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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차량급발진 의심, 입증하는 방법은? [이승우, 오학준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63

 

 

 

차량급발진 의심, 입증하는 방법은?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사건파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오늘 함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차량 급발진 사고’입니다. 작은 차량도 사람을 쉽게 살상할 수 있는 강력한 엔진과 중량을 갖추고 있는 위험한 기계이므로 차량의 앞과 뒤를 지날 때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부주의한 운전이나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차량 급발진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 자동차 공학 엔지니어 출신인 오학준 변호사와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오학준 변호사(이하 오학준) >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 우선, 운전자가 차량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해도 실제로 입증하는 건 굉장히 힘들죠?

 


◆ 오학준 > 최근 자동차 급발진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되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의 사연들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자동차 급발진이 실제로 확인된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운전자의 조작 실수와 기억의 왜곡으로 밝혀지곤 했습니다.

 


◇ 이승우 > 그런데 오늘 준비해오신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차량 급발진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을 내렸죠? 어떤 부분이 급발진 가능성을 높였나요?

 


◆ 오학준 > 작년 6월에는 법원이 실제 자동차 급발진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당 사건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자동차가 시속 10km로 우회전하다가 갑자기 가속되면서 주차 차단기 바를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하여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뒤에도 시속 60km로 13초를 더 주행하다가 보도블록과 보호난간을 들이받고서야 멈추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하는데, 이 사이에 브레이크등이 여러 번 점등된 것 등에 비추어 볼 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하여야 한다는 형사 재판의 원칙에 따라 재판부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기능 문제로 인한 자동차 급발진 가능성 때문에 운전자가 유죄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하여 무죄 판결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승우 > 급발진 가능성으로 형사상 책임은 없어졌고, 민사상 책임은 어떤가요?

 


◆ 오학준 > 재판을 통해 형사상 과실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된 경우 민사상 책임도 면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대법원이 형사재판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어, 쉽게 말해, 사고와 결과 사이만 두고 형사적 책임을 지라고 하기에 부족하지만, 민사상 책임은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법리를 운전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자동차 급발진 사안에 대입시켜 본다면, 자동차 기능 문제를 차치하고 운전자가 사망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한 것이 아니라면 운전자에게 일정 부분 민사상 과실책임은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 이승우 > 이 사건에서 운전자, 사고 피해자, 여기에 자동차 제조사까지 3자를 둘러싼 민사상 책임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 오학준 > 결과적으로 기능 문제로 인한 자동차 급발진이 의심되는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운전자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왜냐하면 여러 명의 행위 중 어느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때에는 여러 명이 연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민법 제760조 제2항 내용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사망이라는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운전자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고, 이때 운전자와 자동차 제조사는 연대채무 관계와 비슷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이 때문에 추후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인정된 유족들은 운전자와 자동차 제조사 중 아무에게나 인정받은 손해배상금 전액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건 운전자는 자신의 민사상 책임을 제한하기 위하여 사망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한 것을 입증함과 동시에 기능 문제로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한 것까지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이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는 억울하지만 유족들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승우 > 급발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운전자가 두 가지를 모두 입증해야 한다. 첫 번째는 사고 발생을 막는 모든 조치를 했는가, 두 번째는 기능 문제로 급발진이 발생했는가. 특히 두 번째 기능 문제를 밝히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이걸 왜 운전자가 입증해야 하는지?

 


◆ 오학준 > 자동차 급발진이 기능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님을 자동차 제조사가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 문제로 인해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였음을 운전자가 입증해야 하는 법률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자동차 급발진 상황의 재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에 사고 발생 당시 기능 문제로 인한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였음이 인정되려면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 2에 따라
1) 피해자가 직접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였을 것
2) 자동차 제조상 발생한 문제일 것
3) 자동차 기능 문제가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피해였을 것을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해당 조문 자체는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와 같이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각 부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첨단 기계장치에 대하여 일개 개인이 그 문제 발생 지점을 지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도리어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능 문제로 인한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는 최소한 자신이 정상적으로 차량을 관리해 왔고, 급발진 당시 엑셀을 밟은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합니다. 기능 문제로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자동차 제조사의 주장이 맞는다면,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이자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운전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킨 채 제조물책임법 뒤에 숨어 결과를 관망하는 수동적인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동차 기능 문제 외에 다른 문제로 인하여 차량이 가속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두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승우 > 방금 다룬 법률이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 2인데요. 이런 문제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 오학준 > 관련하여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개정 논의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비전문가인 피해자의 입증을 위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맞추려는 시도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하여 제조업자가 영업 비밀이라 하더라도 결함·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을 하도록 하고, 자동차 급발진 등의 경우 그 결함 및 손해의 입증책임을 자동차 제조사가 지도록 하는 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승우 > 오늘 차량 급발진 사고와 운전자의 입증 책임에 대해 알아봤는데, 법적 다툼이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식으로 바꿔나가야 할까요?

 


◆ 오학준 > 재판의 양 당사자는 대등한 지위에서 법적 다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하는 개인이 자동차 제조사와 대등한 무기를 쥘 수 있도록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개선의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최근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 즉 의료기관이나 기업, 국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때 개인인 원고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이용하여 그 증거에 기반하여 국가에 위탁 검증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오학준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