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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 업무개시명령, 집단사직 등 법적으로 따져본 의료계 집단행동 [이승우, 안성훈 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207

 


업무개시명령, 집단사직 등 법적으로 따져본 의료계 집단행동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사건파일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오늘 함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의료계 파업’ 관련 내용입니다. 의사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안이 발표된 이후, 시시각각 사태의 변화가 큽니다. 그중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논란이 큽니다. 행정전문변호사인 법무법인 법승 안성훈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안성훈 변호사(이하 안성훈) >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 의료계 파업으로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 안성훈 > 정부가 전격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을 내놓았고 의사협회가 이에 반대하면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태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본격적으로 발령하면서,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양측 모두 유례없이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이 되는데, 오늘은 행정법적인 관점에서 의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이승우 > 업무개시명령이 단순히 ‘일을 시작해라’ 이런 명령인가요? 업무개시명령을 굳이 따로 규정해놓은 이유가 있을지?

 


◆ 안성훈 > 의료법은 정부가 특정한 상황이 되면 의료인에게 ‘업무를 개시하라’는 명령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을 위반하면 의료업을 정지시키거나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폐쇄를 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 형사처벌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좀 특이해요. 어떤 직업상의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는 법률상으로도 사실 많지가 않거든요. ‘나 이제 쉴게요. 돈도 필요 없어’라고 하는 사람에게 ‘아니 너 쉬지 마 일 해야 해’라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 징병이나 강제 노역 같은 특수한 상황 아니면 떠올리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에 대해서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 직업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항상 함께 나옵니다.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약사법, 그리고 화물자동차법에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해당 업무의 공공성 때문에 도입된 것입니다.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만 발동될 수 있습니다.

 


◇ 이승우 >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죠. 바로 의약분업이 도입되었을 때도 의사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이때도 업무개시명령이 나왔었죠?

 


◆ 안성훈 > 의약분업제도가 도입될 때 의사들의 강한 반발과 파업이 있었고 이때 업무개시명령이 문제된 사례가 있습니다.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대대적인 진료거부, 휴업, 폐업 등의 형태로 집단적으로 시행하는 파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주도한 의사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는데, 이를 거부해서 형사처벌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이때 쟁점이 된 것이 ‘폐업’을 한 것이 ‘진료거부’이냐는 것이었습니다. 폐업을 진짜 한 거라면 강제로 업무를 명령할 수는 없다는 논리이죠. 그런데 법원에서는 폐업의 진정한 모습, 집기의 철거나 사무실 처분 등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이승우 > 당시에 업무개시명령을 피할 수 있는 전략들이 SNS에 퍼졌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 안성훈 > 쟁점이 된 것이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이었습니다. 이번 의사 파업 사태에서도 송달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정부에서 그 송달을 문자나 전화로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SNS 등에는 전공의들이 이 같은 송사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대처법이 공유되고 있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거나, 아예 전화기를 꺼놓는 방식으로 송달을 피하자는 전략기 공유되고 있었는데요, 2022년 7월 시행된 행정절차법 개정안 24조는 송달이 '문서로 전달'하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 등이 있는 경우'에 말·전화·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전송·팩스·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그 단서에 따라 송달을 했다고 주장을 할 것이고 이게 받아들여질 여지는 없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로 그 긴급성이 인정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서면을 송달하는 방식이 불가능하거나 무조건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의약분업 당시에는 그 예외규정이 없이 서면 송달의 원칙만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서를 일반우편으로 병원에 발송하였다거나 병원에 업무개시명령서를 부착한 것만으로는 적법한 송달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일부 의사들에 대한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였습니다.

 


◇ 이승우 > 오늘 의료계 파업 사태를 법적으로 살펴봤는데요. 변호사님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짧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안성훈 > 공공성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자격사들에게는 고도의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그 직무의 ‘공공성’이 먼저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의대 정원의 문제, 의료자원의 배분 문제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논의들이 있어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의사분들이 업무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에는 다소간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조치를 발동하는 데는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의사들의 반발이 쉽게 예상되었던 문제기 때문에, 그 쟁점을 던져놓고 나서 바로 행정권한 중 가장 센 것을 발동하는 것에 대해 법적 평가가 어떻게 될지도 생각을 해볼만한 부분입니다. 의료제도와 행정권한 행사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태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시대에 부합하는 의료와 행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안성훈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