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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놔뒀다고 명예훼손일까…메디스태프 처벌 가능성은 [조범석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59

 

 

의료계 집단행동의 불똥이 의료계 커뮤니티로 튀었다. 명예훼손 또는 업무방해 소지가 있는 게시글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로 커뮤니티 운영진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다만 단순히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둔 행위만으로 운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날(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의료계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기모 대표 자택과, 역삼동 메디스태프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25일 기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지 하루만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지난 8일 메디스태프에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개인정보 게시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기 대표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협박 방조 등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서민위는 작성자가 전공의 개인정보를 게시해 명예를 훼손하고, 기 대표 등 커뮤니티 운영진이 게시글을 그대로 방치해 이들의 명예가 훼손되도록 일조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작성자가 아닌 커뮤니티 운영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용기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커뮤니티 운영진에게 방조 혐의가 적용되려면 글 작성자인 본범의 죄가 성립돼야 한다"며 "명예훼손은 사회적 평판을 저해해야 하는데, 파업에 참여 하지 않은 명단이 평판을 저해할 만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거짓말이나 물리적인 행위로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떤 해를 끼치겠다는 내용이 없어 협박도 적용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명예 분야 공인전문검사 출신인 권방문 변호사는 "문제의 게시글 내용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무형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글을 방치했다면 일종의 방조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며 "과거 불법 음원 사이트의 운영진들도 이 같은 법리로 처벌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다만 "대표에게 방조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 게시글의 내용 및 맥락, 게시 경위,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가벌성이 현저히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메디스태프에는 '전공의 사직 전 지침' '군의관·공보관 진료 거부 및 태업 지침' 등 전공의 파업과 관련된 글이 다수 올라와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메디스태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기술직 직원의 '전공의 사직 전 자료 삭제' 지침 게시글 관련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메디스태프에는 집단 사직을 앞둔 전공의들에게 병원의 업무 자료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이 올라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 압수수색 전 메디스태프 기술직 직원은 CTO A씨에게 사내 메신저를 통해 서버의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메디스태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대화를 확인하고 A씨 등에게 증거은닉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위가 기 대표를 고발한 사건과는 다르게 메디스태프 임직원들이 경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은닉한 정황은 범죄 혐의점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의견이다.

 

조범석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타인의 형사사건에서 증거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가 증거인멸 또는 은닉이 될 수 있다"며 "게시글 작성자의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인 서버 자료를 확보할 수 없도록 비밀번호를 바꾸는 행위는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용기 변호사도 "메디스태프 임직원이 제삼자인 작성자의 죄를 덮어주기 위해 관리자 비밀번호를 변경하려고 했다면 증거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볼 수 있다"며 "타인에 대한 강제 수사이므로 본인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압수수색을 미리 알고 대비를 했든 몰랐든 증거를 은닉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경찰은 (임직원들의 증거은닉 시도를)고의라고 판단하고 있다. 게시글 작성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은 아직 기 대표에게 증거은닉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45203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