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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고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다시 소환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유 법무관리관 '윗선'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자백이 필요하겠지만 통화 내용 녹음이나 보고문서 등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실무자 진술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공수처 수사4부는 유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날 오전 9시 41분쯤 공수처에 출석하며 "오늘도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7월31일~8월1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서 이첩하라'는 취지로 말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유 법무관리관은 사건 직후 국회 등에서 "일반적인 법리 등을 설명한 것이고 외압을 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했다.
공수처는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유 법무관리관을 다시 소환한 걸 보니 지난번 조사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윗선에 대한 조사 및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자백이 있어야 한다. 실무자들이 윗선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 행동했다고 진술하고 그 진술을 고수할 경우 윗선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통화 내용 녹음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보고문서 등 객관적인 다른 자료들이 있다면 실무자의 진술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실무자가 아무리 독자적인 판단과 조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그에 반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그 객관적인 증거를 근거로 기소해 유죄 판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압수수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지휘관은 부대 지휘에 관해 구체적 책임을 지고, 사고 예방에 관해서는 국방부 직할 부대장, 기관장 등은 지휘관 이상의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일반 산업현장에서도 지휘 책임이 있는 자가 위험한 업무를 지시하면서 안전 장비를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만큼, 군 지휘관의 경우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위험 상황을 인식하고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위험 상황을 초래 혹은 악화하는 지시를 내렸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또 "이 사건 수사 처리와 관련해 유 법무관리관과 김 사령관, 이 전 장관, 나아가 대통령의 경우 그 직권을 남용해 정당한 수사업무를 못하게 하거나 수사 결과를 번복하게 했는지가 문제 될 것"이라며 "수사의 처리와 관련한 구체적 권한과 지시 내용 등을 살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영 변호사는 "이미 피의자로 특정된 인물들 외의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유 법무관리관이 누구의 지시로 각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 연결고리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건 변호사는 "피의자를 축소해서 이첩하라고 박정훈 대령에게 말한 것이 단순 권유인지, 강요였는지 그리고 독자적인 판단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인할 듯하다"며 "만약 다른 사람의 개입이나 부탁이 있었다면 윗선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82530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