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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전문 변호사의 시각에서 본 횡령 사건 [김범선 변호사 칼럼]

조회수 : 82

 

 

 

지난 2022년은 유난히 횡령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시총 2조원 규모의 상장사에서 2천200억대의 횡령 사고, 시중 4대 은행의 잇단 수백억 원 단위의 횡령. 적게는 수년, 길게는 10년여에 걸쳐 수차례 횡령과 업무상횡령이 이어진 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기함할 수준의 횡령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얼마 전에는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의원은 보조금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기와 준사기, 지방재정법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6개 혐의, 8개 죄명으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상태였다.

 

해당 사건은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부터 국민 정서를 매우 들끓게 했다. 바로 정의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변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개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지원, 생존자 복지지원사업, 연구조사교육사업, 전시성폭력재발방지사업, 기림 및 장학사업 등을 전개해온 시민단체였기에 그들을 위한 후원․기부금의 사적 유용, 보조금 부당 수령 등 행위는 국민적 배신감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해 검찰은 장기간에 걸친 범죄 행위의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죄질이 무겁고, 단체 최고 책임자이자 실무 책임자로서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히며 오랜 세월 고통받아온 할머니들을 위해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금한 자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정대협의 자금을 마치 개인 사업가처럼 사용하는 과정에서 횡령 범행을 저질러 피고인의 업무상횡령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토로했다.

 

반면 A의원은 최종변론에서 2년간의 재판을 통해 행정과 회계상 미숙함이 있었음을 뼈저리게 확인했다며 그 책임이 있다면 대표인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익을 추구할 의도를 갖고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며 다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평화의 날갯짓을 힘껏 펼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참고로 A의원에 대한 선고기일은 다음 달 10일. 검찰의 구형, A의원의 호소 중 어느 손을 들어줄지 재판부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사사건도 마찬가지이지만 형사사건 역시 서로 다른 입장과 감정이 대립하기 쉽다. 특히 형사사건, 범죄에 의한 대립은 감정적으로도 격분을 일으키곤 한다. 그렇기에 사안에 따라 전혀 상관없는 제3자일지라도 범죄 피해자의 감정에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사건을 바라볼 때는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의뢰인의 심리와 정서적 상태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의뢰인과의 라포(rapport)는 사안 파악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과 사건을 떼어놓고 법리적 관점에서 사안을 분석해야 실질적으로 의뢰인을 위한 전략과 대응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은 냉정과 열정을 모두 갖춰야 한다.

 

실무상 횡령, 업무상횡령의 경우 실제 범죄 행위가 존재해 선처 받고자 법률상담을 요청하는 의뢰인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상황에 휩쓸려 혐의에 연루된 경우도 적지 않은 편이다. 소위 말해 누명을 쓰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횡령, 업무상횡령 처벌위기에 놓인 의뢰인들은 결국 무혐의나 무죄 결과를 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 녹록치는 않다. 치밀하게 사실관계를 살피고 복잡한 자료들을 몇날며칠 파헤쳐야 얻을 수 있는 성과이다.

 

따라서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이러한 횡령, 업무상횡령 사안에 있어 흐트러지지 않는 시각으로 의뢰인의 감정과 사건을 살펴야 부당하거나 과중한 처벌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늘 상기시키게 된다.

 

끝으로 다시 한 번 횡령의 성립요건을 정리하자면 형법상 횡령죄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 죄가 성립하려면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보관자로서의 신분 이외에 업무자라는 신분적 요소가 필요하다. 또 업무상횡령죄에서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한다는 조건이 추가되기에 해당 혐의 연루 시 신속하게 범죄 성립 요건, 범죄이득금 규모 등을 꼼꼼히 살펴 대응하길 권한다.

 

 

출처 : https://www.mediaf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