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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 [이승우변호사 인터뷰]

조회수 : 137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

 

 

불안과 신뢰를 이용한 사기
모르는 사이 범죄 연루 가능성


연령 관계없이 피해 발생
개인의 예방 노력 중요해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은 2019년 약 3만7667건에서 2021년 약 3만982건으로 매년 수천건씩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피해액은 약 7744억원으로 2020년 대비 약 744억원 늘어났다. 또한 지난해에는 메신저피싱 피해가 전년 대비 약 165% 급증하는 등 범죄의 심각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대신문은 보이스피싱을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 피해를 살펴봤다.

 

 

 

눈 뜨고 코 베이는 피싱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은 전화나 문자 등을 이용해 타인을 속임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다. 대표 유형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또한 검찰이나 경찰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거나 자녀 등이 납치됐다고 속여 돈을 갈취하는 수법도 이뤄진다.


보이스피싱범의 범죄 수법은 허술했으나 피해자의 개인정보 수집은 치밀했다. 박진수 학생(건국대 융합인재학과)은 어느 날 본인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 모 검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미심쩍음을 느끼고 부서 소속을 물어보자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인물은 당황하며 인터넷에 본인의 이름을 검색해보라고 반복했다.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그는 통화를 끊었지만, 예상치 못한 치밀함에 당황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범이 생각보다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소속 부서도 정하지 않을 만큼 허술하면서도 이름과 주거래은행을 알고 있었죠.”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하더라도 피해는 한순간이었다. A학생(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역시 검찰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A학생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범이 범죄자가 명의를 도용해 통장을 만들었다며 공범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본인 계좌를 인증한 후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최근 지갑을 잃어버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모두 분실한 사건이 떠올랐고 실제 명의도용이 일어났다고 착각했다. 이후 A학생은 ‘빨리 공범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에 보이스피싱범이 요구하는 대로 8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구매해 핀번호를 전송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왜 당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관련 경험이 생각나니 의심할 새도 없었어요.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굉장히 허무하고 착잡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청년 사이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오는 보이스피싱 수거책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청년들은 범죄에 가담했다는 정황을 인지하지 못해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B학생(공공인재학부 3)과 C학생(경영학부 4) 모두 보이스피싱 인출책이나 일정 기간 통장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고액 아르바이트가 범죄와 연관됨을 몰라도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 D씨는 비슷한 유형의 범죄도 학생들이 많이 연관된다고 말했다. “본인 명의의 금융계좌나 전화번호를 개통하고 이를 범죄 조직에게 넘기는 형태도 많습니다. 계좌나 번호당 일정 금액을 받고 범죄 조직에게 넘기는 학생들이 많죠. 이 또한 공범으로 처벌이 됩니다.” 경찰 관계자 E씨는 보이스피싱인지 몰랐어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돈을 운반하기만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 운반행위로 건당 수십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수상한 일이죠.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는 이유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무도 방심할 수 없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 경험 및 영향요인 분석』(2020,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성별과 연령, 학력, 재무적 특성, 재무지식, 금융사기예방교육 등의 독립변수 모두에서 피해 경험이 없는 집단과 피해 입은 집단 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도 모든 연령대에서의 주의를 요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는 특별히 취약한 연령대가 없습니다. 다만 범죄에 포섭돼 이용되는 연령대는 20대가 집중적이죠.”


이승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소위 엘리트 계층도 피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양상이 워낙 다양해 엘리트 계층이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도 의사인 피해자가 4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었죠.” 경찰 관계자 D씨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아야기했다. “피해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기존 채무금을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의 피해가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 E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이 주로 피해를 당한다고 설명했다. “보안을 명목으로 악성코드가 있는 앱을 설치시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이러한 체계를 알기 어려운 50대 이상 연령층이 피해자의 대부분이죠.” B학생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청년들의 경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도 피해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데 노인분들은 주변 사람의 사례로 밖에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수법에 취약할 것 같습니다.”


가족을 사칭하거나 해킹하는 등 진화된 수법으로 피해자를 기만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 E씨는 최근 휴대폰 해킹을 이용해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이 늘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의 대부분은 피해자의 휴대폰에 악성코드를 심어 기능을 조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범죄자가 번호를 가로챌 수 있어 피해자의 휴대폰에 수사, 금융기관의 대표번호가 표시되죠.”


비슷한 수법을 경험한 F씨(50)는 어느 날 문자로 본인을 딸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연락을 받았다. 문자 내용은 휴대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망가진 탓에 연락되지 않을 것이라며 A/S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링크가 전송됐고 링크에서 앱을 다운 받은 후 카드 실물을 사진 찍어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보이스피싱범의 요구대로 비밀번호까지 보내니 F씨의 휴대폰은 해킹된 듯 동작하지 않았다. 뒤늦게 F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했음을 알았고 확인하니 약 400만원이 상품권으로 인출된 이후였다. “카카오톡 채팅을 하는 말투나 단어가 딸이랑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의심을 덜 한 것 같아요. 나름 보이스피싱에 철저하다고 생각했는데 당하고 나니 허무하더라고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피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명호 교수(단국대 심리치료학과)는 신고를 어려워하는 피해자들의 심리에 관해 설명했다. “인지부조화 심리에 따르면 본인의 잘못된 판단보다 본인이 무능하고 창피하다는 감정이 더 치명적이라고 느낍니다. 주변에 알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친지들에게 알려지는 게 부끄러워 신고하는 걸 꺼리죠.” 이어 범죄를 당한 후 장기적인 피해가 수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을 당하면 심리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나 사고력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불안, 대인기피,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이 동반될 수 있어요.”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진수 학생은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회 초년생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될 경우 피해가 막심합니다. 교육기관에서 경제 교육 및 법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임명호 교수는 누구나 범죄에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평소 반복적인 강요나 위험한 상황을 상상으로 떠올려 스스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연습해봐야 합니다. 누구에게 가장 먼저 연락할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본다면 좋아요.”


피해자들은 자신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령대나 직업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범주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고액 수거책 아르바이트와 같이 범죄에 이용되는 청년이 많은 만큼 연관되지 않으려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수사기관과 금융기관 등 관계기관 역시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때다.

 

 

출처 : 중앙대학교 신문 http://new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7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