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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차이점이 뭐길래 싸우나?
◇ 이승우> 선거구제 얘기로 정치권이 시끄러웠는데요. 두 선거구제가 어떻게 다른 건가요. 그리고 각자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 박기태> 먼저 선거구제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을 해야 되는지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표의 가치’입니다. 표의 가치가 우리는 다 똑같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지역구의 크기에 따라서 그런 게 아닌 겁니다. 그러니까 지역구가 어디에는 10만 명이 살고 어디에는 5만 명이 산다고 하면, 이 국회의원은 표를 몇 개를 가지고 국회의원이 됐느냐를 생각을 해보면 2배, 3배가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민주주의적으로 국민 한 사람의 표를 가지고 대표들이 뽑히는 건데 이 표의 가치가 다 다르게 되면 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최대한 표의 가치를 비슷하게 만들어야 되는 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비례성‘이라고 하는데, 정당에 대한 지지율과 실제 의석이 비슷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22년 총선 같은 경우에는 43%가 사표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사실상 없어지는 표가 많은 거죠. 그리고 예를 들어 모든 지역구에 다 10%씩 지지를 얻는 정당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이 정당은 사실상 한 명도 당선자를 못 낼 수도 있어요. 전 국민의 10%가 지지를 하는데 국회의원 의석은 299석 중에 한 석도 없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최대한 막아야 되는 게 비례성이라고 하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이렇게만 얘기를 들으면 정당이랑 다 비례대표로 해서 전국 단일 선거구로 하면 좋지 않냐고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이 경우에 ’대표성‘이라는 게 떨어집니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그 지역의 이 사람, 우리를 대표하는 이 사람과 지역 주민이 어느 정도 연결이 돼야 되는 거죠. 정당이라는 건 추상적인 존재잖아요. 단순히 나의 이익, 그리고 어떤 나의 생각을 대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추상적인 존재만 돼서 실제로 우리 지역 국회의원을 내가 거의 모르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 이승우> 속칭 관념화 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군요.
◆ 박기태>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조금 멀어지고 의미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생기니까요. 정치라는 게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나의 관심사를 들어준다. 이런 확신이 없어지게 되는 거죠.
◇ 이승우> 그럼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각 제도의 장단점을 짚어보자면요?
◆ 박기태> 소선거구제는 작은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대표를 선출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상대 다수대표제라고 해서 한 표라도 많으면 그 사람이 당선이 됩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또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결선투표제라고 그래서 50%가 넘지 않는 경우에는 다시 한 번 투표를 한다거나, 석패율제라고 해서 아쉽게 진 사람들끼리 모아서 그중에 또 한 사람을 한다거나. 이런 어떤 제도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작은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게 소선거구제, 그리고 이 선거구 크기를 좀 넓혀서 여기서 한 1등, 2등을 뽑는다든가. 1등부터 3등을 뽑는다든가. 이런 게 이제 중형 선거구제, 완전히 커져서 한 5명 이상이 넘어가면 대선거구제라고 합니다. 소선거구제 같은 경우는 단순해요. 1등, 2등 이렇게 머리를 쓸 필요가 없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으면 한 표라도 더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 이렇습니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대부분 소선거구제를 채택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건 단점이 뭐냐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만약에 한 표 차로 국회의원이 됐다고 하면 한 표 차로 떨어지는 사람을 뽑았던 표는 다 사표가 되는 것이죠. 다 의미가 없는 표가 돼버리는 거죠. 이렇게 되면 아까 말씀드린 비례성이 많이 떨어지고, 또 승자 독식을 하게 되고, 그래서 이제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생깁니다.
◇ 이승우> 또 한편으로 나오는 지적으로는 대통령 직선제의 경우에는 소선거구제가 적합하다. 이런 의견도 있는데, 그건 어떻습니까?
◆ 박기태> 일단 맞는 말이고요. 기본적으로는 적합하다기보다는 만약에 내각제, 아니면 국회의원들의 숫자에 따라서 총리나 대통령이 결정되는 제도라면. 이 경우에는 소선거구제가 아예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10%, 20% 이런 데도 의석을 하나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런데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게 아니라 그 의원 숫자로 뽑게 되면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왜곡이 발생합니다. 내각제 같은 경우에는 비례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민이 이 정당을 얼마나 지지하는지와 실제 의석수를 거의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 엄청 큰 왜곡이 발생할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대통령제의 경우에는 소선거구제를 해도 되고, 대통령제가 아닌 간선제나 내각제의 경우에는 소선거구제를 되도록 안 하는 게 낫고요. 이렇게 보시면 좀 더 간단하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승우> 그런데 중대선거구제와 관련돼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중대선거구제만 가지고 지금과 같은 여러 가지 대립 구도, 양당 구도를 해결할 수 있느냐. 그것도 어렵다. 또, 굉장히 적은 표를 얻고도 당선되는 경우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는 설명이 있거든요. 중대선거구제는 어떻습니까?
◆ 박기태> 중대선거구제는 기본적으로 좀 더 선거구가 넓어지고 거기서 1, 2, 3등 이렇게 뽑을수록 좀 더 비례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대표성이 좀 떨어져요.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을 생각하시면 되냐면 서울을 생각하시면 좀 감이 안 올 텐데, 지금도 강원도 같은 경우에는 군·시를 제외한 나머지 인구를 거의 다 합쳐야 중선거구제 하나가 나올까 말까 합니다. 만약에 강원도 전체를 중선거구제로 한다면 지역구가 3개, 4개밖에 안 되는 경우도 생길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나와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나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일본의 사례인데요. 일본의 보수적인 정치 환경이 지속된 제일 큰 이유가 중선거구제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선거 돌풍’ 같은 게 일어나기가 힘든 거예요. 예를 들어 소선거구제에서는 한 표만, 어떤 돌풍을 일으킨 후보만 당선이 될 수가 있는데 중선거구제로 만들어 놓으면 거대 여당이 있는 경우 한 석은 거의 무조건, 기본 표만 가지고 있으면 붙박이로 넣어 놓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정치개혁이라든가, 어떤 바람이라든가 이런 게 일어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 이승우> 오늘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선거구제도와 관련해서 개선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 박기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해서 비례대표제를 일부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서 계속 선거제도가 조금씩 변화해 왔습니다. 어쨌든 비례성 문제가 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상태에서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숫자가 너무 적다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국민 10만 명당 국회의원이 0.58명밖에 안 되는데, 국회가 하는 일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이 일을 100명이 하냐, 300명이 하냐를 비교했을 때 100명이 할 경우에 국회의원 한 사람의 힘이 더 세지게 되는 거죠. 힘이 더 세지고 해야 될 일도 더 많아지는 거죠. 사실은 우리가 선출하지도 않은 보좌관들이 국회의원이 해야 될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거든요. 그래서 지역구 의원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우리의 민원이라든가 이런 걸 얘기하기도 좀 더 좋아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상태의 한 두 배 정도, 그리고 이 나머지 부분을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 되면요. 아까 다뤘던 선거제도의 문제들도 상당 부분 극복이 되고, 또 보좌관들이 실제 국회의원처럼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문제라든가, 국회의원들의 일이 너무 과중되는 문제. 이런 것들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승우>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보좌관 숫자도 절반으로 삭감한 다음에, 국회의원을 두 배로 늘리면 되겠네요.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기태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박기태>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