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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 1 - 폭행죄]
제가 장손이라 명절이면 아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그 많은 일을 척척 해내면서도 그 흔한 명절 바가지 한번 긁은 적이 없는데, 동생이 결혼하면서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동생 부부는 바쁘다는 핑계로 음식 준비 다 끝나면 왔다가 차례가 끝나기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 버렸죠.
참다못한 아내가 동생 부부와 술 한 잔 하면서 쌓여왔던 불만을 털어놓았는데,
그런데 미안해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꼬박꼬박 말대꾸까지 해가며 제 아내한테 따지고 드는 겁니다.
순간 너무 화가 난 저는, 상에 있던 나물을 짚어서 던졌는데, 하필 동생 얼굴에 맞았고, 저를 폭행죄로 고소하겠다는 겁니다.
남부끄러워서 어디 말하기도 그렇지만 이런 게 죄나 되나 싶어서요.
이런 것도 폭행죄가 됩니까?
육 MC ▶ 이 동생, 참 교육 좀 받아야겠는데요! 경우가 없네요. 그리고, 주먹질을 한 것도 아니고... 그깟 나물 좀 집어 던진 건데, 이게 무슨 폭행죄가 될라구요?
장 MC ▷ 근데 폭행죄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고 들었어요. 어떤가요? 변호사님?
【김범선변호사】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범죄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많이 발생하는 범죄가 폭행죄인데요. 반드시 신체 접촉이 있어야만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폭행죄에서 폭행의 개념은 직접적으로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 예를 들어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침을 뱉는 행위 등도 폭행에 해당하고 귀 가까이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것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신체에 반드시 무언가 닿아야 한다고 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각보다 다양한 행위들이 폭행죄 적용받는데요,
따라서 나물을 던져서 나물이 몸에 맞았다면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고, 만약 나물이 담겨있는 접시를 던졌다면 특수폭행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장 MC ▷ 그럼 드라마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물 싸대기도 당연히 폭행죄가 되겠군요?
【김범선변호사】 어디 감히 내 자식을 넘봐? 또는 니가 나를 배신해? 이러면서 물을 끼얹는 행동을 현실에서 한다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대전의 한 도로에서 싸움을 하던 남녀가 상대방의 머리에 이온음료를 부었다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고, 지나가던 여성에게 들고 있던 캔커피를 뿌린 남성은 그 전에 다른 폭력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으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육 MC ▶ 우와, 진짜요? 드라마 보고 음료수 끼얹었다가는, 자칫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장 MC ▷ 물 싸대기로 폭행죄가 되면 예전에 아침 드라마에 나왔던 김치 싸대기, 최근 논란이 됐던 똥기저귀 싸대기 이런 건 당연히 폭행죄겠네요!
【김범선변호사】 김치싸대기, 또는 최근 논란의 된 똥싸대기 등은 사안이 좀 더 심각해서 폭행을 넘어 상해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폭행은 행위만으로 처벌되지만 그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되면 상해죄에 해당하고요, 포기김치로 머리를 세게 때려서 뇌진탕 증상이 생겼다거나 눈에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망막이 손상됐다면, 상해죄로 처벌 가능합니다. 또, 상해는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됩니다. 쉽게 말해 큰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겼다면 이 역시 상해에 해당합니다.
육 MC ▶ 와, 간단하지가 않네요.
장 MC ▷ 그럼 사연 속 저분도 나물 던진 걸로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육 MC ▶ 와, 진짜 법이 왜 이래...
【김범선변호사】 고소가 진행돼야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만약 죄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나물로 몸에 상해를 입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고 해서 피해자가 판결 전까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상해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장 MC ▷ 그러니까.. 상해는 일단 고소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해도... 처벌을 받는다는 건가요?
【김범선변호사】 그렇죠!
육 MC ▶ 변호사님. 진짜 법이 왜 이래요?
【김범선변호사】 따라서 화는 나시겠지만~ 고소가 진행되기 전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화해하시는 쪽을 권해드립니다.
