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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의 죄명변경(사기에서 횡령으로) [이승우 변호사]

조회수 : 24

 

 

공소장의 변경, 추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충족해야 한다.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면 된다"고 해석한다.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은 △사회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있는지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분석된다.

 

우리 법원 실무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면 공소장 변경이 항소심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는데,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소송경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 즉 피고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과 검사의 편의 도모에 있는 절차이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희생시키는 판단이다.

 

공소장 변경, 공소사실 추가는 당연히 무제한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법 선진국들은 이러한 공소장 변경, 추가를 엄격하게 본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수사와 1심 재판과 다른 죄명 또는 다른 사실 적용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074 판결은 업무상 횡령죄와 사기죄의 죄명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깨뜨리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시한 공소장의 죄명 변경과 관련된 리딩 케이스다.

 

사안에서 피고인 A는 제약회사의 의약품 판매 및 수금 업무를 담당하며, 1년간 총 849만1590원을 수금했으나, 배당금을 제외한 551만9534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횡령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업무상 횡령죄로 공소제기 됐다. 그런데 검사는 공소 제기 후, 피고인이 1981년 5월부터 11월까지 272만4044원을 횡령한 후에도 수금 업무를 계속하며 거래처를 기망하여 404만8930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사기죄를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허가했다.

 

그러나 검사는 원심 (항소심) 진행 중 ‘사기죄’를 철회하고 최초 공소사실(업무상 횡령죄)로 변경했으며,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여 이를 허가했다. 원심은 피고인의 횡령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고, 퇴직금 등의 반대채권도 성립되지 않으며, 심리미진이나 법리오해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피고인의 상고를 받은 대법원은 공소장 변경에 대한 형사소송법 제298조를 위반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요약하면, 횡령으로 수사를 받고, 기소된 상태에서 사기 범죄사실이 추가됐으나, 항소심에서 다시 사기 범죄사실은 제외되고, 횡령으로 공소장이 변경되어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법원 실무는 이 판결을 사기와 횡령의 공소 적용 법조 변경의 근거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횡령죄로 기소되어 제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심에서 사기죄를 예비적 공소장 추가하자 이를 허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항소심에서 적용 죄명이 변경되면 범죄의 구성요건이 달라지고, 이는 필연적으로 피고인의 방어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 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의자 신문과 방어권 행사는 특정 죄명을 전제로 이뤄진다. 따라서 죄명이 변경되면 이미 이루어진 진술이나 방어활동이 무력화될 수 있으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절차적 불이익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사기혐의에 대하여 수사를 받았다면, 그에 관한 증거제출과 진술을 했을 것이고,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면, 그 횡령 혐의에 관한 증거 제출과 진술을 했을 것인데, 피고인은 그러한 방어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전혀 조사되지 않았던 죄명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이 추가되는 경우,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해당 혐의에 대한 고지도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진술거부권을 적절히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변경된 죄명과 관련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됐다. 수사 단계에서 수집 가능했던 유리한 증거수집과 방어준비의 기회도 박탈됐다.
결국, 사기에서 횡령, 횡령에서 사기로의 죄명 변경은 단순히 절차적 정의의 문제가 아닌,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의 원칙과 직결되는 본질적 문제인 것이다.

 

향후 판례 변경이나 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적용법조 변경을 요구하는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 엄격한 해석과 함께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1심과 항소심에서의 공소장 변경 허용 기준을 차등화하는 방안, 수사단계에서 조사되지 않은 죄명으로의 변경 시 추가적 절차적 보장 장치 마련 등)을 희망한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327683?sid=102