획득해 장벽을 형성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적기조례(Red Flag)가 기득권의 규제 포획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증기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마차 산업의 보호를 위해 증기자동차의 시내 운행 속도를 ‘붉은 기’를 든 기수의 통제에 따라 시속 2마일로 제한하도록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 등 주변 국가에 밀릴 수밖에 없었고, 보호하려고 했던 마차 산업의 쇠퇴도 막지 못했습니다.

 

 

◇ 이승우 > 하나하나 따지고 검토하는 규제의 형태는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에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있죠?

 

 

◆ 안성훈 > 국가가 아버지처럼 해주는 형태의 규제가 잘 작동하려면 국가가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산업이 정형화되고 규모가 비교적 작을 때는 그게 유효할 수 있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변화의 포화에 있는 지금, 아버지가 아들보다 항상 옳은 것이 아닌 것처럼, 국가는 국민보다 똑똑하지 않습니다.

 

 

◇ 이승우 > 그래서 결국 규제와 실제 산업이 단절되는 일명 ‘규제 갈라파고스’ 문제로 이어지는 거죠?

 

 

◆ 안성훈 > 규제의 권한을 가진 공무원 조직의 권력 유지적 속성과 이익집단의 권력 포획적 속성이 맞물려 성장하는 규제는 산업 발전에 굉장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규제는 세상의 변화와 단절되어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유기체를 이루게 됩니다. 이를 다른 세상과 단절되어 그 섬만의 생태계를 이뤘던 갈라파고스 제도와 같다고 하여 ‘규제 갈라파고스’라고 부릅니다.

 

 

◇ 이승우 > 우리나라 규제의 문제점들을 살펴봤는데, 해결책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준비해오셨어요. 샌드박스 얘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규제 샌드박스’는 무엇인가요?

 

 

◆ 안성훈 >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것이 규제 샌드박스입니다. 특별법 등의 제정을 통해 개별 법령의 개정 없이도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 임시허가 등으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빠른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고 사후규제하겠다는 아이디어인데,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와 같다는 의미에서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붙습니다. 2017년 12월에 도입이 확정되고 2019년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으니까 도입의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그런데 벌써 1109건의 과제가 추진되고 있어요. AI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 각종 플랫폼 사업들, 반려동물 관련 사업들이 많이 보입니다.

 

 

◇ 이승우 > 사업을 먼저 시작하게 하고 이후에 규제가 따라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를 살펴볼까요?

 

 

◆ 안성훈 > 그중 재밌는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면, 반려동물 겸상 허용입니다. 식품위생법상,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은 불법이었던 것 알고 계시나요? 식품위생법에서는 동물은 영업장과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고 반려동물 시설은 외부나 별도로 구분된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외식업소 중 반려동물 동반 입장과 취식을 허용하고 있는 곳들은 식품위생법 위반이 아닌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죠. 그런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300만 명에 육박하는 요새 시대에 이런 규제가 현실적인 것일까요? 작년에야 시범사업으로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이 승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소비자 선택권의 보장, 물림 사고나 전염병 방지, 위생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들을 달았지요. 그동안 무관심해왔던 비현실적인 규제가 드디어 현실에 부합되도록 조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입니다.

 

 

◇ 이승우 > 조건을 달고 시범사업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도 규제 샌드박스가 진행되기도 하죠?

 

 

◆ 안성훈 > 새로운 기술이나 현실에서 필요한 사업들에 관해 근거가 없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 시장에서 실증테스트를 허용해서(실증특례) 공식적인 제도로 도입할 준비를 하거나 일단 허가를 하고 규제를 개선하기도 합니다(임시허가). 그리고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 등이 규제 유무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할 경우 신속확인을 신청하면 규제부처가 30일 이내에 규제의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합니다. 특히, 규제부처가 회신하지 않을 경우에는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도 있습니다(신속확인).

 

 

◇ 이승우 > 오늘 규제의 문제점들과 해결책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끝으로, 한마디해 주신다면?

 

 

◆ 안성훈 >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서 너무 조건들이 많아 실제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거나 하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규제에 대한 관점의 전향적인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방위적인 규제의 덫의 어디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시려든지 간에 반드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마음이 앞서 훌쩍 앞으로 뛰어나갔다가 뭇매만 맞고 사라지는 선도적인 사업자들도 허다합니다. 아이디어만 빼앗기고 남들한테 규제를 회피하는 사업의 기회를 줘버리는 꼴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똑똑해지시기 바랍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전하게 앞서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안성훈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