[사연자 2 - 친족상도례]
저희집에는 늘 골칫거리인 형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사고로 부모님 속을 썩이더니 작년 전부터는 회사도 그만두고 백수로 부모님 댁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일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가끔씩 저에게도 용돈을 요구할 때면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잔소리를 퍼붓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서 이번 명절에는 형의 용돈을 따로 챙겨서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요.
명절 전날 온 가족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던 형이 제가 준비한 돈 봉투는 물론 부모님께 드릴 용돈과 제 지갑까지 훔쳐서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알고 보니 얼마 전부터 도박에 빠졌다고 하더군요.
이미 부모님 지갑은 물론, 통장까지 손을 댔다고 합니다.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아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글쎄.. 가족 간에 벌어진 도둑질은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아니 다 같은 도둑질이고 한두 번도 아닌데 정말 처벌이 안되나요?
육 MC ▶ 에이, 말도 안돼... 이거, 완전 상습범인데... 법이 처벌해줘야죠.
장 MC ▷ 그러게요. 변호사님.. 이런 경우 어떻게 되나요?
【김범선변호사】 정확인 말씀을 드리면 처벌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재물을 후 몰래 훔치는 것은 절도죄에 해당하고 죄가 인정되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그런데, 이런 절도죄가 가족들 사이에서 발생하면 친족상도례라는 특례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안됩니다.
친족상도례란 가족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그 형을 면제해주거나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친족상도례 적용을 받은 재산 범죄는 절도죄를 비롯해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장물, 권리행사방해죄 등이 있습니다.
육 MC ▶ 아니, 법이 정말 왜 이래요?
장 MC ▷ 예전에 드라마에 보면 서울로 야반도주하는 자식들이 부모님이 돈을 훔쳐서 달아나는 장면이 종종 등장했는데, 신고해도 어차피 처벌이 안되는 거였군요?
【김범선변호사】 그렇죠.
육 MC ▶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라고 무조건 용서해주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진짜 법이 왜 이런 겁니까?
【김범선변호사】 자식을 버린 부모가 자녀의 보상금을 가로채거나 바람난 배우자가 돈을 빼돌려도 처벌 불가합니다.
친족상도례가 만들어진 것은 1953년. 무려 70년 전인데요, 당시 ‘법은 가정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로마법을 제정의 근거로 들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 사회였던 우리나라의 특성상 돈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시대가 바뀌면서 친족상도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 MC ▷ 친족상도례 얘기하니까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 개그맨 생각이 나는데, 죄를 저지른 가족이 누구냐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나요?
【김범선변호사】
친족상도례에서 친족의 범위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그리고 그 배우자인데요.
직계 혈족은 부모, 조부모, 자녀와 손자녀를 말하고, 배우자는 혼인 신고가 된 경우만 인정됩니다. 이를 제외한 친인척은 같이 살고 있어야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결혼을 해서 분가를 했거나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는 형제자매는 동거친족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아버지에게 돈을 맡겼는데 그걸 형이나 누나가 와서 가지고 갔다면, 이 경우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개그맨도 재산범죄를 형이 저질렀다면 친고죄, 아버지가 저질렀다면 형 면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소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육 MC ▶ 그럼... 두 번째 사연처럼, 같이 살지 않은 동생의 지갑을 훔쳐간 것은 처벌이 되긴 하겠네요?
【김범선변호사】 고소한다면 동생의 지갑을 가져간 행위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의 지갑에 손을 댄 것은 친족상도례 적용을 받아서 처벌 불가합니다.
단. 여기서 통장에도 손을 댔다고 했는데 만약 형이 부모님 통장이나 카드를 이용해서 계좌이체를 해서 돈을 뺐었다면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피해자가 부모님이 아니라 타인에게 예금 계좌의 돈을 내어준 은행이므로, 따라서 은행을 속여서 재물을 편취한 것임으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